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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운명, 왜 법원 손에 달렸나…파업 변수 된 ‘필수공정’

반도체 공정 ‘안전보호시설’ 여부…총파업 향방 변수
법조계 “인용·기각 차이 엄청나”
인용 시 노조 부담 확대…기각 땐 노조 정당성 확대
법조계 “전면 인용 가능성 낮아”
‘필수공정’ 일부 유지 명령 가능성

최승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13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삼성전자 노조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 2차 심문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뉴시스

삼성전자 총파업을 앞두고 법원 가처분 결과에 업계 시선이 쏠린다. 인용이냐 기각이냐에 따라 총파업 향방이 갈리는 가운데 노동법상 파업 중에도 반드시 가동해야 하는 '필수공정' 규정이 이번 가처분의 분수령으로 부상했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법 민사31부(신우정 부장판사)는 전일 삼성전자가 제기한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2차 심문을 마쳤다. 재판부는 21일 총파업 예고일 이전인 20일까지 인용 여부를 결정할 방침으로, 이르면 앞당겨 결론이 나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번 심문의 핵심 쟁점은 반도체 생산시설이 노동조합법상 '안전보호시설'에 해당하는지 여부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공정이 유독성·가연성 가스와 강산·강염기를 대량 취급하는 만큼 안전인력이 이탈할 경우 중대사고가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실제 2018년 평택캠퍼스에서 30분 미만의 정전이 500억 원 상당의 피해로 이어진 사례를 들어 생산시설 운영 중단 시 손실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측은 미국·일본·독일 등 주요 반도체 기업에서도 쟁의행위로 생산시설이 멈춘 사례는 드물다는 해외 사례도 제시했다.

 

반면 노조는 반도체 사업장이 필수공익사업장에 해당하지 않는 만큼 제조·기술 인력도 파업에 참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최승호 초기업노조 위원장은 심문 직후 "협박이나 폭행, 생산시설 점거는 없을 것"이라며 "적법한 쟁의행위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웨이퍼 변질 우려에 대해서도 "변질 방지 방법은 많다. 다만 변질 방지를 위해 파업 기간 생산한다는 것은 잘못된 방향"이라고 반박했다.

 

업계가 이번 가처분에 주목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인용되면 노조 쟁의행위가 위법이 되고 기각되면 파업 정당성이 부여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한 법조계 관계자는 "인용과 기각의 차이가 엄청나다"며 "인용될 경우 노조의 쟁의행위가 위법하다는 사법적 판단이 내려지는 것이어서 파업 명분이 크게 흔들릴 수 있고, 기각될 경우 노조는 파업의 정당성을 법원으로부터 사실상 인정받는 셈이 돼 총파업 동력이 한층 강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가처분 인용 가능성의 법리적 근거를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박 교수는 "노동조합법에는 파업 중에도 근로자 신체에 위해를 가할 수 있는 설비는 작동해야 하고, 원료가 부패하지 않도록 유지관리해야 한다는 두 가지 원칙이 명시돼 있다"며 "반도체 공정 중 이 두 가지에 해당하는 필수 작업공정에 대해서는 파업 기간에도 가동해야 한다는 가처분이 내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 두 가지 문제는 법리적으로 다툼의 여지가 적어 법원이 신속하게 판단을 내려야 하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삼성바이오로직스 선례가 이를 뒷받침한다. 지난달 23일 인천지법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제기한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을 일부 인용했다. 재판부는 원료 변질을 막기 위한 필수 유지 작업만 허용하되 신규 생산 공정은 중단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삼성전자 가처분에도 유사한 기준이 적용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국가 경제 전반에 미치는 타격도 상당할 것으로 추산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반도체 수출이 10% 감소하면 국내총생산(GDP)이 0.78%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JP모건도 파업 시 DS부문 매출이 최대 5억9000만 달러(약 8조 원) 감소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삼성전자 시가총액이 국내 유가증권시장의 4분의 1을 넘는 만큼 파업이 현실화하면 자본시장 충격도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한편 중노위는 이날 오는 16일 사후조정 재개를 노조에 공식 제안했다.

 

김재원 초기업노조 정책기획국장은 "현재로서는 협상 계획이 없다"며 거부하면서도 "성과급 투명화·상한폐지·제도화 안건이 있으면 대화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가처분 결과에 따라 총파업의 향방이 크게 흔들릴 수 있는 만큼 업계의 시선이 법원에 쏠려 있다. 노조는 21일부터 6월 7일까지 18일간 총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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