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고부가 차종 전면에, 하이브리드 경쟁력 두각
인도 현지화와 AI·로보틱스 투자 강화로 미래 모빌리티 전환 박차
현대자동차그룹이 전 세계 생산·조립 거점 확장과 더불어 스포츠유틸리티차(SUV)와 하이브리드 등 고수익 모델의 판매 확대로 질적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완성차 업체 중 판매량 세계 3위, 영업이익 세계 2위를 기록했다. 과거 '많이 팔아야 돈을 번다'는 공식을 깨고 고부가가치 차량 위주의 믹스 개선과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경쟁력을 앞세워 폭스바겐그룹을 제치고 사상 처음으로 수익성 '글로벌 톱 2'에 이름을 올렸다. 인공지능(AI)과 로보틱스, 전기차, 자율주행 등 미래 먹거리 부문에서의 기술력 확보는 한 단계 더 도약하는 중요한 기회로 보인다.
◆글로벌시장, 수익성 정점 '영업이익 2위'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완성차 시장에서 단순히 차를 판매하는것을 넘어 수익성 부분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폭스바겐그룹을 제치고 토요타에 이어 글로벌 영업이익 2위에 올랐다.
현대차그룹의 2025년 매출은 300조 3954억원, 영업이익은 20조 546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판매량 기준 세계 2위인 폭스바겐그룹의 영업이익(약 15조 3000억원)을 넘어선 수치다. 주목할 점은 효율성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727만대를 판매했다. 폭스바겐(898만대)보다 약 170만대 적게 팔았지만 이익은 5조원 이상 남겼다. 영업이익률에서도 현대차그룹은 6.8%를 기록하며 폭스바겐(2.8%)을 압도했다. 그리고 세계 1위 기업인 토요타(8.6%)도 추격하고 있다.
이같은 성장의 비결은 바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추진해온 프리미엄 브랜드 경쟁력 확보가 자리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이같은 질적 성장은 제네시스 브랜드와 하이브리드 차량이 중심에 있다. 현대차그룹은 수익성이 낮은 소형차 비중을 줄이고 제네시스와 SUV 중심의 고부가가치 차량 판매에 집중했다. 실제로 현대차는 판매 대수가 전년과 비슷했음에도 매출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여기에 전기차 캐즘 상황에 대한 대응도 눈길을 끈다. 전동화 전환에 집중했던 유럽 완성차 브랜드가 부진에 빠진 사이 현대차그룹은 하이브리드 전환으로 수익성을 확보했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기반의 신차 경쟁력에 하이브리드의 수익성이 더해지며 완벽한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는 평가다.
지난해 미국의 수입차 관세 대응도 빛을 발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관세 상승에 대응하기 위해 가격을 올렸지만 현대차그룹은 현지 생산 확대와 재고 조정을 통해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또 현대차는 올 하반기 아반떼 완전변경 모델과 투싼 풀체인지를, 제네시스는 GV80과 G80 하이브리드를 출시하며 친환경차 시장 공략에 나선다.
기아는 북미 시장 인기 차종인 텔루라이드의 하이브리드 모델과 보급형 전기차 EV2로 승부수를 띄운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판매 목표를 전년 대비 3.2% 늘어난 750만 8300대로 잡았다. 이를 통해 글로벌 2위 자리를 굳히겠다는 전략이다.
◆신흥 시장 인도…생산·공급망 현지화
현대차그룹은 세계 3위 자동차 시장인 인도 현지화 전략이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 핵심 생산 거점인 첸나이 공장을 중심으로 생산 확대와 공급망 현지화, 미래 인재 육성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미래 성장성과 비용 경쟁력을 갖춘 인도 시장을 발판삼아 글로벌 시장에서의 주도권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인도에서 전년(85만433대) 대비 소폭 상승한 85만2164대를 판매했다. 현대차가 57만1878대, 기아가 28만286대를 각각 판매했다. 시장 점유율은 18.67%를 기록했다. 현대차 12.53%, 기아 6.14%로 각각 4·6위에 해당하는 성적이다.
올해도 인도 시장에서 판매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현대차는 올해 1분기 인도에서 전년 동기 대비 8.5% 증가한 16만6578대를 판매했고, 기아는 같은 기간 11.6% 늘어난 8만4325대를 기록했다. 양사 합산 판매량은 25만903대로 분기 기준 처음 25만대를 넘어서며 역대 최대 실적을 냈다.
다만 현대차·기아는 인도 시장을 단순히 판매량 확대에 그치지 않고 글로벌 전진기지, 미래 기술 연구개발 현지화로 확장하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지난달 인도 공과대학교(IIT) 하이데라바드·칸푸르, 비스베스바라야 국립공과대학(VNIT) 나그푸르, 테즈푸르대 등 4개 대학과 '현대 혁신센터' 공동 연구체계 참여 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현대 혁신센터 참여 대학은 기존 IIT 마드라스·델리·봄베이를 포함해 총 7곳으로 늘었다.
현대 혁신센터는 현대차·기아가 인도 기술 및 제조업과의 동반성장을 위해 추진하는 중장기 산학 협력 모델이다. 현대차·기아는 이를 중심으로 인도 전역 7개 대학의 우수 인재들과 총 39건의 산학 연구 과제를 추진한다. 주요 과제에는 인도 시장에 최적화한 배터리 설계와 소재 연구, AI 기반 전기차-전력망 연계(V2G) 플랫폼 개발 등이 포함된다.
이를 통해 인도 시장 전략 모델 개발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인도는 고온과 장거리 주행, 혼잡한 도심 교통, 다양한 도로 품질 등 현지 특성에 맞춰야 현지 공략에 성공할 수 있다.
김창환 현대차·기아 전동화에너지솔루션담당 부사장은 "단순한 계약을 넘어 미래를 향한 공동의 약속"이라며 "현대자동차그룹과 인도 학계는 지속 가능하고 혁신적이며 더욱 밝은 미래를 함께 만들어 갈 것"이라고 밝혔다.
◆AI·로봇 등 미래 대응 전환
현대차그룹은 전통 제조기업을 넘어 미래 모빌리티·AI 기업으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핵심 전략은 피지컬 AI와 모빌리티 혁신으로, 로봇 기술을 통해 생산 방식을 혁신하고 전동화·자율주행·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을 통해 이동 수단의 개념을 바꾸겠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현대차그룹은 2030년까지 국내에 총 125조2000억원을 투자하며, 이 중 50조5000억원을 AI·로보틱스 등 미래 사업에 투입한다. 미국에도 260억달러를 투자해 로봇·AI·자율주행 협력을 확대하고 2028년까지 연간 3만대 규모의 로봇 생산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로봇 분야에서는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아틀라스는 최대 50kg 물체를 들고 정밀 작업이 가능하며, 배터리 교체도 스스로 수행한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HMGMA 공장에 시범 투입해 성능을 검증한 뒤 다른 공장으로 확대 적용할 방침이다.
모빌리티 분야에서는 SDV와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강화하고 있다. 올해 자율주행 전문가 박민우 박사를 AVP본부장 겸 포티투닷 대표로 선임했으며, 자율주행 경쟁에서는 기술 속도보다 안전성을 최우선 가치로 내세우고 있다.
정의선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AI와 미래 모빌리티를 중심으로 산업 변화가 가속화되는 만큼 우리에게는 더 큰 성장 기회가 열려 있다"며 "피지컬 AI로 중심이 이동할수록 자동차와 로봇이라는 '움직이는 실체'와 제조 공정 데이터를 보유한 현대차그룹의 강점은 더욱 부각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율주행 기술 경쟁에 대해서 정 회장은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고객 신뢰를 얻을 수 없다"며 "다소 늦더라도 안전 중심의 개발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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