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날까지도 불타오르는 선거 유세 현장
4·7일 서울시장 보궐선거 투표날이 밝았다. 후회가 없었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그들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 선거였다. 본투표를 하루 남기고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는 새벽노동자들이 타는 '6411'버스를 함께 타며 '큰 품'으로 시민들을 챙기는 서울시장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막판 굳히기에 나선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는 '스마일 유세'에 나서며 지난 10년간 침체된 서울을 바꿔 코로나19로 울적한 나날을 보내고 있을 서울 시민 모두가 웃을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두 후보의 치열했던 마지막 선거운동 속으로 들어가 본다. ◆ 朴 구로에서 '6411'버스 탑승… 박 후보는 6일 새벽, 6411번 버스 첫차 탑승을 첫 일정으로 선택했다. 그는 6411번 버스 탑승에 대해 "(6411번 버스는) 주로 필수노동자들이 타고 아침 일찍 떠나서 서울의 새벽을 깨우는 분들이 함께 하는 버스"라며 "우리가 '필수노동자의 삶이 투명인간'이라는 이야기를 듣지 않을 수 있도록 제도를 바꾸고 지원할 방법은 없는지 생각해 볼 것"이라고 버스에 탄 이유를 전했다. 6411 버스는 서울 도심 고층 오피스에서 일하는 미화·경비 노동자들이 출근하기 위해 타는 버스로 故(고) 노회찬 정의당 의원 덕분에 유명해졌다. 노 전 의원은 지난 2012년 진보정의당 대표 수락 연설 당시 "(버스에 탄 승객들은) 이름이 있지만, 그냥 아주머니, 청소하는 미화원일 뿐, 존재하되 우리가 존재를 느끼지 못하고 함께 살아가는 분들"이라며 필수노동자 삶을 조명한 바 있다. 이에 박 후보가 이른바 '노회찬 버스'로 불리는 6411 버스를 탄 것은 정의당 지지율 끌어안기라는 해석이 나온다. 박 후보는 이와 관련 6411 버스를 타고 노량진수산시장에 내린 뒤 기자들과 만난 가운데 "저는 노 의원님이 동작 출마하셨을 때 혼신의 힘을 다해 도와드렸다. 다른 정의당의 보궐선거 있었을 때 저는 그때 유불리를 따지지 않고 진심을 다해 매번 거의 매번 도와드렸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버스에 오른 박 후보는 시민들과 대화를 나누며 필수노동자 삶에 대해 경청했다. 그와 만난 한 시민은 "저희는 원래 6시까지인데 (사무직) 직원들 오기 전에 (청소를) 다 해놔야 해서 일찍 가는 것"이라며 "버스 첫차를 10분 당겨주거나 전철 첫 시간을 앞당겨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도 "회사를 몇 시까지 가야 하는데 첫차 놓치면 시간이 안 맞춰진다"며 "2층 버스 해줬으면 좋겠단 생각도 있다. (오전) 5시 이전에는 배차 간격이 별로다"라고 말했다. 박 후보는 6411 버스를 타고 노량진역에서 내린 뒤 노량진수산시장에서 일하는 상인과도 만났다. 이후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아침 일찍 새벽을 여는 분들 덕분에 다른 사람들이 조금 더 편안한 삶을 살 수 있다는 고마움을 느꼈다. 겸손한 자세로, 낮은 자세로 임해 서민의 삶을 더 알뜰살뜰 챙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이날 새벽 6411 버스 유세에 이어 광화문 광장, 서대문구 홍제역, 은평구 연신내역 교차로, 영등포구 여의도역, 마포구 홍익대 상상마당 및 연남동 경희선숲길 등을 거쳐 다시 광화문 광장에서 유세를 이어갔다. 이 과정에서 본지가 이날 오후 박 후보 홍제역 유세에 만난 시민 김모씨는 "1년 짜리 시장인데 여당이 하는 게 더 좋지 않겠냐. 지역 반응도 더 좋다"며 지지 발언을 하기도 했다. 박 후보도 버스기사·편의점 종사자 등 10명의 직군 종사자와 함께한 광화문 광장 마지막 유세에서 "꼭 승리해서 서울시민의 평범한 삶을 지켜내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선거운동 기간 박 후보를 보좌한 김한규 대변인은 본지와 만난 자리에서 "갈수록 선거 분위기 올라오고 지지자들의 응원의 강도가 세지고 있다"며 "초반엔 열세로 시작했는데 지지자들이 결집하는 것이 현장에서 보인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면 좋은 결과 있을거라 확신하고 있다"고 소회를 밝혔다. ◆ 吳 선거 유세 마지막날도 네거티브 공세··· 공약 홍보는 찔끔 공식 선거 운동 마지막날인 6일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는 서울 북부를 눈웃음 모양의 이모티콘 형태로 훑는 '스마일유세'에서 현 정권의 실정에 맹공을 가하며 네거티브 공세를 이어갔다. 지난 4년간 집권 여당의 내로남불 행태에 분노한 시민들은 기호 2번으로 마음이 기우는듯하면서도 막판까지 '상대 진영 때리기'에 열을 올리는 야당의 모습에 질려했다. 이날 오전 서울 노원구 상계백병원 사거리에서 열린 선거 유세에서 오 후보는 더불어민주당을 깎아내리는 말로 연설을 시작했다. 오 후보는 "위선의 뜻이 뭐냐. 입으로는 공정과 상생을 얘기하면서 뒤로 하는 행동은 공정을 파괴하고 갑질하고 의석수가 많다고 야당 무시하고, 그리고 진실에 반하는 부끄러운 행동을 하는 것 아니겠냐"면서 "부동산 가격을 폭등시켜 서민들이 걱정하게 만들고 일년내 K-방역에 성공했다고 자랑하더니 전 세계에서 백신 접종 속도가 111등인 게 무능이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아빠찬스 써서 의사되고 성폭행, 성추행해도 우리당이면 위인이 되는 게 내로남불 아니냐"고 덧붙였다. 선관위가 최근 특정 정당을 연상케 한다는 이유로 '위선, 무능, 내로남불'이라는 단어 사용을 불허해 이를 작심 비판한 것이다. 6일 오 후보보다 먼저 무대에 오른 청년 대표 정모(29) 씨도 민주당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정 씨는 "지금 대한민국 청년들의 분노는 어디에서 나온 것이냐? 첫째, 서울의 평균 아파트값이 9억원이 넘는다. 둘째, LH투기 범죄사건으로 통신비도 못 내는 청년들의 희망마저 깨졌다"며 "윤미향 사태, 조국 사태, 추미애 사태, 울산시장 부정선거 개입, 태양광 사업한다고 탈원전 추진해서 산사태 만들고, 태양광 사업 중국 업체에 의뢰했다는 거 해명 좀 부탁한다"고 일갈했다. 이어 "이낙연 위원장님, 이제 와서 부동산 정책 실패했다고 사과하고 국민들의 회초리는 아프지만 서울시 살림은 시장이 해야 한다고요? 회초리 말고 몽둥이로 때리고 싶습니다"면서 "박영선 후보님, 서울시장 토론회 나오면 오 후보 저격하느라 자신의 정책 이야기 진정성 있게 한마디도 못하는데 이쯤 되면 누구 뽑아야 하는지 삼척동자도 알 것 같다"고 비꼬았다. 민주당, 문재인 정권, 박영선 후보에 대한 비판을 마친 후에야 오 후보는 노원구의 미래 비전을 제시했다. 무대에서 연설한 시간 총 564초 중 252초를 공약 홍보에 투자했다. 전체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44.6% 수준이나 지난달 30일 영등포역 앞에서 진행된 유세 때 전체 595초 가운데 10초(1.68%)만을 공약 말하는 데 썼던 것보다는 26.5배나 늘어 괄목한 만한 성장으로 볼 수 있다. 오 후보는 노원구 주민들에게 ▲재건축 추진 ▲1년간 공시지가 동결 ▲창동차량기지에 동북권 제4의 도심 조성 ▲바이오메디컬단지 구축 지원을 약속했다. 노원구에서 선거 운동을 마친 오 후보는 곧장 강북구로 이동해 수유사거리 골목을 순회하며 유세를 했다. 유세 현장에서 얼결에 그와 주먹 인사를 나눈 50대 안모 씨(도봉구 거주)는 "나는 문재인을 뽑았는데 대통령의 공약이라든가 이런게 제대로 이뤄진 게 없다. 그래서 이번엔 오세훈이를 지지한다 뭐 이런 것 보다는 사람을 좀 한번 바꿔보고 싶은 거다"고 털어놨다. 그러자 옆에 있던 일행들이 '제대로는 뭘, 하나도 한 게 없지', '난 전라도 사람인데도 오 후보 지지한다' 등의 말을 보탰다. 안 씨는 "어제도 서울시장이 되고 싶은 사람들이 하는 토론이면 공약을 얘기해야 할 것 아니냐. 그런데 서로 헐뜯어. 나는 이럴 바에는 차라리 다른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일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