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와칭]양종희 KB금융 회장, 자산 800조원 '리딩금융' 지휘자
지난 2023년 당기순이익 4조6319억원으로 '리딩금융'의 자리를 탈환한데 이어 2024년 5조782억원으로 '5조 클럽'에 입성했다. 올해는 3분기까지 실적만으로도 5조원을 넘어섰고, '6조 클럽' 입성이 기대되고 있다. 자산은 이제 800조원 돌파를 앞두고 있다. 5만원대였던 주가는 지난달 최고 14만원까지 올랐다. 임기 반환점을 돈 양종희 KB금융그룹 회장의 지난 2년간의 성과다. 올해 초만 해도 "한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상황"이라고 경계했지만 다시 한 번 사상 최대 실적 경신이 유력하다. ◆ 36년차 정통 KB맨의 등장 1961년 전북 전주에서 태어난 양 회장은 전주고와 서울대 국사학과를 나와 1989년 국민은행에 입행했다. 초기 종합기획부, 재무기획·재무보고통제부, 서초역지점장 등을 거치며 현장과 본부의 다리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양 회장은 KB금융 내에서도 전략·재무통으로 꼽히던 인물이었다. 2008년에 KB금융지주로 자리를 옮겨 주요 부서장을 맡았고, 2014년부터는 지주 전략 담당 상무, 부사장 등을 지냈다. 지주 전략 담당 임원 시절에는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 인수를 이끌어 냈으며, KB손해보험 대표를 2016년부터 5년간 맡으면서 순이익을 끌어 올리고 그룹 핵심 계열사 반열에 올려 놓았다. 굵직한 인수·합병과 자본정책을 설계한 경험이 '회장 양종희'를 만든 밑바탕이 됐다. 2021년 부회장에 선임된 후에는 3년간 글로벌, 보험, 디지털, 개인고객, 자산관리, SME 등의 부문장을 맡으면서 최고경영자(CEO)를 위한 커리어를 쌓았다. 그룹 내 은행과 비은행 비즈니스 영역까지 총괄 지휘해 그룹의 성과를 높이는 역량을 발휘했다. 2023년 9월 KB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당시 양 부회장을 차기 회장 후보로 선정하고 "지주·은행·계열사의 주요 경영진으로 재직하면서 쌓은 은행과 비은행 전반에 대한 탁월한 전문성을 겸비한 후보다"라며 "KB손해보험 사장 및 KB금융지주 부회장을 역임하면서 보여준 성과와 경영능력은 그룹의 리더가 되기에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그룹 안팎에서는 "냉철한 숫자 감각에 한 번 정하면 끝까지 밀어 붙이는 추진력이 강점"이라는 평가와 함께, 현장 의견을 꼼꼼히 듣는 '소통형 리더'라는 상반된 면모가 동시에 언급된다. ◆ 경영 키워드, 상생·밸류업·생산적금융 양 회장은 취임 첫 날 KB금융의 상징색인 '노란' 넥타이로 출근하면서 "앞으로 CEO로 일하는 동안 국민과 함께 성장하는 KB금융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당시 취임식에는 고객과 소상공인, 협력직원, 사회적기업 대표 등도 참석했다. 취임과 함께 던진 화두는 '상생'이었다. 기존 경쟁 위주의 구도에서 상생으로 패러다임 자체를 전환하지 않고는 '리딩금융'의 자리는 물론 생존 자체도 담보할 수 없다는 위기 의식에서다. 양 회장은 "저출산, 고령화 등 인구구조의 변화로 우리에게 익숙했던 전통적 고객 분류는 이제 무의미해지고 있으며, 부의 양극화로 사회 곳곳에 취약계층이 확대됨에 따라 금융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은 더욱 강조되고 있다"며 "KB가 흔들림 없는 강자로 진화하기 위해선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방법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양 회장은 "기업가치 제고 계획의 완성은 실행력에 달려 있다"며 밸류업도 직접 챙겼다. KB금융은 국내 최초로 보통주자본비율과 주주환원을 연계한 밸류업 프레임워크를 도입하고, 초과 자본을 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에 활용하는 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 '반걸음 혁신'…AI로 승부수 양 회장의 전략 키워드는 '반걸음 혁신'이다. 대규모 승부수를 던지기보다 한 발 앞선 조정과 실행으로 체질을 바꾸는 방식이다. 그는 "불확실성의 시대에 남들보다 반걸음 빠른 변화와 혁신을 통해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 대응해 나갈 것"이라며 "효율 경영과 혁신 성장이라는 두 개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그룹 전체를 변화시켜 나갈 예정"이라고 말한 바 있다. KB금융을 한 단계 끌어올릴 혁신의 수단으로 양 회장은 인공지능(AI)을 택했다. 양 회장은 "금융은 고객의 일상생활 속으로 스며들어가 언제 어디서든 고객이 원하는 형태의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며 주주총회에서도 "고객에게 혁신적인 고객 경험을 제공하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두고 최신 기술들을 빠르게 도입하여 확실한 성공사례들을 만들도록 하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미 오픈한 그룹 공동 생성형 AI 플랫폼을 통하면 KB금융지주와 8개 계열사는 영업 현장과 고객의 다양한 요구에 대응할 수 있는 AI 에이전트를 개발할 수 있다. 그는 "앞으로의 10년은 지나온 10년보다 훨씬 더 많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AI를 중심으로 한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빠르게 세상을 바꾸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 빛과 그림자…다음 시험대는 양 회장의 최대 성과는 내실있는 성장과 밸류업이다. 비은행 부문 순이익 비중을 40%까지 끌어올려 포트폴리오 재편했고, KB손해보험 안착과 카드·증권 사업 확대, AI·디지털 통합으로 그룹 전체 이익 기반을 다졌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당기순이익은 5조1217억원으로 작년 연간(5조780억원)을 이미 웃돈다. 주주환원 정책 역시 시장에서 호평을 받으며 리더십을 인정받았다. 다만 은행 중심 전략과 함께 은행 중심의 인사에서 벗어난 '탕평인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비은행 부문을 키우는 과정에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연체가 늘면서 자본비율에 부담이 된 것은 물론 일부 계열사는 역성장하는 부작용이 노출됐다. 비은행 안에서 리스크나 자본효율 관리 등이 양 회장이 앞으로 풀어야할 과제다. 이와 함께 연말 계열사 사장단 인사를 앞두고 양 회장의 리더십이 관심이다. 올해 말 임기 종료를 앞두고 있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는 KB증권과 KB손보, KB자산운용, KB저축은행, KB캐피탈, KB부동산신탁 등 총 7명이다. 조직 안정화 차원에서는 연임 가능성이 높지만 쇄신을 위해 세대교체에 나설수도 있다. 양 회장은 취임 직후 6곳의 계열사 CEO를 한꺼번에 교체한 바 있다. 내부 승진과 'KB맨' 중심의 조직 장악력은 강화했다는 평가다. ◆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 약력 △출생 1961년, 전라북도 전주 △학력 1980년 전주고등학교 졸업 1987년 서울대 국사학과 졸업 1997년 서강대 경영전문대학원 석사과정 수료 △경력 1989~2007년 국민은행 입행/ 팀원/ 팀장 2007~2013년 재무보고통제부장 / 서초역지점장 / 이사회사무국장 / 경영관리부장 / 전략기획부장 2014년 전략기획부장 상무 2015년 재무기획부, IR 부, HR 부 총괄 부사장 2016~2020 KB 손해보험 대표이사 사장 2021년 KB 금융지주 보험부문장, 글로벌부문장, 보험부문/글로벌부문/CHO/CPRO 관할 부회장 2022년 디지털부문장, IT 부문장 부회장 2023년 개인고객부문장, WM/연금부문장, SME 부문장 부회장 2023년 11월~ (현재) KB 금융그룹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