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의 책장] 이경우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가 추천한 '대통령을 위한 물리학'
이경우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 이 책은 저자인 리처드 뮬러 교수가 서울대학교에서 진행한 '에너지, 기후변화, 그리고 과학기술'이라는 강의에서 소개를 듣고, 내용을 더 알고 싶어서 읽기 시작했다. 원서의 제목은 한글 번역본과는 조금 다른 'Physics for future Presidents' 이다. 제목에서 유추되는 바와 같이 장래 지도자로 성장할 사람들에게 사회적 영향이 큰 이슈들에 대해서 과학적 사고와 과학에 기초한 지식과 자료를 통해서 사회 현상을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주는 책이다. 리처드 뮬러 교수는 물리학자로서 과학적 사고와 자료에 바탕을 두고 사회 문제와 환경 문제를 이해하고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적극적으로 사회 문제 해결에 참여하고 있는 행동주의 과학자이다. 이 책은 테러, 에너지, 원자력, 우주 그리고 지구 온난화라는 인류에 큰 영향을 미치는 5가지 주제를 다루고 있다. 저자는 각 주제에 대해서 과학적 지식이 충분하지 않은 일반인이나 정치가들이 잘못 생각하고 있거나 환경을 중시하는 사람들이 과장하고 있는 사실들에 대해서, 문제를 정확하게 인식할 수 있도록 과학적 배경과 자료를 바탕으로 설명하고 있다. 동시에 오류가 포함되어 있다고 해서 환경에 대한 주장들이 허구가 아니라는 점도 역시 과학적 근거로 보여주고 있다. 예를 들어서 지구 온난화를 다루는 부분에서 온난화 때문에 자연재해가 증가했다는 주장이 사실이 아님을 다양한 데이터를 사용해서 보여주고 있으며, 엘 고어가 보여준 소위 하키 스틱이라 불리는 급격한 온도 증가 그래프나 이산화탄소와 온도 관계 그래프 역시 정확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렇긴 하지만 현대에 와서 대기 온도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 사실이며 이러한 온도 증가에 인간의 역할이 크다는 것에 대한 과학적 증거를 보여주면서 역시 우리가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는 것을 보여준다. 그동안 읽어본 이 주제에 대한 많은 책이 온난화를 지나치게 과장하거나, 실재하지 않는 허구라는 둘 중의 한 입장에서 서술되어 있는데 비해서 이 책은 상당히 객관적인 시각에서 온난화 현상을 분석하고 있다. 대통령을 위한 물리학, 리처드 뮬러 저, 장종훈 역, 살림출판사, 1만 5000원 책이 출간된 지 10년이 넘었기 때문에 수정되어야 할 자료들도 있고, 물리학이 아닌 분야의 내용 중에 일부 오류가 있지만 책의 전체적인 논조를 손상할 수준은 아니며, 독자들은 이 책 속에서 그동안 잘 몰랐던 또는 잘못 알려져 있던 여러 내용에 대한 새로운 사실들을 접할 수 있고 이러한 내용을 바탕으로 자신의 생각을 다시 정리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의 또 다른 장점은 뮬러 교수가 많은 과학적 진실들을 제시하면서도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결론을 내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회 문제의 결론은 과학만으로 나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저자가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결론을 내지 않는 대신에 '미래의 지도자가 될' 독자들에게 '당신은' 이 문제들에 대해서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를 묻는다. 어려운 문제이긴 하지만 그 내용을 과학적 사실과 과학적 사고에 기초해서 이해한다면 더 좋은 해결책을 찾을 것이고, 또 다른 사람들을 잘 설득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저자의 믿음이 책 전체에 흐르고 있다. 현재 우리 사회에는 에너지, 환경 그리고 원자력 등의 이슈에 대해서 신념과 과학이 어지럽게 섞여서 첨예한 사회적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이러한 이슈들은 단지 논란의 중심에 있는 것에 머물 것이 아니다. 이 문제들을 해결하는 정책이 도출되어야 하고, 이 정책들은 우리 사회의 미래 그리고 우리 산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에 큰 영향을 주게 될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정책은 올바른 사회적 논의를 통해서 합리적인 해결 방향이 도출되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 우리 사회는 바람직한 논의를 통해서 해결의 방향을 찾기보다는 갈등이 계속 진행되면서 증폭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시기에 이 책은 우리가 문제에 어떻게 접근하고 어떻게 해결방안을 찾아 나갈 수 있을 것인가를 보여주는 좋은 안내서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이경우 서울대 재료공학과 교수는 다음 글쓰는 이로 조영래 공과대학 학장협의회 회장(부산대 공과대학 학장)을 추천했다. /박태홍기자 pth7285@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