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KB국민은행 노조, 고객 볼모로 다섯 차례나 파업계획
-노조, 1분기 내내 시리즈파업에 집단휴가와 태업도 계획
-노조 "사측이 협상 테이블 안 나와" vs 사측 "협상 임하는데 왜곡 언론플레이"
KB국민은행 노조가 예고한 총파업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총파업이 현실화된다면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의 합병 이후 19년 만이다.
노조가 총파업을 예고한 오는 8일을 무사히 지나간다고 해도 끝이 아니다. 하루 만의 경고 파업이 아닌 고객을 볼모로 모두 다섯 차례에 걸친 파업을 계획한 것으로 나타났다. 1분기 내내 파업을 반복할 계획을 세웠음을 감안하면 이번 협상 타결이 쉽게 이뤄지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노조가 예정대로 총파업에 돌입한다면 피해는 고객들의 몫이다. 반면 구조조정 등 생존문제가 아닌 성과급이 이번 협상의 쟁점인 만큼 고객들의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는 명분은 약한 상황이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 노조는 오는 8일 1차 총파업을 시작으로 총 다섯 차례에 걸친 총파업을 계획하고 있다. 2차 총파업은 1월 30일과 2일에 걸쳐 이틀간, 3차 총파업은 2월 26일부터 28일까지 사흘간으로 기간도 더 길게 잡았다. 4차, 5차 총파업은 각각 3월 21~22일, 3월 27~29일로 계획돼 있다.
이와 함께 은행 업무가 몰릴 시기인 다음달 설연휴를 포함한 두 차례의 집단휴가와 2, 3월 두 달간 회의참가거부나 계열사 상품판매 거부 등 태업도 예고한 상황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노조가 임단협을 빌미로 해 고객과 직원을 볼모로 극단적 파국을 지속하겠다는 의도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며 "특히 1년 중 가장 바쁜 설 명절 전후부터 3월 말까지 총파업 기간으로 설정하는 시리즈 파업이 현실화되면 은행의 존립기반 자체를 흔들 수도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조의 극단적인 총파업 예고에 경영진은 총사퇴로 배수진을 쳤다.
KB국민은행 전 경영진은 오는 8일 파업으로 영업이 정상적으로 수행되지 못할 경우 사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부행장, 전무, 상무, 본부본부장, 지역영업그룹 대표 등 경영진 54명은 지난 4일 오후 허인 은행장에게 사직서를 일괄 제출해놓은 상태다.
이번 노사갈등의 쟁점은 성과급이다. 노조는 큰 틀에서 제도개선을 요구하고 있지만 최우선 협상조건은 성과급 300%다.
사측은 과도한 요구라는 입장이다. 당초 성과급 지급 기준을 자기자본이익률(ROE)에 연동하자는 제안을 접고, 성과급을 일부 지급할 수 있다고 한 발 물러섰지만 여전히 노조의 요구와는 괴리가 크다.
KB국민은행 경영진 측은 "고객의 실망과 외면, 불편을 초래할 수 있는 파업에 이르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노조가 파업의 명분이 될 수 없는 과도한 요구를 지속하는 상황에서 상식과 원칙을 훼손해가면서까지 노조의 반복적인 관행과 일방적인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며 총사퇴 방침을 밝혔다.
노조의 반발도 거세다. 노조 측은 입장문을 통해 "파업에 대해 경영진은 책임을 지는데 직원과 노조는 무책임하게 강행한다는 인식을 심는 책임 전가 행동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금융산업노조까지 가세하면서 갈등은 깊어지는 모양새다.
금융노조에 따르면 KB국민은행 노조지부 관계자는 "노조를 이기주의 집단으로 매도하며 노동자 간 차별 철폐 문제는 논의조차 하지 않겠다는 사측이 성실교섭을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노동조합이야말로 마지막까지 열린 자세로 논의할 준비가 되어 있으니 진정으로 파국을 막고 싶다면 사측은 즉각 협상 테이블로 나와야 할 것"이라고 했다.
반면 사측은 지속적인 면담을 진행하며 협상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4일에도 은행장과 노조위원장이 면담을 가졌고, 4일과 5일에 경영지원그룹 대표가 노조 수석부위원장과 만남을 이어갔다"며 "은행이 노조와 협상을 하지 않는다는 주장은 사실을 왜곡한 것"이라고 반박했다.주말인 6일도 국민은행 경영진과 노조 측이 협상을 계속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