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관세 유예'에 한숨 돌린 정부 … 90일간 대미 협상 총력
'공급망 연결' 대중국·제3국 수출 타격 우려 반도체 불확실성 커… '지원방안' 조속히 마련키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제외한 모든 무역상대국에 부과하기로 했던 상호관세를 석달 가량 유예하기로 전격 발표하면서 정부는 일단 한숨을 돌린 모습이다. 다만, 미국이 125%의 고율 관세를 중국에 부과하기로 하면서 우리나라와 공급망 연결고리가 깊은 대중국 수출과 제3국 수출에는 타격이 예상된다. 특히, 트럼프의 오락가락 관세 부과 발언에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보고 국내 업계 피해 최소화를 위한 대미 협상에 총력 대응하는 한편, 국내 업계 생태계 경쟁력 확보를 위한 지원을 지속 강화하기로 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10일 미국의 상호관세 90일 유예와 관련 "무역에 의존해 성장과 발전을 기대하고 있는 대한민국으로서는 앞으로 90일 동안 모든 협상에 진전을 보여서 관세의 부담으로부터 벗어나도록 더욱더 노력해야겠다"고 강조했다. 한 권한대행은 이날 정부 서울청사에서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미국 상호관세 25%가 90일 동안 유예되고, 기본적으로 부과되는 10%만 부과하는 것으로 (미국에서)결정됐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한 권한대행은 특히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 근거로 꼽히는 규제 등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 근거는) 우리나라 관세 수준, 세제, 세금 수준, 비관세 장벽 등이 포함돼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런것들이 개선이 되면 우리 국민께도 도움이 되는 부분이 굉장히 많고, 특히 규제가 완화되면 외국기업뿐 아니라 우리나라 기업에도 도움이 되는 부분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관세 부과 조치 협의를 위해 방미 중인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도 미국의 상호관세 유예에 따라 협상 여지가 생겼다고 평가했다. 정 본부장은 9일(미국 현지시간) 주미대사관에서 특파원들과 만나 "금번 유예 조치는 미국 측과 관세 협상을 지속해 우리 업계에 미칠 영향을 최대한 줄일 수 있는 여지가 확보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정 본부장은 다만 "미국이 중국에 125% 관세를 부과함에 따라 한국 기업의 대중국 수출이나 제3국 수출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며 "여전히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신속한 대미 협의 등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 본부장은 8일~9일(미국 현지시간)까지 미국 워싱턴 D.C.를 방문해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윌리엄 키밋 상무부 선임고문(국제무역 차관 내정자), 제프리 케슬러 상무부 산업안보국 차관 등 미국 정부 주요인사와 면담을 통해 주요 통상현안을 협의했다. 정 본부장은 그리어 USTR 대표를 만나 미국의 관세조치에 대한 우리측 우려를 전달하고, 한국에 대한 관세율을 낮추기 위한 우리 입장을 중심으로 미측과 협의했다고 산업부는 전했다. 또 키밋 국제무역 차관 내정자와는 관세조치를 포함한 미국 무역정책 관련 논의를, 케슬러 차관과는 안정적인 글로벌 공급망 구축을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정 본부장은 또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과 트럼프 대통령간 통화(8일)를 통해 형성된 우호적 모멘텀을 기반으로 미국 관세조치에 대한 협상을 위한 큰 틀이 마련됐다"며 "금번 논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미국 관세조치를 포함한 주요 통상현안에 대한 미국과의 협의를 지속해 우리 업계에 미치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총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트럼프발 무역전쟁의 불확실성이 커진만큼, 중장기적 관점에서 업계가 대응할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할 방침이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이와 관련해 이날 오전 서울 한국무역보험공사에서 종합 반도체 기업, 팹리스 기업 등과 간담회를 갖고 관세 영향을 점검하고 업계 지원 방안을 논의했다. 우리나라 최대 수출품목인 반도체의 경우 트럼프 정부가 품목별 관세 도입을 예정하고 있는만큼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다. 또 상호관세에 따른 IT 제품 수요 위축도 반도체 수출 여건에 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 다만, 반도체 업계는 미국 내 생산에 한계가 있고 HBM 등 고부가 제품 시장에서 우리 기업의 높은 점유율 등을 고려할 때, 단기적으로 관세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통상리스크에 대응해 수출애로에 긴급대응하는 한편, 투자 인센티브 강화, 생태계 강화 등을 중심으로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반도체 지원방안을 조만간 수립해 발표할 계획이다. 우선, 기업이 당면한 수출 애로 해소를 위해 코트라 '관세 대응 119', 관세대응 바우처 등을 통해 관세·원산지 등 컨설팅을 지원하고, 수입에 의존하는 소재·부품에 대한 비용부담을 경감할 수 있는 대책을 검토하기로 했다. 또 지난 2월 용인 1호 팹 착공을 시작으로 반도체 클러스터의 성공적인 조성을 위해 전력·폐수 등 기반시설에 대한 정부 지원한도 상향, 송전망 지중화 비용분담 등 추가 재정지원을 추진하는 등 기업의 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기반시설 지원과 규재개선에도 속도를 높인다. 관세전쟁 등 공급망 불안 속에서 반도체 생태계 전반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조치도 추진한다. 이를 위해 첨단반도체 양산연계형 미니팹 기반구축을 위한 '트리니티 팹' 운영법인을 상반기 중 설립해 팹 구축에 본격 착수하고, 첨단산업 특화단지 전용 대규모 연구개발 사업을 기획·추진하는 한편, 첨단산업 기술혁신융자 등 사업화 투자도 지속 강화할 계획이다. 안덕근 장관은 "우리가 직면한 통상·공급망 리스크는 민관이 온 힘을 합쳐 대응해야 한다"며 "정부가 각급에서 긴밀한 대미 협의를 지속 전개해나가는 한편, 관세 전쟁은 기업 유치를 둘러싼 투자 전쟁이기도 한 만큼 국가적 역량을 총결집해 반도체 지원방안을 조속히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한용수기자 hys@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