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人 머니 산업 IT·과학 정치&정책 생활경제 사회 에듀&JOB 기획연재 오피니언 라이프 CEO와칭 플러스
글로벌 메트로신문
로그인
회원가입

    머니

  • 증권
  • 은행
  • 보험
  • 카드
  • 부동산
  • 경제일반

    산업

  • 재계
  • 자동차
  • 전기전자
  • 물류항공
  • 산업일반

    IT·과학

  • 인터넷
  • 게임
  • 방송통신
  • IT·과학일반

    사회

  • 지방행정
  • 국제
  • 사회일반

    플러스

  • 한줄뉴스
  • 포토
  • 영상
  • 운세/사주
사회>사회일반

취업난·주거난이 만든 신직업? 전업자녀의 등장 [영상PICK]

 

사진/AI 생성 이미지

아침에 부모님을 출근시키고 빨래를 돌린다. 점심 장을 보고 저녁 식사를 준비한다. 틈틈이 청소와 분리수거도 맡는다. 그리고 한 달에 용돈 50만원을 받는다.

 

언뜻 전업주부의 일상처럼 보이지만 주인공은 30대 미혼 청년이다. 취업난과 주거난, 고물가가 겹치면서 부모와 함께 살며 집안일을 전담하는 이른바 '전업자녀'가 새로운 사회 현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전업자녀는 경제활동 대신 부모와 함께 생활하며 집안일과 돌봄을 담당하는 성인 자녀를 뜻한다. 전업주부 개념이 자녀에게 옮겨온 셈이다. 2023년 사상 최악의 청년실업률을 기록한 중국에서 처음 등장한 신조어로 알려졌으며 최근 국내에서도 관련 서적이 출간되고 SNS와 유튜브를 통해 다양한 사례가 소개되고 있다.

 

실제로 온라인에서는 20대부터 4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전업자녀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부모가 출근한 뒤 집안일을 전담하고 식사 준비와 청소, 빨래, 병원 동행, 심부름 등을 맡는다. 일부는 자격증 공부나 아르바이트를 병행하지만 집안일 자체를 주된 역할로 삼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 때문에 전업자녀는 흔히 떠올리는 백수나 캥거루족과는 다르다는 주장도 나온다. 캥거루족이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는 개념이라면 전업자녀는 가사노동이라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온라인에서는 "집안일도 노동이다", "가족이 함께 사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반응도 적지 않다.

 

전업자녀라는 단어가 등장한 배경에는 청년들이 마주한 현실이 자리하고 있다.

 

국가통계 자료에 따르면 지난 5월 청년층(15~29세) 취업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만5000명 감소했다. 반면 60세 이상 취업자는 17만1000명 증가했다. 청년층 고용 시장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는 의미다.

 

여기에 높은 주거비 부담까지 더해졌다. 실제로 일부 청년들은 "서울에서 월세 70만원을 내며 몇 년을 버티다가 결국 본가로 돌아왔다"고 말한다. 취업 준비와 생활비 부담을 동시에 감당하기 어려워지면서 독립보다 본가 생활을 선택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이다.

 

통계도 이를 뒷받침한다. 서울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35세 시점 부모와 동거하는 비율은 1970년대생이 20%대였던 반면 1981~1986년생은 41.1%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국무조정실이 발표한 청년의 삶 실태조사에서도 만 19~34세 청년의 54.4%가 부모와 함께 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이를 개인의 게으름이나 의지 부족 문제로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저성장과 고물가, 높은 집값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핵가족 중심 사회가 다시 본가 중심 생활로 일부 회귀하는 과정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부모의 경제력에 지나치게 의존할 경우 자립 능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부모가 은퇴하거나 건강 문제를 겪게 되면 전업자녀 역시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일본은 한국보다 먼저 비슷한 문제를 경험했다. 장기 불황 속에서 사회와 단절된 청년들이 늘어나자 지방자치단체와 기업이 단시간 일자리와 재취업 프로그램을 확대했다. 하루 1~2시간 근무부터 시작해 사회와 다시 연결될 수 있도록 돕는 방식이다. 완전한 취업 이전에 사회와 접점을 만들 수 있는 중간 단계의 제도를 마련한 셈이다.

 

반면 한국은 최근 '쉬었음 청년'이 처음으로 100만 명을 넘어섰음에도 아직 뚜렷한 대책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취업도 하지 않고, 교육이나 직업훈련에도 참여하지 않는 청년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상당수는 사실상 방치되고 있다는 것이다.

 

전업자녀를 무조건 조롱하거나 비난하는 것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중요한 것은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났는지, 그리고 이들이 다시 사회와 노동시장으로 연결될 수 있는 기회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다.

 

전업자녀는 누군가의 개인적인 선택일 수도 있다. 하지만 동시에 저성장과 고물가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 세대의 현실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회적 신호이기도 하다.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Copyright ⓒ 메트로신문 & 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