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물 금리 5.2% 돌파, 2007년 이후 최고
고유가·재정적자 확대에 장기금리 급등…연준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부상
케빈 워시 신임 연준 의장 앞에 놓인 첫 시험대
미국 장기 국채 금리가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 수준까지 치솟으며 월가에 다시 '채권 자경단(Bond Vigilantes)'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이번에는 고유가와 재정적자 확대, 그리고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겹치면서 시장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19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 3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장중 5.20%까지 오르며 2007년 7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종가 기준으로도 5.18%로 마감했다. 글로벌 채권시장의 기준 역할을 하는 10년 만기 국채 금리 역시 4.67%까지 상승해 올해 들어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채권 금리가 오른다는 것은 채권 가격이 떨어졌다는 뜻이다. 투자자들이 미국 정부에 돈을 빌려주면서 "앞으로는 더 높은 이자를 받아야 하겠다"고 요구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는 단순한 시장 변동이 아니라 미국 경제 전반에 대한 경고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금리 인하 기대는 사라지고 인상 가능성 부상"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시장의 기본 시나리오는 올해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그러나 최근 국제유가 급등으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다시 커지고, 미국 고용시장이 예상보다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면서 분위기는 급변했다. 여기에 대규모 재정적자로 국채 발행이 늘어나자 장기물 투자자들은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선물 시장에서는 올해 12월까지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이상 인상할 가능성을 41.4% 반영하고 있다. 일주일 전보다 약 10%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모닝스타의 리즈 템플턴 수석 상품 매니저는 "시장은 금리가 더 오랫동안 높은 수준에 머물 가능성을 반영하고 있으며, 그 영향이 장기 국채 구간에서 가장 두드러진다"고 분석했다. ING의 벤저민 슈뢰더 수석 금리전략가도 "시장은 명확히 금리 인상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고 진단했다.
오는 22일 취임하는 케빈 워시 차기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에게도 부담이 커졌다. 그는 과거 금리 인하 필요성을 강조해 왔지만, 취임과 동시에 마주한 시장은 오히려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금리의 역습…기술주와 소비까지 흔든다
장기금리 상승은 금융시장뿐 아니라 실물경제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주택담보대출 금리와 신용카드 금리가 오르면 미국 소비자들의 지출 여력이 줄어들고, 기업들의 자금 조달 비용도 높아진다. 이는 투자와 고용을 위축시키는 요인이 된다.
특히 인공지능(AI) 열풍을 바탕으로 급등했던 반도체와 기술주는 금리에 민감하다. 미래 이익을 현재 가치로 환산해 평가하는 성장주의 특성상 금리가 오를수록 밸류에이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최근 나스닥 종합지수를 중심으로 기술주 변동성이 확대된 배경에도 이러한 우려가 자리하고 있다.
미국만의 문제도 아니다. 일본과 영국 등 주요국 장기금리도 동반 상승하고 있다. 고유가, 재정 부담, 국채 공급 확대라는 조합이 전 세계 채권시장을 동시에 흔들고 있다는 평가다.
윌 맥거프 프라임 캐피털 파이낸셜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채권 자경단이 움직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시장이 정부와 중앙은행에 "물가를 제대로 잡지 못하면 더 높은 금리를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는 의미다.
'채권 자경단'은 정부나 중앙은행의 재정·통화정책이 지나치게 완화적이라고 판단할 경우 국채를 대거 매도해 장기금리를 끌어올리는 투자자들을 뜻한다. 이 용어는 월가의 대표적인 시장 분석가인 에드 야데니 야데니리서치 대표가 1980년대 처음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야데니 대표는 특히 케빈 워시가 시장의 신뢰를 얻기 위해 예상보다 매파적인 행보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그는 "케빈 워시는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주재하게 되지만 실제 통화정책 운전석에 앉아 있는 것은 채권 자경단"이라며 "채권시장은 케빈 워시의 비둘기파적 입장에 부정적으로 반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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