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권위는 전통적으로 전문적 훈련과 정제된 언어를 바탕으로 한 비평적 판단을 통해 이뤄졌다. 피에르 부르디외(Pierre Bourdieu)가 『구별짓기』(1979)에서 체계적으로 논증했듯, 예술적 취향이란 계급적 아비투스(Habitus)의 투영이며, 비평은 그 취향에 제도적 정당성을 부여하는 동시에 문화 권력의 위계를 재생산하는 핵심 기제였다.
그러나 동시대 예술 생태계는 인스타그램과 틱톡 등의 디지털 플랫폼을 중심으로 급격히 재편되고 있다. 해시태그와 알고리즘이라는 직관적 체계가 비평적 담론을 대체함은 물론, 누구나 생산할 수 있는 짧은 글과 숏폼 콘텐츠, 그리고 '시각적 쾌락'에 기반한 즉각적 공유 가능성은 예술을 향유하는 방식 자체를 근본적으로 변형시켰다.
오늘날의 관객에게 작품을 향유한다는 것은 어떤 대상에 수동적으로 침잠하는 행위가 아니라, 사이버 공간에서 형성된 커뮤니티의 일원이 된다는 '서사적 참여'에 가깝다. 예술가들 역시 완성된 결과물보다 제작 과정의 공유와 실시간 소통을 우선시하며, 창작과 수용의 경계는 점점 흐려지고 있다.
미술관과 갤러리도 이 흐름에서 자유롭지 않다. 국공립미술관의 전시홍보자료에 조회수를 적시하고 성과 지표로 활용한다. 전시의 성패를 가늠하는 척도 또한 주요 미술 저널 및 신문 칼럼의 비평적 판단이 아니라, 불특정 다수가 생성하는 '좋아요'와 인증샷의 누적량, 화제성으로 이동했다. 이 같은 전환은 예술가치의 준거 자체가 내재적 미학 논리에서 '가시성의 경제'로 대체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디지털 플랫폼의 부각은 표면적으로 민주화의 외양을 띤다. 언뜻 보면 예술의 다양성을 확장하는 것처럼 비춰진다. 하지만 디지털 플랫폼 특유의 개방성은 역설적이게도 새로운 종류의 게이트키핑을 낳는다. 그건 참여율과 팔로워 수가 창작자의 위계를 결정하거나 알고리즘의 비가시적 논리가 노출의 구조를 편향시키는 것, 그리고 철저히 파편화되는 예술 경험이다. 자유로운 접근성이 오히려 구조적 불평등을 더욱 견고하게 만드는 셈이다.
특히 '가시성의 편향' 문제는 예술 경험의 본질과 충돌한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알고리즘이 제공하는 피드는 이용자의 과거 반응을 학습해 유사한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노출한다. 이른바 '필터 버블(filter bubble)'이다.
예술의 본질적 기능 중 하나가 낯섦을 통한 자기 확장, 즉 자신의 감수성 경계 너머로 나아가는 탈경계적 경험이라면, 알고리즘 큐레이션은 정확히 그 반대 방향으로 작동한다. 유사한 것만을 반복적으로 소비하게 함으로써 예술 경험은 축소되거나 폐쇄로 나아간다.
디지털 플랫폼이 예술 생태계에 가져온 변화는 되돌릴 수도, 되돌릴 필요도 없다. 문제는 플랫폼 자체가 아니라, 가시성과 속도를 우선시하는 플랫폼의 논리를 예술 경험의 기준으로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태도에 있다. 플랫폼은 도구이지만, 도구의 논리가 경험의 문법이 될 때 우리는 그것을 도구라고 부를 수 없게 된다.
이 구조적 문제는 개인의 태도만으로 온전히 해결되지 않는다. 미술관과 갤러리가 조회수 대신 깊이 있는 감상의 조건을 설계하고, 플랫폼 바깥에서 작동하는 비평과 담론의 장을 제도적으로 유지하려는 노력이 함께 요구된다. 알고리즘이 보여주지 않는 것을 보여주는 일, 그것이 지금 예술 제도가 감당해야 할 몫이다.
동시에 수용자의 의식적 재구성도 필요하다. 알고리즘이 설계한 흐름에 수동적으로 올라타는 대신, 느리고 불편하지만 깊은 사유를 요구하는 예술을 의식적으로 찾아 나서는 것, 조회수가 아닌 자신의 감각으로 작품 앞에 머무는 시간을 확보하는 것. 즉각적인 반응을 유도하도록 설계된 환경 속에서 반응하지 않을 권리를 행사하는 것은 예술 경험을 지키기 위한 적극적 선택이다.■홍경한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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