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1만까지 갈 수 있다'고 외치는 외국인이 한국 주식을 장바구니에서 덜어내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 7~13일까지 5거래일간 유가증권시장에서 24조원을 순매도했다. 반도체주를 집중해서 처분하고 있다. 외국계 투자은행(IB)들은 여전히 "코스피가 구조적인 성장 국면에 있다", "코스피 1만도 가능하다"고 하고 외치고 있다. 왜 말과 행동이 다른 걸까?
◆반도체 고평가·'S'공포에 '팔자'
'AI(인공지능)발 반도체 고평가'가 주범으로 지목된다. 최근 국내 증시 랠리는 AI발 '반도체 슈퍼사이클' 최대 수혜자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반도체 투톱이 꼽히며 시장을 주도했다. 주가는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이날도 SK하이닉스는 7.68% 오른 197만6000원, 삼성전자는 1.79% 뛴 28만4000원에 마감했다. 하지만, 최근 BNK투자증권, 키움증권이 향후 실적 둔화 가능성 등을 지적하며 SK하이닉스의 투자의견을 낮추는 등 증권가 일각에서 반도체주에 대한 우려 섞인 시선을 내놓고 있다.
14일 열리는 미국과 중국의 정상 회담도 외국인 투자의 걸림돌로 꼽힌다. 조연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행정부가 메모리 부족에 따른 AI 데이터센터 구축 지연 우려로, 14nm와 7nm 장비(에 대한) 화홍 및 HLMC(의 구입이) 비공식 면제될 가능성이 제기된다"면서 "핵심은 비공식이라는 점에서 다음은 SMIC, 그 다음은 CXMT·YMTC로 확장할 가능성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이 미국의 양보를 끌어낸다면 "한국 메모리에는 부정적 시나리오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인플레이션 우려도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 간밤 미국 노동부가 공개한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3.8% 상승했다. 2023년 5월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시장에서는 다시 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 속 경기 침체) 의 그림자 속으로 빠져드는 모양새다. S&P500지수와 나스닥 종합지수는 각각 0.16%, 0.71% 하락했다. 특히 기술주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3.01% 급락했다.
최근 인공지능(AI) 붐으로 미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가운데, 영화 '빅쇼트'의 실제 인물로 유명한 투자자 마이클 버리가 "2000년 '닷컴버블' 붕괴 직전을 상기시킨다"고 평가했다. 이어 "알파벳 두 글자(AI) 주제에 대해 사람들은 자신이 잘 이해한다고 생각한다"면서 "1999~2000년 거품의 마지막 달에 도달한 느낌"이라고 했다.
미국 헤지펀드 업계의 거물인 폴 튜더 존스 튜더인베스트먼트 창립자도 전날 미 CNBC 방송 인터뷰에서 AI 붐에 기반한 뉴욕증시 강세장이 1∼2년 더 지속될 수 있다고 내다보면서도 현재 뉴욕증시가 닷컴버블로 정점을 찍기 1년 전인 1999년과 비슷한 분위기라며 강세장이 끝날 때 주가 하락 폭이 상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날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의 'AI 국민배당금' 발언이 주목을 받은 가운데 외국인 투자자들은 관련 내용도 지속적으로 주시하는 분위기다.
실제 외국인들의 매도세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에 집중됐다. 외국인들이 최근 5일간 가장 많이 판 종목은 삼성전자, 11조3891억원어치 순매도했다. SK하이닉스 순매도액도 10조29억원으로 둘째로 많았다.
◆모건스탠리 "만 간다", 빚투 리스크 확대
전문가들은 최근 외국인 매도세는 차익 실현 성격이 크다고 보고 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현재 한국, 미국 증시 모두 주도주인 반도체주의 단기 과열 우려를 해소하는 과정에서 수급 충격은 발생하겠지만, 이들 주가의 추세가 전환했다는 식의 접근은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도 "최근 단기 급등에 따른 과열 부담과 상승 피로 누적으로 차익 실현 매물이 집중 출회된 것으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외국계 IB들도 목표주가를 올려잡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코스피가 구조적인 성장과 개혁 지속성으로 인해 상승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기대한다"며 연말까지 코스피 전망 범위를 6500∼9500으로 내놓았다. 강세장 시나리오에서는 연말까지 1만도 가능하겠다고 봤다. 약세장 시나리오에서 하단은 6000으로 전망했다. 아울러 "한국 자본시장은 경기에 민감하고 (산업·자재 등) 물리적 자산 비중이 크다고 인식되며 코스피에 불리한 요소가 됐지만, 정보기술(IT)을 비롯해 에너지안보·방산·재건·자동차 및 로봇 등 산업 사이클이 다년간 이어질 것"이라고 이번 전망의 근거를 설명했다.
골드만삭스도 코스피의 향후 12개월 목표치를 기존 7000포인트에서 8000포인트로 상향 조정했다. 골드만삭스는 "AI 반도체 수요 호조에 힘입어 코스피 상장 기업들의 올해 이익이 전년 대비 220% 급증할 것"이라며 "반도체 업종의 이익 개선이 두드러지는 가운데 나머지 시장 역시 성장세가 예상된다"고 했다.
다만 올 들어 한국 증시 상승세가 워낙 가장 가팔랐기 때문에 단기 조정이 나타날 가능성도 높아 주의가 필요하다. 빚을 내 주식에 투자하는 '빚투' 규모가 11일 기준 35조9985억원으로 불어나면서, 향후 주가가 급락할 경우 증권사가 담보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주식을 강제로 처분하는 '반대매매'가 급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 11일 하루 반대매매액이 올 들어 최고치인 694억원을 기록했다.
코스피 지수의 일간 평균 변동률 확대되며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한국형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는 8.57% 오른 76.15를 기록했다. 지난 3월 4∼5일 기록(각 80.85·83.58)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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