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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외국인 북적이는 매장, 얇아진 내국인 지갑

기자수첩 김서현

 

 

방한 외국인 관광객의 증가가 유통가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이곳저곳에서 외국인 매출이 늘었다는 이야기가 쏟아진다. 실제 주요 유통 기업들의 1분기 성적표를 들여다보면 화려함 그 자체다. 롯데백화점 본점은 매출의 4분의 1 가까이를 외국인이 채웠고, 신세계백화점은 외국인 매출만으로 '연간 1조 원 클럽' 가입을 목전에 두고 있다. 더현대 서울은 외국인 매출이 두 배 넘게 뛰며 관광 필수 코스로 자리 잡았다. 편의점인 GS25와 CU 또한 외국인 결제 매출이 60~70% 이상 급증하며 'K-편의점'의 위상을 증명했다. 올해 1분기 방한 관광객이 476만 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웠으니, 유통가 입장에선 그야말로 '물 들어올 때 노 젓는' 형국이다.

 

하지만 화려한 숫자의 잔치 뒤편에는 서늘한 그림자가 짙게 깔려 있다. 매장을 가득 채운 외국인들의 활기찬 대화 소리와 달리, 우리 국민들의 소비 심리는 차갑게 식어버린 탓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4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전월보다 7.8포인트나 급락하며 100 아래인 99.2로 떨어졌다. 지수가 100 미만이라는 것은 경제 상황을 비관적으로 보는 소비자가 낙관적인 이들보다 많아졌음을 의미한다. 외국인에게는 축제인 유통 매장이 내국인에게는 선뜻 지갑을 열기 두려운 공간이 되어버린 셈이다.

 

이러한 극명한 대조의 중심에는 '환율'이라는 양날의 검이 있다. 달러당 1490원까지 치솟은 고환율은 방한 외국인들에게 강력한 구매력을 선물했다. 그들에게 한국은 고품질의 물건을 저렴하게 살 수 있는 '쇼핑 천국'이 됐지만, 수입 물가 상승 압박을 견뎌야 하는 내국인들에게 고환율은 생활고를 가중하는 고통의 원인이다. 외국인이 럭셔리 주얼리와 명품 쇼핑에 열을 올리는 동안, 우리 서민들은 장바구니에 담을 채소 하나 가격에 손을 떨며 지갑을 닫고 있다.

 

결국 지금 유통가가 누리는 호황은 외부 요인에 기댄 '반쪽짜리 활력'일지도 모른다. 외국인 관광객의 소비가 실적을 떠받치고는 있으나, 내수 소비라는 기초 체력은 갈수록 허약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관광객은 언제든 대외 환경에 따라 발길을 돌릴 수 있는 가변적인 수요다. 유통업계가 외국인 특수에 취해 정작 안방 고객들의 아우성을 외면한다면, 환율의 마법이 풀리는 순간 마주할 내수 시장의 공동화 현상은 감당하기 힘든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것이다. 화려한 매출 신기록에 가려진 '내수 침체'라는 구조적 위기를 직시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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