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 당일인 3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동 일대의 복수 투표소에서 투표용지가 전량 소진되어 투표가 전면 중단되거나 유권자들이 발을 동동 구르며 대기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선거인명부에 근거해 철저히 관리되어야 할 투표용지가 부족해 국민의 기본권인 투표가 막히는 초유의 행정 참사에 시민들은 황당함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날 오후 4시를 넘어선 시점부터 송파구 잠실동 지역 주민들의 단체 대화방과 지역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투표 중단 소식이 급속도로 확산됐다.
가장 먼저 문제가 불거진 곳 중 하나는 잠일초등학교에 마련된 투표소다. 한 유권자는 "잠일초 투표소는 투표용지가 부족해서 더 이상 투표를 할 수 없다고 한다"며 현장 상황을 긴급히 전했다. 이어 인근 잠실래미안아이파크(잠래아) 투표소 역시 "투표용지가 없어서 현재 투표를 못 하고 있으며, 현장 방송으로 투표용지 소진을 안내하고 있다"는 증언이 잇따랐다.
현장에 있던 유권자들에 따르면 일부 투표소는 부랴부랴 용지를 추가 요청하며 대기를 유도했으나, 구체적인 안내 없이 무작정 기다리게 하거나 다른 투표소로 가야 하는지 안내조차 불분명해 현장은 극심한 혼선이 빚어졌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투표용지 부족 징후가 이날 오전부터 이미 감지되었다는 점이다.
잠실 트리지움에 거주하는 한 유권자는 "오전 10시경 투표소에 다녀왔는데, 현장 검사원들이 용지가 모자라 추가로 신청했다는 이야기를 자기들끼리 나누는 것을 들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주민 역시 "아침부터 용지가 모자란다는 소리를 이웃에게 전해 들었다"며, 선관위가 조기에 문제를 인지하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해 오후의 '투표 전면 중단 시동'이라는 파국을 맞았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일부 투표소에서는 유권자 한 명에게 실수로 투표용지를 두 장 배부했다가 유권자가 이를 발견해 반납하는 등 현장 관리 부실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나기도 했다.
국민의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러 왔다가 발길을 돌리거나 기약 없이 대기하게 된 주민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한 주민은 "투표소에는 버젓이 선거인명부가 존재하고 그 인원만큼 용지를 준비하는 것이 당연한 상식인데, 투표율이 100%가 아닌 상황에서 용지가 부족하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황당해했다. 또 다른 유권자는 "당일 오전이나 오후 늦게나마 다 끝나는 시간도 아니고 한창 투표할 시간에 용지가 없다는 것은 참정권을 대놓고 방해하는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온라인상에서는 "낙선자들이 재선거를 요구해도 할 말이 없는 상황", "독점적 지위를 가진 선관위를 누가 관리·감독하느냐"라는 질타와 함께, 특정 지역을 겨냥한 부실 행정이 아니냐는 거센 음모론과 부정선거 의혹마저 고개를 들고 있다. 시민들은 주요 방송사 등에 잇따라 제보를 넣으며 조직적인 대처를 촉구하고 나섰다.
선거 당일 유권자의 걸음을 돌려세운 이번 '잠실동 투표용지 증발 사태'에 대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송파구 선관위의 명확한 해명과 책임자 문책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편, 중앙선관위는 3일 오후 "제9회 지방선거 투표율이 지난 선거보다 높아 송파구 일부 투표소에서 준비된 투표용지가 부족한 현상이 발생했다"며 "현재 송파구 선관위에서 해당 투표소로 투표용지를 긴급 이송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앙선관위가 마감 시각 이후에도 투표를 보장하겠다고 공언한 만큼, 현장 대기자들의 투표가 완전히 마무리될 때까지 송파구 일대 투표소의 긴장감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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