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열화상 카메라 핵심 부품의 성능을 대폭 끌어올린 소재가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자율주행 차량의 야간 장애물 탐지, 드론 기반 원거리 감시, 대규모 바이러스 감염 모니터링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물리학과 손창희·박형렬 교수팀은 유전 알고리즘 AI 기술을 이용해 기존 상용 소재보다 성능이 20배 이상 뛰어난 마이크로볼로미터 센서용 박막 적층 소재를 개발했다고 25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최진현 연구원과 이형택 박사가 제1 저자로 주도했으며 권위지 '어드밴스드 사이언스(Advanced Science)' 1월 28일자에 게재됐다.
마이크로볼로미터는 사물이 방출하는 적외선 열을 전기 신호로 변환하는 센서로, 적외선을 흡수할 때 소재의 전기저항이 변화하는 원리로 작동한다. 고성능 센서 구현을 위해서는 미세한 온도 변화에도 저항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소재가 필수적이다.
연구팀이 개발한 소재는 민감도가 높은 이산화바나듐을 기반으로, 텅스텐이 첨가된 박막을 4겹으로 쌓은 구조다. 각 층의 텅스텐 함량과 두께를 다르게 설계함으로써 이산화바나듐의 고질적 문제였던 급격한 신호 변화와 이력 현상을 크게 줄였다.
이력 현상이란 온도가 오를 때와 내려올 때 전기 저항값이 달라지는 현상으로, 같은 온도에서도 측정값이 달라져 센서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원인이었다. 센서는 온도 변화에 따른 전기 저항 변화가 직선에 가까울수록 신호 신뢰도가 높다.
이 소재의 박막층 두께 조합은 이론상 130만 개가 넘는다. UNIST는 유전 알고리즘을 적용해 자연 선택의 원리처럼 성능이 우수한 조합을 반복적으로 추려내는 방식으로 최적 설계를 도출했다. 사람이 직접 실험했다면 750년이 걸릴 규모를 AI로 대폭 단축한 것이다.
실험 결과, 개발 소재는 상온 구간에서 온도 민감도(TCR)가 기존 상용 소재 대비 3배 이상인 7.3%를 기록했고, 신호 정확성과 신뢰도까지 반영한 종합 성능 지표인 베타(β) 지표는 23.6배 향상됐다.
상용화 가능성도 높다. 기존 이산화바나듐 기술은 500도 이상의 고온 공정이 필요해 반도체 회로(CMOS)를 손상시킬 우려가 있었지만, 이번 소재는 300도의 저온 공정으로 기존 반도체 회로 위에 직접 증착할 수 있다.
손창희 교수는 "고성능 열 감지 기술이 필요한 분야에 폭넓게 활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연구재단(NRF) 나노소재기술 개발사업, 기초연구실사업, 중견연구사업과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 정보통신방송혁신인재 양성사업(ITRC) 등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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