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금, 1년만에 국내주식 순매수…"비중 하향 기조 유지"
국민연금 등 연기금이 1년 만에 국내주식 매수세를 나타냈다. 지난해 5월 이후 첫 월간 기준 순매수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장기적으로 국내주식 비중을 낮추기로 한 결정에 변화가 없다는 입장이다. 1일 한국거래소(KRX)에 따르면 연기금은 지난 5월에 국내주식(코스피·코스닥) 606억원 규모를 순매수했다. 지난해 6월부터 지난 4월까지 연기금은 국내주식을 27조4871억원 가량을 팔아 치웠다. 같은 기간 전체 기관의 순매도 금액이 63조2165억원임을 감안하면 기관 매물의 절반 가까이 차지했다. 동학개미가 증시 하락의 주범은 연기금이라고 꼬집었던 이유다. KRX가 연기금으로 분류하는 수급 주체는 연금, 기금, 공제회와 함께 국가, 지자체 등을 포함한다.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교직원공제회, 군인공제회, 행정공제회, 우정사업본부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 중 국민연금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순매수 1위 종목…삼성바이오로직스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매수 전환은 중기자산배분안에 따라 국내주식 목표 비중에 도달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기금위)는 국내주식 목표 비중 이탈 허용범위를 1%포인트 확대해 비중 상한을 19.8%로 상향 조정했다. 또 이달 들어 공매도 부분 재개가 시작되자 공매도 우려로 주가가 부진한 저평가 종목을 사들였다는 분석이다. 5월 한달간 연기금의 순매수 상위 1위 종목은 삼성바이오로직스였다. 연기금은 삼성바이오로직스 1643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미국 화이자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위탁 생산 계약을 맺었다는 소식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어 현대차(1255억원), 대한항공(1199억원), CJ제일제당(890억원), 기아차(837억원), 에쓰오일(827억원), 호텔신라(804억원) 등을 순매수했다. 글로벌 경기회복으로 수출 회복세가 예상되는 자동차주, 코로나19 백신 접종으로 여행 재개 기대감이 반영된 항공주·면세점주, 경기민감주로 꼽히는 식품주 등을 골라 담았다. 반면 같은 기간 순매도 1위 종목은 삼성전자(5762억원)였다. 이어 LG화학(1509억원), SK하이닉스(1286억원), SK텔레콤(1474억원), 네이버(1142억원) 등을 팔았다. ◆국내 주식 줄이고, 해외 비중 늘린다 국민연금은 장기적으로 국내주식 비중을 줄이고, 기금의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해외투자 역량을 강화한다는 방향성을 갖고 있다. 지난달 28일 국민연금은 올해 제6차 기금위 회의를 열어 2022~2026 중기자산배분안, 기금운용계획안, 국민연금기금 투자제한전략 도입방안 등을 심의·의결했다. 우선 장기적으로 국내주식 비중을 더 줄이기 위해 오는 2022년 말 목표 비중을 기존 16.8%에서 16.3% 수준으로 낮췄다. 이어 2026년 국내주식 자산 비중은 기존 15%에서 14.5%로, 해외주식 자산 비중은 기존 35%에서 35.5%로 조절할 계획이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기금위 위원장)은 모두발언에서 "국민연금기금은 오는 2029년까지 보험료 수입이 지출보다 많은 기금축적기로 적극적인 기금 운용을 통해 장기수익률을 높여 기금 재정 안정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기금이 성장함에 따라 금융시장 영향도 고려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민연금은 세부 자산군별 목표 비중을 올해부터 비공개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공개된 국내주식과 해외주식 목표 자산 비중 역시 국민연금의 공식 발표가 아니라 기금위 관계자를 통한 내용으로 확인됐다.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매도에 대한 동학개미들의 부정적 여론을 의식해 자산군별 목표 비중을 비공개하게 됐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