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참전유공자 평균연령 90대…기억 전승 위한 시간, 갈수록 줄어
기념식 중심 보훈 넘어 꾸준한 만남·말벗·생활 속 예우 필요
신천지 자원봉사단, 식사대접·간담회·편지낭독으로 관계 형성
봉사자들 “평화로운 일상, 참전유공자 희생 위에 있음을 체감”
6·25전쟁 참전유공자들의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호국보훈의 의미를 다음 세대에 어떻게 전할 것인가가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문제는 시간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국가보훈부 참전유공자 현황 지표에 따르면 6·25참전유공자는 90대 비중이 가장 크고, 고령화에 따라 대상 인원이 지속적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90대가 된 참전유공자들…줄어드는 '기억 전승'의 시간
해당 자료에 의하면 지난 5월 말 기준 6·25전쟁 참전유공자는 3만216 명이며, 이 가운데 91.3%인 2만7580 명이 90세 이상으로 나타났다. 평균연령도 93세에 이른다.
6·25참전유공자회 회원 감소도 심각하다. 전국 6·25참전유공자회 회원은 2020년 7만7141 명에서 올해 5월 3만216 명으로 5년 만에 60% 이상 줄었다. 단체 안팎에서는 10년 이내 생존 회원이 현재의 10% 수준까지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 같은 현실은 보훈이 더 이상 기념일 행사나 일회성 감사 인사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참전유공자들이 살아 있는 동안 그들의 경험을 듣고, 일상에서 예우하며, 젊은 세대가 직접 만나 배우는 방식의 보훈 활동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대안은 '일상 속 보훈'…만남과 대화가 살아 있는 역사교육
국가보훈부도 최근 보훈의 방향을 '일상 속 살아있는 보훈, 모두의 보훈'으로 제시하며 보훈문화 확산과 미래세대 전승을 주요 과제로 설정했다. 국가유공자와 제복 근무자가 범국민적으로 존중받는 문화를 만들고, 보훈의 가치를 다음 세대가 자연스럽게 익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결국 중요한 것은 '기억을 어떻게 생활 속 실천으로 바꿀 것인가'다. 참전유공자에게 필요한 것은 물질적 지원만이 아니다. 누군가가 잊지 않고 찾아와 안부를 묻고, 이야기를 들어주며, 희생의 의미를 존중해 주는 꾸준한 관심은 유공자들에게 있어 중요한 예우가 된다.
신천지 자원봉사단 남산지부(지부장 임현지·이하 남산지부)는 용산구 보훈회관과 6·25참전유공자회 용산구지회(지회장 최영식·이하 용산구지회)를 중심으로 지속적인 보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단순한 행사지원이나 물품 전달을 넘어, 참전유공자들과 반복적으로 만나 관계를 쌓고 세대 간 대화를 만들어 가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식사대접·편지낭독·간담회…관계로 이어진 보훈 봉사
남산지부 봉사자들은 참전유공자들을 대상으로 쌀 기부식, 찰밥 식사대접, 삼계탕 기부식, 말벗 봉사, 평화간담회 등을 진행해 왔다. 직접 감사편지를 작성해 낭독하고, 카네이션 배지를 달아드리며 존경의 마음을 전했다.
활동의 핵심은 '찾아가는 보훈'이다. 용산구지회 월례회에 맞춰 음식을 준비하고, 함께 식사하며 안부를 묻는 방식으로 자연스러운 만남의 장을 만들었다. 처음에는 다소 어색했던 분위기도 식사와 대화가 오가며 빠르게 풀렸다.
참전유공자들은 봉사자들에게 손주 이야기와 전쟁 당시의 기억, 살아온 이야기를 들려줬고, 봉사자들은 그 이야기를 들으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한 유공자는 "군인으로서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인데 매번 챙겨줘서 고맙다"고 말했고, 또 다른 유공자는 "음식 준비가 쉬운 일이 아닌데 일부러 우리를 위해 준비해 줘 감사하다"고 전했다.
특히 지난 4월 평화간담회에서는 유공자들이 자신들을 위해 마련된 자리에 감동을 표했다. 최영식 용산구지회장은 "우리를 위해 이런 자리를 만들어줘 감사하다"며 "아들 딸 손주와도 같은 청년들이 참으로 장하다"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달라진 인식…세대 화합의 장이 된 보훈 봉사
이번 활동에서 주목되는 변화는 봉사자들의 인식 변화다. 이들은 참전유공자들에게 편지를 쓰고 직접 낭독하는 과정에서, 평화로운 일상이 누군가의 희생 위에 세워졌다는 사실을 체감했다.
이서영 봉사자는 "아침에 햇살을 맞으며 자유롭고 평화로운 일상을 보낼 수 있는 것이 이분들의 희생 덕분이었다는 것에 감사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김지겸 봉사자는 "나라를 지켜주신 분들을 실제로 뵙고 편지를 읽어드리니 감사한 마음이 더 크게 올라왔다"고 말했다.
참전유공자들의 생생한 경험담은 봉사자들에게 '살아 있는 역사'가 됐다. 전쟁을 겪지 않은 세대가 참전유공자의 삶을 직접 듣고, 고령의 유공자들은 젊은 세대의 진심 어린 섬김을 통해 위로를 얻었다. 식사 한 끼, 편지 한 장, 사진 한 장이 두 세대의 마음을 잇는 매개가 된 셈이다.
최성선 남산지부 부지부장은 "참전유공자분들을 섬기는 일은 단순한 봉사가 아니라 오늘의 평화를 있게 한 희생을 기억하는 일"이라며 "앞으로도 보훈 활동을 지속해 젊은 세대가 호국보훈 정신을 배우고, 어르신들과 따뜻하게 소통할 수 있는 자리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참전유공자들의 시간이 줄어드는 현실 속에서, 보훈은 더 이상 특정한 달이나 기념일에만 머물 수 없다. 남산지부의 지속적인 보훈 활동은 참전유공자에게는 잊히지 않았다는 위로를, 청년 세대에게는 호국보훈 정신을 체감하는 계기를 제공하며 일상 속 보훈과 세대 화합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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