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의 글로벌 영토 확장 공식이 한 단계 진화하고 있다.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해 글로벌 빅파마에 넘기고 로열티를 창출하는 방식은 막대한 비용과 긴 시간이 소요되는 신약 개발 리스크를 빠르게 극복하기 위한 최선의 전략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등이 일궈낸 제조업 중심의 위탁개발생산(CDMO) 수주 역시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바이오 위상을 다진 거대한 축임이 분명하다.
이와 함께 국내 기업들은 캐시카우와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해 전 세계 시장을 아우르는 전략 사령탑이 되는 추세다. '글로벌 임상·R&D·투자'를 유기적으로 엮는 신(新) 삼각 구조를 발판 삼아, 변방의 공급 기지를 넘어 세계 시장을 주도하는 글로벌 프로듀서로 도약하고 있다.
최근 GC녹십자는 미국 관계사 큐레보 지분을 글로벌 빅파마 일라이 릴리에 양도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국내 제약사가 해외 바이오벤처를 육성해 글로벌 빅파마에 매각함으로써 대규모 자금을 회수한 실질적 사례다.
한미약품은 중국, 북미 등으로 직접 진출해 있다. 한미약품의 중국법인 북경한미약품은 지난해 기준 연 매출 4000억원대를 기록하는 등 알짜 캐시카우로 성장해 있다. 북미 자회사 HS 노스 아메리카를 통해서는 캐나다 바이오텍 앱토즈 바이오사이언스 인수를 진행하고 있다.
동아에스티는 미국 자회사인 메타비아에서 비만 치료제 등을 개발하며 글로벌 의약품 시장을 정조준한다. 전통 제약사는 물론 HLB의 경우에도 일찍이 미국 자회사 엘레바와 베리스모를 확보해 각각을 신약개발을 위한 임상 기지로 활용하고 있다.
삼성에피스홀딩스 역시 글로벌 R&D 거점 다변화에 나섰다. 최근 중국 베이징에 100% 출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 중국 R&D 센터를 설립했다. 바이오 첨단 기술산업단지와 명문 대학들이 인접한 현지 인프라와 인력을 적극 도입한다는 복안이다.
지금까지 국내 기업들이 이뤄낸 기술 수출 전략과 제조 역량이라는 자양분이 있었기에 가능한 모습들이다. 임상과 R&D, 과감한 투자를 유기적으로 결합한 새로운 삼각 구도가 다음 단계를 결정하고 있다. 특히 미국, 중국 등 거대 규모 시장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판도를 신약, 임상, 공급 등 다각도에서 설계하는 프로듀서로 도약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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