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서울시장 보궐선거] 확 달라진 선거 유세
선거 유세법도 다양해지고 있다. 일방적으로 후보의 연설을 듣는 것은 여전히 유세의 중심이지만, 유튜브로 인해 쌍방향 소통이 가능해지면서 새로운 시도도 많이 등장하고 있다. 기자들이 따라붙어 후보의 말과 행동을 취사선택해 보도했던 옛날과 달리 진보·보수 유튜버가 스마트폰을 통해 실시간으로 현장을 보여준다. 유튜버와 토론을 갖기고 하고 시민을 유세차에 올려 그들의 마음 깊숙한 곳에 있는 말을 듣기도 한다.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타난 새로운 유세 양상을 들여다본다. ◆ 朴 "유튜브·줌·인스타 라방 다 한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를 만나러 유세현장에 가보면 꼭 마주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진보 유튜버다. 이따금씩 보수 유튜버가 있긴 하지만 박 후보 유세 현장엔 5~10명의 진보 유튜버들이 따라붙는다. 보통 유세현장에는 카메라맨들이 미리 자리를 잡아놓고 삼각대 위에 육중한 ENG 카메라를 얹어 후보의 말과 영상을 담는다. 이때도 유튜버들은 어김없이 삼각대에 스마트폰을 장착하고 시청자들과 쌍방향 소통을 했다. 나이가 지긋하신 분도 있었다. 20~30대로 보이는 젊은 유튜버도 여럿 보였다. 박 후보가 2일 오후 유세로 청량리 경동시장을 찾았을 때, 한 유튜버는 박 후보의 명함을 받은 시민에게 스마트폰을 들이대 응원 한 마디를 부탁했다. 취기에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시민은 후보의 이름을 외치며 엄지를 스마트폰 렌즈를 향해 내던졌다. 권력의 언어를 독점했던 언론의 범주가 확장되는 것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박 후보는 한발 더 나아가 6개 진보 유튜버와 지난 2일 긴급 토론회를 갖기도 했다. 박 후보 측은 원래 4번으로 계획돼 있던 오세훈 후보와의 토론 일정이 오 후보 측의 갑작스러운 취소로 3번으로 줄어들었다며 토론회의 취지를 밝혔다. 토론회에 참여한 유튜브 채널(고발뉴스TV· 김용민TV·박시영TV·새날·시사타파TV·이동형TV)의 구독자 수를 합하면 227만 6000여 명에 이른다. 이런 유튜버와의 만남이 꼭 시너지 효과를 냈던 것은 아니었다. 2일 긴급 토론회의 경우 패널로 참여한 여론조사기관 박시영 윈지코리아 대표는 "투표 참관인들이 (기표한 투표용지를) 봉투에 넣을 때 대충 본다"며 "얼핏 도장이 (어디에 찍혔는지) 나온다"고 말했다. 그는 "알 수는 없지만 느낌에는 55대 45 정도로 이겼을 것 같다"고 말해 논란을 빚었다. 공직선거법의 경우 선거인은 자신이 기표한 투표지를 공개할 수 없고 투표의 비밀을 침해한 자를 처벌하는 조항이 있다. 선관위는 이에 대해 "전체적인 과정과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특정할 수 없어 현재는 법 위반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코로나19로 각광 받았던 화상 채팅 '줌'도 이번 박 후보의 선거유세에 적극 활용됐다. 저녁에 방송 토론이 잡혀있어 바쁠 때는 오후 6시에 지역을 돌며 시민과 힐링 토크쇼를 가졌던 것을 유세차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에서 화상으로 진행했다. 다만, 통신 상태에 따라 소통의 질이 달라질 수 있다는 애로사항도 있었다. 또한 박 후보는 30년간 MBC에서 간판 기자로 활약했었다. 김영삼 전 대통령,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 김수환 추기경 등 한국 현대사의 굵직한 인물들을 인터뷰하고 '경제 매거진'이라는 인기 프로그램을 오랜 시간 진행하기도 했었다. 박 후보는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시절 당시 직접 라이브커머스 시스템인 '가치삽시다 플랫폼'에 쇼호스트로 출연해 견과류바 200개를 1시간 만에 팔았치운 경험이 있다. 이런 경험을 살려 박 후보는 저녁 유세를 끝내기 전 인스타그램을 활용한 라이브 방송, 일명 라방을 활용해 젊은 층과 소통을 시도하기도 했다. ◆ 吳 "'보수=고리타분' 편견 깬다" 유례없이 높은 20대 지지율로 선거 운동의 재미를 맛본 보수 야당이 중도 성향의 유권자들을 포섭하기 위해 다양한 유세 전술을 구사하고 있다. 5일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 캠프에 따르면 20~30대가 무대에 올라 2번 지지 호소 연설을 하는 '청년 오픈마이크', 공약을 홍보하고 유세 현장을 생중계하는 유튜브 채널 '오세훈TV', 블랙 유머를 가미해 만든 선거 포스터 등을 통해 선거 막판 지지층 결집에 총력을 기울이는 중이다. 시민 호응도가 가장 높은 건 마이크를 쥔 젊은이들이 현 정권의 실정을 낱낱이 까발리는 '청년 오픈마이크'다. 한국에서 취업이 되지 않아 일본으로 건너가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면세점에서 일했던 구근모 씨가 지난 3일 서울 용산역 광장에서 진행된 선거 유세에서 무대에 올라 쏟아낸 이야기를 들어보자. 구근모 씨는 "집권 여당과 정치인들, 그들을 따르는 집단의 반일운동 프레임에 타격을 입어 저는 잘 다니던 면세점에서 해고됐다"며 "생활에 필요한 자금과 취업 자금을 위해 낮에는 공장에서 일하고 밤에는 식당 서빙을 하며 주경야독했다. 그런데 무리를 한 것인지 각막에 손상을 입어 눈이 잘 보이지 않게 됐고 '각막 재발성 상피 미란'에 걸려…"라며 말을 잇지 못하고 흐느꼈다. 그가 낀 안경에 김이 차 앞이 뿌옇게 변했다. 현장에서 구 씨의 연설을 듣던 시민들은 '울지마, 울지마, 울지마!'를 외쳐댔다. 이 같은 '2030 시민참여유세'가 기성 정치인의 야당 지지 호소 연설보다 큰 인기를 끌고 있다는 사실은 유튜브 조회수로 증명된다. 오 후보의 유튜브 채널 '오세훈TV'에 최근 2주간 올라온 게시물 중 가장 높은 조회수를 기록한 영상은 밀레니얼 세대의 오 후보 지지 선언이었다. '유세 현장에 일반인이?! 비니좌의 역대급 연설', '20대는 절대 1번을 뽑지 않겠습니다'라는 제목의 영상은 각각 10만, 8만 조회수를 돌파했다. 해당 유튜브 채널에는 오 후보가 시장이었을 때 추진한 한강 르네상스 사업, 디자인 서울 프로젝트를 소개하거나 어려운 가정 형편을 딛고 시장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인터뷰로 풀어낸 영상 등이 업로드 됐다. 이 유튜브 영상들에는 "한강르네상스 없었으면 서울시민 다 같이 글램핑장 같은 곳으로 휴식공간 찾아 떠나야 한다. 전시행정이 아니다", "오세훈 후보가 서울시장이 돼야 흙수저도 노력하면 금수저가 될 것 같다", "소년이여 신화가 돼라, 오세훈 파이팅, 국민의힘 파이팅!" 등의 댓글이 달렸다. '피식' 웃게 만드는 선거 홍보물도 보수당은 고리타분하다는 이미지를 깨며 중도층 결집에 힘을 보태고 있다. 조수진 국민의힘 서울시장 보궐선거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은 5일 '선관위 공식 인증, 더불어민주당 = LH로남불당'이라고 적힌 포스터를 자체 제작해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조 대변인은 "박영선 후보와 더불어민주당은 남은 이틀만이라도 흑색선전, 공작의 유혹을 떨쳐내길 바란다"면서 "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개입'위원회(이하 선개위)로 추락했다. 그러나 4월 7일 유권자의 힘, 서울 시민의 힘, 국민의 힘은 '선개위'와 내로남불(=LH로남불)을 심판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