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순환·교차출자 모두 자본서 제외…"입법 전에 미리 개선기대"
금융그룹 통합감독의 핵심은 그룹차원에서 금융그룹의 자본을 규제하겠다는 자본적정성 평가다. 기존에는 금융규제를 보험, 증권 등 업권별로만 봤지만 앞으로는 그룹 차원의 리스크를 추가로 본다는 의미다. 당초 연말까지 마련키로 했던 세부기준도 이번에 초안을 공개했다. 건전성이 미달할 경우 제재할 수 있는 수단을 담은 통합감독법이 만들어지기 전에 그룹들이 미리 조치에 나서라는 얘기다. 앞으로 삼성, 한화, 교보, 미래에셋, 현대차, DB, 롯데 등 감독대상에 오른 7개 금융그룹은 전체의 적격자본이 필요자본 이상이 되도록 관리해야 한다. 은행은 없지만 실질적인 금융그룹인 만큼 동반 부실의 위험성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서다. 금융그룹은 실제 손실흡수능력(적격자본)이 위기 시 필요한 최소 자본(필요자본)보다 많도록 자본을 관리해야 한다. 적격자본은 금융계열사 자본에서 금융계열사 출자금은 물론 상호·순환·교차출자 등 위기 때 실제 사용하기 어려운 자본은 제외한다. 이와 함께 필요자본은 금융권별로 적용하고 있는 최소 요구 자본에 해당 그룹의 위험도 등을 평가해 더하는 방식으로 산정한다. 또 금융그룹이 특정 분야에 과도하게 집중돼 있다면 이는 집중요인으로 분류돼 필요자본 가산요인이 된다. 해외부동산 관련 위험노출(익스포저)이 크거나 중국·동남아 익스포저가 큰 경우다. 그 결과 7개 금융그룹 모두 자본비율이 일제히 낮아졌다. 금융위원회의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르면 조정 후 자본비율은 ▲삼성 221.2% ▲교보생명 200.7% ▲DB 168.7% ▲롯데 176.0% ▲한화 152.9% ▲미래에셋 150.7% ▲현대차 127.0% 등이다. 모두 100%를 웃돈다고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1~5등급으로 평가토록 돼 있는 전이위험은 모든 그룹이 평균인 3등급을 받는 것으로 가정했고, 집중위험도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세훈 금융위 금융그룹감독혁신단장은 "그룹 위험 관리실태도 평가하지 않았고, 집중위험이나 중복자본 등 조정 항목의 세부 내용이 아직 결정되지 않아 자본비율은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집중위험은 금융그룹의 노출된 금융위험이 특정 분야에 과도하게 집중되어 있는 경우 통상적인 수준보다 더 많은 필요자본을 요구하는 것으로 산업·지역별, 특수관계인 등 거래상대자별, 대주주와의 거래, 비금융계열사 출자액 등을 계산한다. 예를 들어 28조원 상당의 삼성전자 지분을 보유한 삼성생명은 집중위험이 커져 전체 그룹의 자본비율은 더 떨어질 수 있다. 금융그룹의 위험관리 능력도 평가대상이 된다. 즉 위험관리 능력이 부족하다면 더 많은 자본을 쌓아야 한다. 금융당국은 금융그룹의 위험 모니터링과 위험 관리정책 등 위험관리 체계와 위험집중·내부거래 관리와 소유·지배구조 등 전이위험 관리, 이해상충 방지 등 그룹의 위험관리 역량을 5등급으로 평가할 예정이다. 자본적정성과 위험관리실태 평가에 따른 구체적인 개선방안은 증자든 자산처분이든 금융그룹 스스로 선택하도록 했다. 금융당국은 총량 측면에서 리스크 관리의 취약성 개선만 주문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집중위험의 경우 6월 말 기준 이미 한도를 초과한 부분은 경과규정을 통해 3~7년에 걸쳐 필요자본을 분할해 적립토록 하고, 7월 이후 신규로 초과한 부분은 경과규정을 적용하지 않을 계획이다. 한편 기존 모범규준 초안에 있던 금융위의 이행명령 미이행시 금융그룹 명칭사용 금지, 동종금융그룹 전화 등의 행정처분과 금융그룹 유사명칭 사용 금지 등은 최종안에서 삭제했다. 입법사항인 만큼 향후 입법안에 반영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