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와칭]천상 세일즈맨…'도전의 아이콘'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
윤석금 웅진그룹 창업주이자 회장(사진)은 천상 세일즈맨이다. 자본금 7000만원으로 회사를 설립해 한때 15개 계열사, 그룹 전체 매출 5조원을 기록하며 재계 34위(2009년 4월 기준)에 올라서는 신화를 쓴 인물이기도 하다. 그 이후 그룹이 부침을 거듭하면서도 기업가정신을 바탕으로 끊임없는 도전과 극복을 통해 중견기업사에 큰 족적을 남기고 있다. 해방둥이로 팔순이 넘은 윤 회장의 도전은 현재진행형이다. ◆작은 출판사가 중견기업 반열에 웅진그룹의 시작은 도서출판 '혜임인터내셔널'이다. 혜임인터내셔널은 이후 웅진출판→웅진닷컴→웅진씽크빅으로 사명을 바꿨다. 충남 공주 출신인 윤 회장은 회사명에 공주의 옛 명칭인 '웅진'을 붙였다. 2025년 기준 그룹 전체 매출의 42%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웅진씽크빅은 지금까지 웅진그룹의 핵심 계열사로 자리잡고 있다. 참 아이러니한 것은 당시 윤 회장이 이끌고 있던 웅진출판에 현재 교원그룹을 이끌고 있는 장평순 회장이 신입사원으로 입사했다. 장 회장은 4개월만에 '판매왕'이 되는 등 수완을 발휘했다. 장 회장은 이후 웅진출판을 나와 교원그룹의 모태인 (주)교원을 창업했다. 그때가 1985년이다. 윤 회장과 장 회장은 이처럼 동지이자 경쟁자로서 여러 사업 분야에서 선의의 경쟁을 펼쳤다. 이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윤 회장은 1971년 당시 한국 브리태니커사에 입사했다. 그는 1년 만에 전 세계 54개국 세일즈맨 중 최고 실적자에게 주는 '벤튼상'을 수상할 정도로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 초고속 승진을 거듭하며 입사한지 10년도 안돼 판매상무에 오른 그는 세일즈를 통해 얻은 영업 능력에 대한 자신감과 출판 사업에 대한 비전을 갖고 혜임인터내셔널을 창업했다. 혜임인터내셔널은 일본 영어 교재를 수입·번역해 판매하던 작은 출판사였다. 하지만 윤 회장은 단순한 책 유통이 아니라 가정 안에서 지속적으로 학습이 이뤄지는 구조에 주목했다. 방문판매를 통해 쌓은 고객 이해, 세일즈 경험은 학습지 구독 모델로 이어졌다. 특히 '방문판매'는 향후 웅진그룹의 핵심 사업 모델이 됐다. 1980~1990년대를 거치며 웅진씽크빅은 종이 학습지 시장의 주요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 시기 콘텐츠 경쟁력이 비약적으로 상승했을 뿐만 아니라 방대한 학습 데이터와 교육 노하우를 축적했다. 동시에 단행본 출판에서도 시장 지배력을 확보하며 교육·출판 기업으로서 확고한 기반을 다졌다. 이때 쌓인 콘텐츠와 데이터는 훗날 디지털 전환의 핵심 자산이 된다. 웅진씽크빅은 2024년 기준으로 6622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웅진그룹의 도전과 시련 그리고. 지금은 넷마블의 회사가 된 옛 '웅진코웨이'는 윤 회장의 가장 아픈 손가락 중 하나였다. 윤 회장은 당시 대기업이 선점하고 있지 않았던 생활환경가전 분야를 공략하기위해 웅진코웨이를 1989년 설립했다. 이후 IMF 시절 고객들이 고가의 정수기 구입을 꺼려하고 재고가 쌓여가자 윤 회장은 '렌탈 시스템'을 통해 위기를 타개했다. 역발상이 먹혀들어간 것이다. 이와 함께 사후관리 문제도 '코디 시스템'을 도입하고 정기점검 서비스를 실시하면서 고객만족도를 극대화했다. 웅진코웨이가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렌탈 시스템은 이후 정수기, 비데, 연수기, 청정기 등 생활환경가전사업을 펼치는 모든 기업들의 사업 모델로 자리잡았다. 선구자 역할을 윤 회장이 한 것이다. 웅진코웨이는 웅진그룹을 재계 30위권으로 끌어올리는데 핵심 역할을 했다. 윤 회장은 국내 출판업계 1위로 올라선 웅진출판, 국내 최초의 생활 가전 렌탈이라는 비즈니스를 제시하며 빠르게 성장한 웅진코웨이, 그리고 곡물음료의 대명사인 웅진식품(1986년), 종합 도서 물류회사인 북센(1996년) 등을 토대로 신사업에 대거 뛰어들었다. 태양광 에너지 기업 웅진에너지(2006년), 웅진폴리실리콘(2007년)을 잇따라 설립하고 이후 극동건설과 새한(웅진케미칼)을 인수하며 미래 먹거리에 도전했다. 웅진폴리실리콘은 2011년 4월 경북 상주에 폴리실리콘 생산을 위한 대규모 공장을 준공하기도 했다. 당시 윤 회장은 준공식에서 "세계 1등 태양광 기업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그룹은 복병을 만났다. 2008년 금융위기에 따른 국내외 경기 침체 여파, 무리한 사업 확장에 따른 재무 부담 가중, 중국의 태양광 사업 공략으로 인한 신사업 부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창사 이후 최대 위기를 맞으며 결국 그룹이 법정관리까지 갔다. 위기 속에서 웅진그룹은 선택과 집중을 택했다. 그룹의 상징이던 웅진코웨이를 비롯해 웅진식품 등 주요 계열사를 매각하며 재무 구조를 개선했고, 교육이라는 본질로 돌아가는 결단을 내렸다. 그렇게 법정관리를 1년 4개월 만에 졸업했다. 윤 회장은 사모펀드에 팔았던 코웨이를 한때 다시 품에 안기도 했지만 결국 재매각할 수 밖에 없었다. ◆다시 도전…요람에서 무덤까지 법정관리 이후 웅진그룹은 웅진씽크빅을 통해 '에듀테크'를 새로운 성장 축으로 삼고 발 빠르게 제품 개발에 착수했다. 2014년 태블릿 기반 학습 서비스 '웅진북클럽'을 선보이며 종이 학습지 중심의 사업 구조를 빠르게 디지털로 전환했다. 그동안 축적한 학습 데이터는 인공지능(AI) 학습 시스템의 토대가 됐고, 이는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교육 수요가 급증하는 환경에서 경쟁력으로 작용했다. 이 흐름 속에서 탄생한 디지털 학습지 '웅진스마트올'은 현재 AI 맞춤 학습 모델을 대표하는 서비스로 자리 잡았다. 학습 전 과정을 데이터와 AI로 개인화하며 기존 방문 학습 방식의 한계를 뛰어넘었고, 웅진씽크빅은 전통 교육 기업에서 기술 기반 교육 플랫폼 기업으로 변모했다. 지금은 증강현실(AR)을 접목한 독서, 한국어 학습 앱, 성인 교육과 콘텐츠 IP 사업까지 영역을 넓히며 학령인구 감소라는 구조적 한계를 넘어서는 새로운 성장 경로를 모색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국내 상조업 1위 기업인 프리드라이프의 지분 99.77%를 8829억원에 인수하고 사명을 '웅진프리드라이프'로 바꾸며 상조업에도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웅진프리드라이프는 업계 최대 수준의 선수금을 자랑하고 있다. 웅진프리드라이프를 통해 웅진그룹은 라이프 케어 분야까지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있다. 웅진그룹은 현재 21개의 계열회사를 두고 있다. 그룹이 영위하고 있는 사업으로는 ▲출판 및 교육서비스(웅진씽크빅, 웅진컴퍼스) ▲국내외 물류 유통(웅진북센, 웅진에버스카이) ▲오락문화 및 운동 서비스(웅진플레이도시) ▲골프장 및 체육시설업(렉스필드컨트리클럽) ▲문화체험 및 놀이 플랫폼 사업(웅진컴퍼스) ▲화장품 판매(웅진휴캄) ▲장례업 및 부대사업(웅진프리드라이프, 현대의전) ▲금융상품 투자운용(프리드캐피탈대부) 등이 있다. 2024년 말에는 렉스필드재팬을 설립하고 일본 치바현에 있는 18홀 대중 골프장을 인수하기도 했다. 지주사 겸 사업회사인 ㈜웅진은 SAP을 기반으로 한 전사적자원관리시스템(ERP)과 독자 개발한 렌탈 및 구독 비즈니스용 관리 시스템 WRMS(Woongjin Rental Management System), 자동차 딜러사에 필요한 업무를 통합 지원하는 솔루션 WDMS(Woongjin Digital Mobility Solution)을 구축해 판매하면서 안정적인 사업 기반을 구축하고 있다. ◆윤 회장의 어록 그리고 경영철학 "혁신은 스스로 희망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나는 할 수 있다'라고 말하라, 그 순간 이미 그 일은 가능한 일이 된다." "리더는 군림하는 사람이 아니라 봉사하는 사람이다." "세상이 좋아지고 기술이 발달해도 그 안에 사람이 없으면 의미가 없다." "자신의 말을 긍정적으로 바꾸면 생각과 인생을 바꿀 수 있다." 웅진그룹의 경영철학은 '또또사랑'이다. 이는 '사랑하고, 또 사랑하고, 또 사랑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는 신기(神氣)를 발휘하려면 사랑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윤 회장의 철학이 담긴 말로, 국내 기업 가운데 경영에 사랑의 개념을 도입한 최초의 사례다. 이 철학은 더욱 의미를 더욱 구체화해 지금은 ▲고객에 대한 사랑 ▲변화에 대한 사랑 ▲사회에 대한 사랑 ▲도전에 대한 사랑 ▲조직에 대한 사랑 ▲일에 대한 사랑 등 6가지 실천사항으로 정립됐다. 이런 철학에 따라 웅진그룹은 고객에게 단기적인 성과보다 신뢰와 만족을 반복적으로 쌓아가는 서비스를, 구성원에게는 성장과 도전을 응원하는 조직 문화를, 사회에는 교육과 문화, 생활 전반에서 긍정적인 가치를 환원하는 기업을 지향하고 있다. ◆윤 회장의 두 아들, 쌍두마차 경영 윤 회장의 두 아들인 장남 윤형덕, 차남 윤새봄은 일찌감치 그룹 곳곳에서 경영 수업을 쌓아왔다. 그룹의 사업지주사인 웅진 대표를 맡았던 윤새봄 대표는 2026년도 정기 임원인사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웅진 대표를 맡은 지 3년 만이다. 윤새봄 부회장은 상조회사 인수전에서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형덕 부회장은 앞서 렉스필드 컨트리클럽 부회장으로 동생보다 먼저 승진했었다. 이에 따라 윤새봄 부회장은 지주 부문을 총괄하는 동시에 교육과 상조 분야를, 윤형덕 부회장은 렉스필드 컨트리클럽을 비롯한 관계사를 각각 맡고 있다. 지주사인 웅진 지분은 동생인 윤새봄 부회장이 16.3%로 형인 윤형덕 부회장(12.88%)보다 다소 많다. ◆그룹 주요 연혁 1980. 도서출판 헤임인터내셔널 설립 1983. 웅진출판으로 사명 변경 1986. 국내 출판업계 1위 도약 1986. 웅진식품 설립 1988. 코리아나 화장품 설립 1989. 웅진코웨이 설립 1994. 웅진출판 회원제 학습지 '웅진씽크빅' 출시 1996. 도서물류기업 웅진북센 설립 1998. 웅진코웨이 렌털 사업 개시 1999. 웅진씽크빅, 회원 50만 돌파 2003. 렉스필드CC 그랜드 오픈 2004. 웅진북센 출판물류센터 준공, 웅진코웨이 매출 1조 달성 2009. 웅진플레이도시 인수, 웅진코웨이 렌탈 300만 돌파 2011. 웅진씽크빅, 웅진컴퍼스 인수, 웅진그룹 매출 6조원 돌파 2014. 웅진씽크빅, 국내 최초 디지털 학습물 '웅진북클럽' 출시 2016. 웅진북클럽 50만 회원 돌파 2017. 웅진씽크빅 전과목 AI 학습 플랫폼 '웅진스마트올' 출시 2023. 웅진씽크빅 'AR피디아' CES 혁신상 3회 연속 수상 2024. 웅진씽크빅, AI 기반 독서 플랫폼 '북스토리' CES 최고혁신상 수상 2025. 웅진프리드라이프, 웅진그룹 계열사 편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