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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사회일반

[새벽을 여는 사람들] 박원진 에이유디 상임이사 "소통 장벽 없이 평등하게 살아가는 세상 만들고 싶다"

“선의에 기대지 않는 소통 구조 필요”
쉐어타이핑·소통으로 정보 접근성 확대
AI 시대에도 사람 중심 문자통역 강조

박원진 에이유디(AUD) 상임이사. /에이유디

대한민국 사회 곳곳에는 여전히 보이지 않는 '소통의 벽'이 존재한다. 회의와 수업, 병원, 행정기관, 채용과 직장 교육까지 많은 현장은 여전히 듣는 사람을 기준으로 운영된다. 같은 공간에 있어도 말소리가 문자나 수어 등 접근 가능한 방식으로 전달되지 않으면 농·난청인은 같은 정보를 얻기 어렵다. 이러한 소통 장벽을 낮추기 위해 문자통역을 기반으로 활동해 온 곳이 에이유디 사회적협동조합이다. 에이유디를 이끄는 박원진 상임이사는 대학 수업과 임용시험 준비 과정에서 자막과 문자 지원의 부재를 직접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농·난청인이 필요한 순간 정보를 놓치지 않고 동등하게 배우고 참여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목표로 활동하고 있다.

 

◆개인의 절실함에서 출발한 문자통역

 

에이유디 사회적협동조합의 출발점에는 박원진 상임이사의 개인적 경험이 있었다. 박 상임이사는 대학에서 초등특수교육을 공부하던 시절 장애학생지원센터를 통해 수업 내용을 노트북으로 받아 적어주는 지원을 처음 경험했다. 그는 "지원이 있는 수업과 없는 수업의 이해도 차이가 얼마나 큰지 몸으로 느꼈다"고 말했다.

 

이후 특수교사로 일하며 공립교사 임용시험을 준비하던 과정에서도 비슷한 어려움을 겪었다. 인터넷 강의에 자막이 없어 공부 자체가 쉽지 않았고, 여러 번 반복해서 들어도 놓치는 부분이 생겼다. 박 상임이사는 "이건 나 개인의 불편함이 아니라 농·난청인이 교육과 일상에서 계속 겪는 구조적인 문제"라며 "농·난청인이 필요한 순간에 정보를 놓치지 않고 동등하게 배우고 참여할 수 있는 문자통역 시스템을 직접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했다.

 

당시 수어통역 서비스는 어느 정도 알려져 있었지만 문자통역 서비스는 제도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충분히 자리 잡지 못했다. 박 상임이사는 "농·난청인 모두가 수어를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문자 정보가 더 익숙한 사람에게는 말소리를 실시간 문자로 전달하는 지원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에이유디 행사 현장에서 스크린을 통해 문자통역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에이유디

◆'소통 장벽 없이'…청각의 유니버설 디자인

 

에이유디가 추구하는 가장 큰 목적은 '소통 장벽 없이 평등하게 살아가는 세상'이다. 박 상임이사는 "농·난청인이 누군가의 배려가 있을 때만 참여할 수 있는 사회가 아니라 처음부터 누구나 소통할 수 있도록 설계된 사회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에이유디의 AUD는 Auditory Universal Design, 즉 청각의 유니버설 디자인을 뜻한다. 박 상임이사는 "청각의 유니버설 디자인은 소리 중심의 사회를 문자, 수어, 기술, 사람의 지원이 함께 작동하는 사회로 바꾸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에이유디의 강점은 당사자의 문제의식과 전문 문자통역 서비스, IT 플랫폼, 협동조합 구조가 함께 결합돼 있다는 점이다. 박 상임이사는 "에이유디는 단순히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이 아니라 농·난청인, 문자통역사, 직원, 후원자 조합원이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비영리 사회적협동조합"이라고 소개했다.

 

이러한 방향은 문자통역을 현장 지원에 그치지 않고 서비스 체계로 넓히는 작업으로 이어졌다. 문자통역사가 말소리를 실시간 문자로 전달하면 농·난청인은 행사장 스크린이나 스마트기기 화면을 통해 내용을 바로 확인할 수 있다. 박 상임이사는 "문자통역을 특정한 장애 지원이 아니라 모두의 소통 접근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확장해왔다"고 말했다.

 

◆쉐어타이핑·소통…현장에서 일상 인프라로

 

현재 에이유디가 가장 집중하고 있는 것은 문자통역 서비스를 더 안정적이고 넓게 제공하는 일이다. 기관 대상 문자통역, 개인 대상 문자통역, 서울 문자통역, 경기·인천 문자통역, 조합원 문자통역, 온라인 문자통역 등 다양한 형태의 지원을 운영하고 있다. 이를 소통(SOTONG) 앱과 쉐어타이핑 플랫폼으로 연결해 이용자가 더 쉽게 신청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쉐어타이핑은 문자통역사가 실시간 문자통역을 제공하고 농·난청인이 스크린이나 스마트기기 화면을 통해 문자통역을 제공받는 플랫폼이다. 소통 앱은 문자통역사와 농·난청인을 연결하는 매칭 플랫폼이다. 박 상임이사는 "문자통역이 필요한 사람이 매번 복잡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내게 필요한 순간에 문자통역사를 만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현재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에이유디가 지금까지 활동하면서 가장 의미 있게 보는 성과는 문자통역이라는 개념을 한국 사회에 알리고 실제 현장에서 쓰이는 서비스로 만들어온 점이다. 박 상임이사는 "에이유디가 시작할 당시만 해도 문자통역은 법령에 용어로만 존재하고 일부 대학이나 제한된 현장에서만 낯설게 존재하던 지원이었다"며 "이제는 사회적경제 행사, 공공 세미나, 대학 수업, 기업 교육, 컨퍼런스 등 다양한 현장에서 문자통역이 활용되고 있다"고 했다.

 

에이유디(AUD) 펠로우십 참가자들이 출항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에이유디

◆AI로 넓히는 접근성, 사람으로 채우는 소통

 

AI 음성인식 기술 발전은 에이유디 사업에도 새로워질 가능성을 열고 있다. 회의나 강의, 온라인 행사에서 실시간 자막 제공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농·난청인이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기반이 넓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박 상임이사는 AI가 문자통역을 대신하기보다 더 많은 현장에 문자 기반 소통을 확산시키는 보조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기술만으로 모든 소통 장벽을 해소하기는 어렵다. 박 상임이사는 "소통에는 단어 이상의 맥락이 있다"며 "회의의 분위기, 말하는 사람의 의도, 전문용어, 농담, 감정, 현장 상황은 단순히 음성을 문자로 바꾸는 것만으로 충분히 전달되지 않을 때가 많다"고 말했다. 특히 병원, 상담, 교육, 긴급 상황처럼 정확성과 책임이 중요한 현장에서는 문자통역사의 판단과 조율이 여전히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에이유디는 앞으로 문자통역 지원을 지역과 생활 현장 전반으로 넓히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전국 단위 지원체계를 구축하고 농·난청인 당사자를 위한 펠로우십 사업도 확대할 방침이다. 펠로우십은 농·난청인 체인지메이커가 각자의 분야에서 도전과 성장을 이어갈 수 있도록 문자통역, 멘토링, 네트워크 연결 등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박 상임이사는 "농·난청인 당사자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도전하고 성장하고 자기 분야에서 변화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 돕는 일이야말로 현재와 다음 세대에 투자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 줄의 자막, 한 명의 문자통역사가 누군가의 하루와 인생을 얼마나 바꿀 수 있는지 알고 있다"며 "농·난청인이 매번 '저는 이렇게 소통해야 합니다'라고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가 지속 가능한 소통"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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