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1>독일 닥터루젠, 에른스트 루젠 인터뷰
독일 그랑크뤼 리슬링이라고 하면 와인 애호가라고 해도 고개를 갸웃거린다. 독일에도 그랑크뤼 같은 분류가 있었나 싶어서다.
있었다. 독일어로 그로세 라게(Grosse Lage·그랑 크뤼)다. 1868년 프로이센 포도밭 등급 지도에 그로세 라게가 표시됐음을 감안하면 프랑스 부르고뉴(1935년)보다도 먼저다.
누가 앞섰느냐 경쟁의 문제가 아니라 독일 와인이 시작부터 테루아와 포도의 품질을 세세히 따졌다는 것이 포인트다.
독일 와이너리 닥터 루젠(Dr. Loosen)을 이끌고 있는 에른스트 루젠(Ernst Loosen·사진)은 메트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닥터 루젠은 오로지 가장 좋은 그랑크뤼 포도밭에만 집중하며, 각 테루아가 가진 고유한 개성을 명확하게 드러내는 와인을 만든다"고 강조했다.
닥터 루젠은 독일 모젤강 유역에서 200년의 역사를 이어온 와이너리다. 에른스트는 가문의 6세대다. 닥터 루젠의 10개 주요 포도밭은 모두 그로세 라게다. 독일 와인법상 공인되진 않았지만 독일 최우수 와인 생산자 협회인 VDP에서 공식 인정한 분류다.
포도품종은 단 하나 리슬링이다. 리슬링이 독일에서 가장 널리 재배되는 품종이기도 하지만 특히 와인 명산지 모젤은 리슬링이 생산량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에른스트가 말하는 리슬링의 가장 큰 매력은 다양성이다. 기후나 지역에 따라, 심지어 포도밭에 따라서도 다른 특성을 보인다.
그는 "같은 화이트 품종이라도 샤도네이가 오크 숙성을 했는지 여부로 와인의 개성이 한정되는 반면 리슬링은 팔방미인"이라며 "섬세한 꽃 풍미에서 잘 익은 과실까지, 가벼운 와인에서 농축된 스타일까지, 드라이 와인에서 달달한 와인까지 다양한 스타일을 구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랑크뤼 포도밭에서 잘 자란 리슬링이라면 이제 시간이 해결해준다.
에른스트는 "독일의 리슬링은 테루아를 그대로 투영하는 순수한 표현력의 직관적인 와인"이라며 "인위적인 기술은 쓰지 않고 포도 스스로 배럴 안에서 특유의 균형을 찾을 수 있도록 시간을 준다"고 밝혔다.
독일 리슬링은 오랜 시간 잠재력에 비해 저평가됐지만 이제 기후도, 트렌드도 아군으로 돌아섰다.
독일 와인 산지는 서늘한 대륙성 기후다. 알아듣기 쉽게 풀이하면 기후조건과 관련된 모든 문제는 다 안고 있었단 얘기다. 특히 모젤은 리슬링을 재배할 수 있는 최북단 산지임에도 기후온난화 영향으로 포도를 원하는 만큼 익힐 수 있게 됐다.
젊은 세대일수록 저알코올 주류를 선호하면서 와이너리들이 많은 비용을 들여 알코올 도수를 낮추고 있지만 닥터 루젠은 그럴 필요가 없다. 닥터 루젠 와인은 도수가 보통 11.5도 안팎으로 높아봤자 최고 12.5도다. 반면 같은 리슬링이라도 프랑스의 알자스의 경우 도수가 14도 안팎에 달한다. 특히 모젤 스위트 리슬링의 경우 7.5도에 불과하다.
리슬링은 다양성 만큼 음식 페어링도 선택의 폭이 넓다.
그는 "산도가 높은 드라이 리슬링은 신선한 생굴의 미네랄과 정말 잘 어울리고. 좀 더 힘이 있는 그랑크뤼 드라이 리슬링이라면 익힌 생선요리나 봉골레 스파게티와 마셔보라"고 추천했다.
다음은 우리의 귀가 솔깃할 맵고 짠 음식과의 페어링 꿀팁이다.
에른스트는 "오크 뉘앙스는 매운 맛을 쓴 맛으로 바꿔놓고, 알코올은 도수가 높을수록 매운 맛을 가속화시킨다"며 "맵고 짠 음식이라면 단맛이 한 스푼 들어가면 밸런스가 잘 맞는 것처럼 살짝 단맛이 도는 리슬링이 환상적으로 어울린다"고 말했다.
에른스트는 일흔 생일을 앞두고 있지만 리슬링의 잠재력을 전세계에 알리는 것은 물론 새로운 프로젝트들도 끊임없이 구상 중이다. 독일 본토 와이너리 인수에 이어 미국과 호주, 부르고뉴에서도 와인을 만들고 있다. 향후 새로운 프로젝트에 대해 묻자 계획은 없다면서도 "와이 낫(Why not)?"을 외친다.
그는 "3년 전에도 이젠 나이가 많아서 힘들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중국에 법인을 만들고, 부르고뉴에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선보였다"며 "늘 그렇듯 좋은 품종으로 좋은 와인을 만들고 싶을때 시작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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