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처분 신청 속 31일 사업설명회 진행
약 2년간 표류했던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이 재개 국면에서도 다시 흔들리고 있다. 방위사업청이 사업설명회를 예정대로 열며 절차를 이어갔지만, 사업비 갈등과 영업비밀 논란이 겹치며 사업 추진 방식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방사청은 지난달 31일 KDDX 상세설계·선도함 건조 사업설명회를 열고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에 제안요청서(RFP) 내용을 설명했다. HD현대중공업의 가처분 신청 여파로 민감한 공방이 나올 수 있다는 관측도 있었지만, 현장에서는 제안서 작성 방식 등 실무 질의가 주를 이룬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논란의 출발점은 기본설계 자료 공유 문제다. HD현대중공업은 방사청이 배부한 자료에 최신 공법과 신기술, 제품 사양, 가격 등 입찰 경쟁력과 직결되는 영업비밀이 포함돼 있다며 지난달 24일 서울중앙지법에 자료 공유 중단을 요구하는 가처분을 신청했다. 기본설계 195개 항목 가운데 12개 항목은 경쟁사와 공유돼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반면 방사청은 자료 제공이 적법한 절차에 따른 조치라는 입장이다. 기본설계 결과물의 소유권은 계약에 따라 방사청에 있고, 특정 업체의 비밀자료는 포함돼 있지 않다고 보고 있다. 방사청은 가처분 소송에서도 이 같은 입장을 바탕으로 대응할 방침이다.
사업비를 둘러싼 문제도 충분한 검토 없이 9000억원 선에서 일단락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본설계 결과 등을 토대로 지난 2024년 선도함 사업비는 8820억원으로 책정됐지만, 이후 물가와 환율, 인건비가 오른 점을 감안하면 현재 9000억원 선의 사업비에는 상승분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방사청 관계자는 "향후 사업 추진 과정에서 필요성이 인정될 경우 관련 사유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예산 증액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업계 안팎에서는 방사청이 지난 2년간 사업 지연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은 만큼 속도보다 과정 관리에 더 무게를 뒀어야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업계와 충분한 조율 없이 절차를 밀어붙이면서 영업비밀 논란과 사업비 문제를 동시에 키웠다는 것이다.
향후 법원 판단은 사업의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가처분 결과에 따라 추가 법적 대응이나 입찰 차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최기일 상지대 군사학과 교수는 "사전 소통 없이 사업을 성급하게 추진한 것은 방사청의 미숙한 대응을 보여준다"며 "물가와 환율 상승 등을 감안하면 업체 요구를 충분히 검토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과정인데, 결과적으로 또다시 지연을 자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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