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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유통일반

안그래도 힘든데 식품·유통가로 번진 성과급 갈등…노사 '정당한 보상' 공방

식품·유통업계가 보상을 요구하는 노조의 성과급 요구와 경영 환경 악화를 내세운 사측의 입장이 충돌하며 노사 갈등이 확산하고 있다./챗GPT로 생성한 이미지

반도체· IT 업계에서 촉발된 성과급 및 보상 체계 논란이 최근 글로벌 실적 호조를 누리고 있는 식품·유통 업계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현장 노동자들은 사상 최대 실적에 걸맞은 정당한 보상과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있지만, 기업들은 고유가·고환율 등 경영 환경 악화와 업종별 특수성을 이유로 난색을 표하고 있어 성과 배분의 적정 범위를 둘러싼 노사 간 시각차를 좁히기가 쉽지 않다.

 

식품업계에서는 오리온 영업노동조합(오리온 노조)이 임금·단체협약 협상 결렬을 이유로 이달 초 창사 이래 첫 파업에 돌입하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오리온 노조는 지난 4일과 5일 이틀간 부분파업을 진행한 데 이어 전면 파업까지 검토했으나, 오는 17일 사측과 다시 임금협상 테이블에 앉아 추가 교섭을 이어가기로 했다.

 

오리온 노사 갈등의 핵심 쟁점은 기본급 인상 폭과 수당 체계 개선이다. 노조 측은 회사가 최대 실적을 기록하고 배당을 확대했음에도 불구하고, 영업 목표 상향과 수당 조절로 인해 직원들의 실제 급여는 오히려 줄었다며 전 직무 기본급 7.5% 인상과 기존에 합의했던 기본급·수당 비율 조정(6대 4 → 7대 3) 이행을 요구하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유통업계로도 번지는 모양새다. 신세계 노조는 최근 사측에 성과급 산정 과정의 투명성 강화와 지급 규모 확대를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다. 노조는 성과급 지급률을 현행 10%에서 15%로 높일 것을 요구하는 한편, 성과급 산정 기준을 명확히 공개하고 노사 공동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제도 개선 논의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임금 인상 자체가 노사 협상의 핵심이었다면 최근에는 성과급과 특별보상에 대한 직원들의 관심이 훨씬 커졌다"며 "기업 입장에서는 실적과 경영 환경을 고려해야 하고 직원들은 성과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요구하고 있어 관련 갈등이 다양한 업종으로 확산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사측은 노조의 이 같은 요구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식품·유통업계의 특성상 고부가가치 산업인 반도체·IT 업계 수준의 보상을 일률적으로 적용하기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오리온 사측은 업계 최고 수준의 보상 체계를 갖추고 있으며 지난 10년간 임직원 평균 급여가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특히 최근의 실적 성장이 국내 사업 성과가 아닌 해외 법인의 선전 덕분이라는 점도 사측이 난색을 표하는 이유다. 실제로 올해 1분기 오리온의 국내 매출은 0.4% 성장하는 데 그쳤지만, 중국·베트남·러시아 등 해외 법인이 두 자릿수 성장을 기록하며 전체 실적을 견인했다. 국내 영업직원들의 기여도와 해외 성과를 전적으로 연동하기는 어렵다는 논리다.

 

더 큰 문제는 현재 국내 식품·유통업계가 마주한 대외 경영 환경이 그리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중동전쟁 장기화로 인한 고유가, 고환율, 물류비 상승 여파가 장기화되면서 내실은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

 

최근 한국식품산업협회 주관으로 열린 간담회에서 주요 식품기업들은 포장재와 에너지, 원재료 가격의 전방위적인 상승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를 호소했다. 음료업계는 알루미늄 캔과 페트병 등 포장재 가격 상승에 직격탄을 맞았고, 라면업계 역시 팜유와 대두유 등 필수 유지류 가격 상승 부담을 안고 있다. 소비자 물가 부담을 고려해야 하는 사회적 분위기 탓에 원가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제때 반영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이처럼 전방위적인 원가 압박과 내수 부진 속에서 상당수 기업이 비상 경영체제에 돌입한 가운데, 성과급을 둘러싼 노사 갈등까지 겹치면서 기업들의 고심은 깊어지고 있다.

 

현재 농심 등 주요 식품기업들도 임금 교섭을 진행 중이거나 앞두고 있다. 오리온 노조가 소속된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에는 해태제과, 파리바게뜨, 풀무원, 동서식품 등 주요 식품업체 노조가 대거 참여하고 있어, 이번 오리온과 신세계의 갈등 양상이 유통·식품업계 전반의 도미노 파업이나 연쇄 갈등으로 번질지 업계 안팎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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