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영화 '토이 스토리 5'가 개봉 첫날 박스오피스 정상에 올랐다. 그러나 극장가 안팎에서는 할리우드 장수 지식재산(IP)의 자가복제와 스크린 독과점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번 사태는 영유아용에 갇힌 한국 애니메이션의 영세성과 중형 영화가 실종된 한국 영화계의 체질적 위기를 여실히 드러냈다는 지적도 나온다.
18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전날(17일) 개봉한 '토이 스토리 5'는 9만4171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했다.
흥행세와 별개로 영화의 질적 측면에 대한 평론가들의 시선은 냉랭하다. 지난 1995년 첫선을 보인 이후 31년째 이어져 온 '토이 스토리' 시리즈는 전 세계 누적 매출액 약 30억4000만 달러(약 4조7000억원)를 기록한 거대 IP다. 하지만 이번 5편은 스마트 기기 '릴리패드'의 등장으로 기존 인형 '제시'가 소외된다는 설정을 취해 전작들의 흥행 공식을 그대로 재탕한 '알맹이 없는 클리셰 답습'이라는 혹평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대형 외화의 독주로 인한 국내 극장가의 양극화와 스크린 쏠림 현상이다. '토이 스토리 5'가 상영관을 선점하면서 한국 영화 '군체'(누적 530만명), '와일드 씽'(누적 94만명), '백룸'(누적 101만명) 등 간신히 버티던 기존 상영작들의 상영 기회를 제약받는 직격탄을 맞게 됐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한국 애니메이션과 영화 산업의 고질적 한계를 정조준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실제로 국내 애니메이션 시장은 세계적 수준의 기술력에도 불구하고 '뽀로로'나 '티니핑' 등 영유아 타깃 콘텐츠에만 투자가 쏠려 성인층까지 아우르는 전연령판 세계관 기획이 전무한 실정이다.
최근 제작비 상승으로 허리 역할을 하던 30억~50억 원 규모의 국내 중형 영화들이 실종되고 대기업 계열사의 투자·배급·상영 수직계열화로 인한 특정 대작 몰아주기 현상이 심화하면서 한국 영화의 다양성과 자생력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진단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극장가의 안전제일주의 기획과 해외 거대 IP의 공습이 맞물리면서 국내 영화 생태계의 위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국산 오리지널 시나리오 발굴을 위한 투자 환경 조성과 스크린 독과점을 막을 제도적 장치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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