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형마트 업계에서 한때 삼성물산의 저력과 영국 테스코(Tesco)의 선진 시스템이 결합해 '유통의 신화'를 썼던 홈*러*가 이제는 존립 자체를 걱정해야 하는 처참한 지경에 이르렀다.
1997년 삼성물산 유통부문과 영국 테스코측에서 합작법인으로 출범했다. 물류·상품 전략등 테스코의 글로벌 모델을 한국에 적용하여 유통 노하우를 국내에 전면 도입하는게 목표였다. 이후 테스코가 추가 증자·매입을 통해 지분을 꾸준히 늘려 2011년 완전 인수하였고 삼성물산이 유통사업을 정리함에 따라 삼성 홈*플*스에서 삼성테스코 홈*플*스를 거쳐 '홈*플*스'로 브랜드가 완전히 바뀌었다.
현재 홈*플*스는 MBK파트너스 사모펀드 소유로 오래전부터 매각을 시도하고 있지만 시장의 신뢰를 많이 잃은 상태로 적자의 수렁은 깊어지고, 부채비율은 상식적인 수준을 넘어섰다. 시장 관계자들은 쿠*으로 대변되는 이커머스의 공세를 실적 악화의 1순위 원인으로 지목하지만, 이는 현상을 피상적으로만 바라본 결과다. 홈*러* 부실의 본질은 내부에서 시작된 '도덕적 해이(Moral Hazard)'와 외국계 자본의 '수탈적 경영 구조'가 맞물려 발생한 구조적 인재(人災)이기 때문이다.
기업의 생명줄은 고객의 신뢰다. 하지만 홈*러*의 역사는 고객의 신뢰를 기만한 사건들로 얼룩져 있다. 과거 전국민을 분노케 했던 '경품 사기' 사건은 홈*러* 내부 기강이 얼마나 처참하게 무너져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수억 원대의 외제차와 고가의 상품을 경품으로 내걸고 고객들의 개인정보를 대대적으로 수집했지만, 정작 당첨자는 자사 직원이나 그 지인들이 차지하는 기막힌 사기극으로 밝혀졌다. 여기에 멈추지 않고, 고객이 경품 응모를 위해 기재한 소중한 개인정보를 보험사에 건당 수천 원을 받고 팔아치운 행태는 이 기업이 고객을 '동반자'가 아닌 '사냥감'으로 여겼음을 증명한다. 이러한 도덕적 불감증은 단순히 특정 임직원의 일탈이 아니라, 조직 전체에 흐르는 '성과 지상주의'와 윤리 의식 결여가 만들어낸 암세포였다.
내부 기강이 무너진 조직에서 진정성 있는 서비스 혁신이 나올 리 만무하다. 홈*러*의 비극을 완성한 또 다른 축은 재투자의 부재다. 영국 테스코 시절부터 현재의 사모펀드 체제에 이르기까지, 홈*러*의 의사결정권자 대다수는 한국 유통산업의 장기적 발전에는 관심이 없었다. 특히 외국계 고위 임원진과 대주주들은 한국 시장에서 벌어들인 막대한 현금을 국내 유통 생태계 강화에 재투자하기보다, 해외 본사나 투자자들의 주머니를 채우는 데 우선순위를 두었다는 비판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실제로 홈*러*가 고질적인 영업손실에 시달리는 와중에도 경영 자문료, 배당, 그리고 각종 금융 비용의 명목으로 상당한 자금이 외부로 유출되는 '개연성'은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매장 리뉴얼과 물류 시스템 고도화에 쓰여야 할 돈이 대주주의 투자금 회수를 위한 엑시트 발판으로 사용되면서, 홈플러스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는 처참하게 노후화되어 버렸다. 이는 결국 경쟁사들이 앞다투어 미래형 매장을 선보일 때 홈*러*가 제자리에 머물 수밖에 없었던 결정적 이유가 되었다.
현재 홈*러*가 단기 재무 지표를 개선하기 위해 선택한 '세일 앤 리스백(S&LB, 매각 후 재임차)' 방식은 전형적인 시한부 경영의 단면이다. 자산을 매각해 당장의 차입금을 상환하고 부채비율을 낮추는 듯 보이지만, 이는 장기적으로 막대한 임대료 부담이라는 독배가 되어 돌아올 수 있다.
국내 유통 시장의 미래와 고용 안정에 대한 책임감 없이, 오로지 '매각 가치를 높여되팔기'에만 몰두하는 외국계 자본의 시각에서 홈*러*는 혁신해야 할 기업이 아니라 짜낼 수 있을 만큼 짜내야 하는 '현금 인출기'에 불과했을지도 모른다. 익*프*스 부문의 분리 매각 추진 역시 이러한 '쪼개기 팔기'를 통한 자본 회수 전략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의구심이 짙어진다.
홈*러*의 사례는 한국 시장에 진출한 외국계 자본과 기업 경영진들에게 엄중한 경고를 던지고 있다. 기업 윤리가 실종되고 재투자가 멈춘 조직은 결코 지속가능할 수 없다. 국내 소비자를 정보 판매의 대상으로 보고, 국내 점포를 자금 회수의 수단으로만 여기는 경영 방식은 결국 유통 공룡의 몰락이라는 참혹한 대가를 치르게 했다.
지금 홈*러*에 필요한 것은 화려한 마케팅 수사가 아니다. 뼈를 깎는 인적 쇄신과 함께, 수익의 상당 부분을 국내 시장에 다시 쏟아붓는 '선순환 구조'의 복원이다. 한국 유통산업에 대한 진정성 있는 애정과 책임감을 가진 경영 주체가 등장하지 않는 한, 홈*러*의 추락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껍데기만 남은 유통 거인이 다시 일어설지, 아니면 이대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지는 오로지 '책임 경영'과 '재투자'라는 기본으로 돌아가는 데 달려 있다. /연윤열 기술사·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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