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50 향하는 환율
금리인상론에 실물경제 불안 가중
물가 불안이 경제분야 최대 난제로 떠오를 전망이다. 고삐 풀린 원·달러 환율이 급기야 1550원 선까지 바라보는 지경에 왔다. 외국인의 해외송금 행렬에 원화는 속수무책이다.
중동 사태는 끝이 보이질 않는다. 미국 대통령의 오락가락 말잔치와 갈지자 행보만 벌써 두세 달째다.
이런 탓에 국내 금리 인상론이 힘을 받고 있다. 한국은행이 나서야 할 때임을 지표들이 말해 준다. 그러나 반도체와 주식시장의 기록적 호황의 이면에는 최근 몇 년치와 비교해 별반 다를 게 없는, 부진한 실물경제 지표들이 있다.
매파적 통화정책이 한편으론 민생에 커다란 위협·충격으로 다가올 수 있는 것. 그럼에도, 물가자극 요인 확장세에 대한 정책적 억제 노력은 시급한 상황이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6개월 사이 최고인 3.1%(전년동월대비)를 기록했다. 이 같은 물가 불안은 석유류 가격 폭등과 1500원을 넘나드는 환율 등에 사실 예견된 일이었다.
국내 유가는 좀처럼 내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4월17일 평균 휘발유 소매가는 리터(ℓ)당 2000원대에 진입했고, 5월1일부터 6월3일(오후 3시 기준)까지 한 달 넘도록 2010원 위에서 판매됐다.
또 3일 서울외환시장에서 환율은 오전 2시 기준 1519.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야간거래 장중에는 1520.3원을 찍었다. 미-이란 간 종전을 위한 협상이 개시된 이후 1400원대 중반과 후반 사이를 줄곧 횡보하던 원·달러는 이제 1550원을 넘보고 있다.
주된 요인에 외국인 매도가 있다. 외국계 펀드 등은 올해 들어서만 국내 상장주식 90조 원어치 이상 순매도했다. 막대한 차익을 자국 화폐 등으로 바꿔 본국에 대거 송금하고 있다.
중동전 협상 경과는 여전히 미궁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이스라엘의 네타냐후 총리에게 언성을 높이며 불만을 강하게 표출했다는 외신보도까지 전해졌다. 두 인물이 물론 '오월동주'는 아니다. 하지만 보도 내용이 맞다면 동맹국으로서 추구하는 바가 같지 않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특히 레바논 무장세력 헤즈볼라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습을 두고, 미국-이스라엘 간 이견·균열이 곳곳에서 드러나는 모습이다. 또 미국과 이란은 농축우라늄 반출 문제 관련해 합의 도출이 난망해 보인다.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 단행을 위해 내세울 명분은 충분하다. 고환율 등을 마냥 방치할 순 없는 노릇인 데다 미국 금리 수위를 살피지 않을 수 없는 상황. 미 연방준비제도(Fed)는 금리를 내려야 했는데 실기(失期)했다는 평가를 받는 데 더해, 이제는 외려 올려야 하는 게 아니냐는 압박을 받는다. 전쟁 영향에 미국에서도 에너지 등 물가가 급등했다.
국내의 경우, 전쟁의 여파가 향후 가공식품·외식물가 등에 반영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가공식품의 경우, 업체들이 원재료 가격을 내리고 경쟁당국이 담합행위에 제재 조처를 취하면서 오름세가 일단 둔화한 상태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현재의 물가 상승은 특정 품목에서 영향을 크게 받은 상황"이라며 "다양한 품목으로의 확산 여부를 계속 점검하고 있다"고 밝혔다.
재경부는 석유류 최고가격제(가격 상한)와 유류세 인하 등의 덕에 5월 물가상승률이 0.6%p(포인트) 낮아진 것으로 추산했다. 정부 조처가 아니었다면 3.7%에 달했을 것이란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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