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공장에 첨단 생산 설비를 속속 들이며 인공지능(AI) 메모리 대응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고대역폭메모리(HBM) 성능 강화를 위한 미세공정 전환이 본격화되면서 초정밀 반도체 제조장비 확보 경쟁도 함께 가열되는 모습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파운드리팹 공장 가동 준비를 마치고 오는 24일 주요 장비 반입식을 열 예정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2나노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공정 적용을 추진하면서 EUV등 고난도 장비 투입에 나설 것으로 전해졌다.
EUV장비는 10나노미터 안팎의 초미세 회로를 구현하는 데 필수적인 장비로 7나노 이하 첨단 반도체 생산의 핵심 설비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EUV 발주 확대를 단순한 장비 구매를 넘어 HBM을 비롯한 전반적인 반도체 생산능력 확대 신호로 내다보고 있다.
삼성전자 오스틴 공장도 설비 변경 프로젝트를 등록하고 공정 설비 개선에 나섰다. 해당 공장에는 화학물질 테오스(TEOS) 공정 장비와 히터 블랭킷, 원격 전력 제어 시스템 등을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삼성전자는 경기도 평택(P4·P5) 공장에 투입할 장비 확보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제조업체 ASML에 EUV 리소그래피 시스템 약 20대를 발주한 바 있다. 경쟁사들 대비 초미세 공정 분야에서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리소그래피 장비를 대폭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SK하이닉스 또한 청주 M15X에 신규 생산시설을 조성하면서 EUV 장비를 늘리고 있다. 회사는 지난 3월 ASML로부터 11조 9497억원 규모의 EUV 노광장비를 오는 2027년 12월까지 단계적으로 인도받기로 했다. 이를 통해 1c(10나노급 6세대) D램 공정 전환에 속도를 내고 AI 메모리 생산 능력확대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1c 공정은 차세대 HBM과 데이터더블레이트(DDR)5, 저전력 데이터ㅂ더블레이트(LPDDR6) 등 주요 제품군에 적용될 예정이다.
다만 중국 생산기지 운영에는 제약 요인이 작용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미국의 대중 반도체 규제 확대 움직임이 여전히 변수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간 미국은 중국에 대한 EUV 장비 수출을 제한해 왔으나 최근에는 규제 범위를 심자외선(DUV) 장비까지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법안을 발의했다. 동맹국에도 유사한 수준의 수출 통제 동참을 요구하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 공장에서 낸드 생산의 40%를 담당하고 있으며, SK하이닉스는 우시와 다롄 공장에서 D램 40%, 낸드 20%를 생산한다. 해당 공장들은 범용제품을 위주로 운영되고 있으나 장비 도입 및 공정 업그레이드가 제한될 경우 중장기적으로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공장은 범용 제품 위주로 운영되는 만큼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지만, 미국의 수출 규제 변수는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며 "일부에서는 국내 생산 비중 확대 측면에서 긍정적인 요인으로 보는 시각도 있는 만큼 향후 영향을 종합적으로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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