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여파로 계란 한 판 가격이 3개월 만에 9% 가까이 치솟으며 이른바 '에그플레이션' 공포가 현실화되고 있다. 이번 계란값 폭등은 가정의 장바구니 물가뿐만 아니라 외식 및 식품 업계의 원가 부담으로 이어져, 전반적인 생활 물가를 끌어올리는 강력한 도화선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수산물 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지난 1일 기준 특란 30구의 소매 평균 가격은 7412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3월 1일(6828원)과 비교해 불과 3개월 만에 약 8.6%가 뛰어오른 수치다.
지역별 편차도 두드러졌다. 서울 지역의 평균 가격은 6982원으로 7000원 선을 밑돌았으나, 충남 지역의 경우 8005원을 기록하며 전국에서 가장 먼저 8000원 선을 돌파했다.
이같은 계란값 폭등의 주원인은 지난겨울 발생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다. 당시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산란계를 대거 살처분하면서 전반적인 공급 부족 사태가 가시화됐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달 일평균 계란 생산량이 약 4692만 개에 그치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6%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러한 공급난은 계란을 필수 원재료로 사용하는 제과·제빵, 외식 업계에 즉각적인 원가 부담을 안기고 있다. 일반 가정 역시 식탁의 단골 메뉴인 계란 가격이 오르면서 가계 부담이 한층 커진 상황이다.
실제 먹거리와 외식 물가의 가파른 상승세는 통계 지표로도 증명되고 있다.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5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3.1% 상승했다. 물가상승률이 3%대를 기록한 것은 26개월 만이다. 이 중 계란 가격은 전년 대비 무려 10.2% 폭등했으며, 외식 물가 역시 2.6% 상승해 지수 전반을 끌어올렸다.
문제는 계란뿐만 아니라 닭고기(계육) 수급 역시 불안정하다는 점이다. AI 여파로 종계(씨닭)와 육계의 살처분이 이어지면서 치킨 업계도 직격탄을 맞았다.
실제로 오븐구이 치킨 프랜차이즈 굽네치킨은 지난 1일부터 일부 메뉴의 중량을 줄이는 조치를 단행했다. 닭다리살 순살 메뉴 기준 조리 전 중량을 기존 800g에서 700g으로 조정해 사실상 가격 인상 효과를 냈다. 굽네치킨 관계자는 "AI 영향으로 대량 살처분이 이어지면서 닭고기 생산 기반 전반의 공급 부담이 심화된 상황"이라며 "원료육 가격 상승과 수급 불안이 장기화됨에 따라 고심 끝에 중량 조정을 결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식품 업계 관계자는 "전체 원재료 중 계란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지는 않다"면서도 "최근 고유가와 고환율 기조에 부자재 비용까지 전방위로 오르고 있어 기업이 느끼는 비용 압박이 상당하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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