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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전기/전자

삼성전자 최후 담판 결렬…파업 칼자루, 정부·법원으로 넘어갔다

28시간 마라톤 협상 끝 합의 불발
노조 "파업 끝날 때까지 대화 없다"…"요구 반영 없었다"
가처분 20일 전 결론
인용 시 노조 위법 낙인·기각 시 파업 정당성 부여
총리 긴급회의 소집 "어떤 경우에도 파업 안돼"
긴급조정권 부상에 정부 "대화 우선"

최승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13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삼성전자 노조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 2차 심문을 마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뉴시스

삼성전자의 노사간 사후조정이 결렬된 13일 청와대가 노사대화로 해결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혀 '삼성전자 파업 막기'에 정부가 본격 나섰다. 법원도 사측이 제기한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결과를 오는 20일까지 내놓을 예정이어서 파업공방은 전방위로 확대되는 모습이다.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의 2차 임단협 사후조정 회의는 전날 오전 10시 시작해 이날 오전 2시53분까지 약 17시간 진행했으나 결렬됐다. 1·2차 회의를 합산하면 28시간을 넘긴 마라톤 협상이었다. 중노위는 "양측 주장의 간극이 크고 노조 측에서 사후조정 중단을 요청해 조정안을 제시하지 않고 종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최승호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삼성전자 최대 노조) 위원장은 결렬 직후 "요구가 하나도 반영되지 않아 결렬을 선언했다"며 "파업 종료까지 회사와 추가적인 대화는 고려하지 않는다"고 못 박았다. 그는 "2024년 성과급이 0원이었다"며 "고통은 분배하면서 열매는 나누지 못한다는 것이 이해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노조가 거부한 중노위 조정안의 핵심은 기존 EVA 기준 OPI(초과이익성과급) 제도를 유지하되 DS부문에 한해 OPI 초과분의 영업이익 12%를 특별경영성과급으로 지급하는 방안이었다. 지급 조건으로 '2026년 매출·영업이익 국내 1위(SK하이닉스 대비 우위)'를 달아 외부 요인을 성과급 기준으로 삼은 데다 DX부문 성과급 상한도 그대로 유지했다. 최 위원장은 "우리는 1등 기업인데 왜 2등 기업과 비교해 성과급을 정하느냐"며 "일회성 안건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즉각 입장문을 내고 "노조는 경영 실적에 따른 유연한 제도화를 거부하며 경직된 제도화만을 고수하고 있다"며 "마지막까지 진정성 있는 대화를 통해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강조했다.

 

김민석 국무총리가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35차 사회보장위원회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뉴시스

결렬 소식이 전해지자 정부가 즉각 나섰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아직 시간이 남아 있는 만큼 노사가 대화로 문제를 풀 수 있게끔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김민석 국무총리도 이날 오전 긴급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어떠한 경우에도 삼성전자가 파업으로 이어지지 않아야 한다"고 밝혔다. 김 총리는 "국민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의 중대성을 고려해 정부 차원에서 상황을 면밀히 관리해 나갈 것"도 지시했다.

 

긴급조정권 발동 가능성도 수면 위로 떠올랐으나 정부는 선을 그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대화로 해결해야 한다"며 발동 가능성을 일축했다.

 

긴급조정권은 파업으로 국가경제에 중대한 위협이 우려될 때 고용노동부 장관이 발동하는 제도로, 발동 시 30일간 파업이 법적으로 금지된다. 역대 발동 사례는 1969년 대한조선공사 파업 이후 네 차례로 모두 조선·항공 업종에 한정됐다. 이번 삼성전자 파업이 AI 반도체 공급망을 이유로 적용한 첫 사례가 될지 주목된다

 

결렬 이후 파업을 막을 수 있는 최후의 변수는 법원으로 넘어갔다. 수원지법 민사31부(신우정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삼성전자가 초기업노조와 전삼노를 상대로 제기한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2차 심문을 진행했다. 재판부는 20일까지 인용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가처분이 인용되더라도 파업 자체를 영구적으로 막을 수는 없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인용 여부가 파업의 명분과 동력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심문의 핵심 쟁점은 반도체 생산시설의 특수성과 성과급 요구가 쟁의행위의 법적 목적에 부합하는지 여부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가처분은 정식 재판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니 파업으로 인한 손해가 크기 전에 일단 막고 시작하자는 취지"라며 "인용과 기각의 차이가 엄청나다"고 말했다. 그는 "가처분이 인용될 경우 노조의 쟁의행위가 위법하다는 사법적 판단이 내려지는 것이어서 파업 명분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며 "반대로 기각될 경우 노조는 파업의 정당성을 법원으로부터 사실상 인정받는 셈이 돼 총파업 동력이 한층 강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소액주주 단체인 대한민국주주운동본부도 재판부에 가처분 인용을 촉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반면 노조 측은 "일부 인용되더라도 파업에 문제없다"고 맞섰다.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피해는 상당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날 오전 10시 기준 총파업 참여 동참 의사를 밝힌 조합원은 4만여명이다. JP모건은 18일간 파업 시 DS부문 매출이 최대 5억9000만 달러(약 8조 원) 감소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다만 실제 피해는 예상보다 제한적일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사측은 전담 조직과 비상 대응 체계를 가동해 생산 차질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웨이퍼 공정 자체는 자동화가 잘 돼 있어 단기 파업으로 라인이 바로 멈추지는 않는다"며 "다만 파업이 장기화되면 숙련 인력 공백으로 수율 저하는 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노조는 21일부터 6월 7일까지 18일간 총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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