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중순, 한국소비자원이 마라탕에 대해 폭탄 발표를 했다. 국내 마라탕 프랜차이즈 20곳을 대상으로 위생실태를 점검한 결과, 3개 매장의 마라탕과 땅콩소스에서 황색포도상구균, 리스테리아 모노사이토제네스, 대장균이 무더기로 검출됐다는 것이다. '춘*마라탕' 명동본점, '샹*마라' 아주대직영점, '소*마라' 가재울점,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유명 브랜드들이다.
그런데 단순히 "불결하니 먹지 마라"는 경고로 끝낼 이야기가 아니다. 이 사건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마라탕이 어디서 왔고, 왜 우리가 이토록 빠져들었으며, 위생 문제가 구조적으로 반복되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들여다봐야 한다.
마라탕의 출생지는 중국 쓰촨(四川)성 러산(樂山)이다. 수백 년 전, 쓰촨의 뱃사공들이 배를 강가에 정박한 뒤 주위에서 구한 재료들을 한 솥에 넣고 돌 위에서 끓여 먹던 것에서 유래했다. 험한 강바람을 온몸으로 버티며 일하던 이들에게, 강렬한 향신료와 기름진 국물은 몸을 데우고 기운을 북돋우는 생존식이었다.
'마라(麻辣)'라는 말 자체가 이 음식의 정체성을 요약한다. '마(麻)'는 혀가 얼얼하게 마비되는 느낌, '라(辣)'는 매운맛이다. 이 두 감각을 동시에 폭발시키는 비밀 병기는 화자오(花椒), 즉 중국 산초다. 일반 고추의 캡사이신과 달리, 화자오의 히드록시알파산쇼올 성분은 혀의 감각 신경을 직접 마비시켜 그 독특한 얼얼함을 만들어낸다. 너무 자극적이어서 필자는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이 음식이 한국에 처음 발을 들여놓게 된 것은 2010년 무렵으로, 한국에 거주하는 중국인 유학생이 많은 대학가를 중심으로 전문 음식점이 생기면서 시작되었다. 2010년대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한국인에게 알려지기 시작했고, 얼얼한 매운맛이 여성 청년층을 중심으로 빠르게 퍼지면서 주요 번화가에 마라탕 프랜차이즈가 속속 문을 열었다.
성장세는 눈부시게 빨랐다. 마라탕 프랜차이즈 가맹점수는 2020년 13개에서 2022년 106개로, 불과 2년 만에 715%나 폭증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국내 마라탕 시장 규모는 약 1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약 20% 증가했다. 매년 20~30%씩 성장한다고 보면, 지금쯤 시장 규모는 가히 2000억 원에 육박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마라탕의 조리 방식은 독특하다. 손님이 양푼에 먹고 싶은 재료를 직접 담아 카운터에 내면, 무게에 따라 가격을 매긴 후 주방에서 재료를 넣고 탕을 완성해 가져다 주는 방식이다. 사용하는 재료의 스펙트럼은 상당히 광범위하다. 채소류로는 청경채, 숙주, 팽이버섯, 시금치, 콩나물이, 면류로는 납작당면, 옥수수면, 마라탕면이, 두부류로는 건두부, 대만유부, 두부피(푸주)가 기본이다. 여기에 소고기, 돼지고기, 새우, 어묵, 게맛살, 완자 같은 단백질 재료들이 더해진다.
소비자가 직접 재료를 고른다는 점에서 마라탕은 일종의 '식탁 위의 커스터마이징 경험'을 제공한다. 육수의 핵심은 마라 소스다. 고추기름, 두반장(豆瓣醬), 화자오, 마늘, 생강, 각종 향신료를 오랜 시간 볶아 만든 소스를 육수에 녹여낸다. 매운맛 단계는 보통 0단계(백탕)부터 4단계까지로 나뉘고, 마지막에 제공되는 땅콩소스에 찍어 먹는 것이 정통 방식이다.
마라탕 한 그릇의 칼로리는 어마어마하다. 재료 구성에 따라 다르지만, 평균적으로 700~1200kcal에 달한다. 나트륨 함량은 하루 권장량(2000㎎)을 훌쩍 넘기기 일쑤다. 포화지방 함량도 상당하다. 건강 측면에서 보면 결코 '좋은 음식'이라고 할 수 없다. 그럼에도 오래도록 찾는 이유를 알아보자.
첫째, 화자오의 마비 효과다. 혀가 얼얼해지면 뇌는 이를 일종의 자극 신호로 받아들이고, 엔돌핀과 도파민을 분비한다. 얼얼하지만 계속 땡기는 기이한 쾌감, 그것이 마라의 중독성이다.
둘째, 커스터마이징 쾌감이다. 혼자서 자기가 원하는 형태로 재료를 조합해 먹을 수 있는 혼밥 친화적 음식이라는 점이 다양한 취향을 한 번에 충족시켜 준다. MZ세대의 개인화 욕구와 정확히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다.
셋째, 한국화 로컬전략의 성공이다. 중국 현지와 달리 국물까지 마실 수 있도록 향신료를 줄이고 기름을 적게 쓴 것이 한국화 성공의 핵심 요인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국물의 민족"에게 맞게 현지화된 것이다.
넷째, SNS 확산력이다. 마라탕의 빨간 국물과 형형색색 재료의 비주얼은 인스타그램을 타고 폭발적으로 퍼져 나갔다. 여성·2030 세대가 마라탕 검색을 주도하고 있으며, 배*의민족이 공개한 검색어 순위에서 마라탕이 1위를 기록한 적도 있다. /연윤열 기술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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