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미 기자의 와이(Why) 와인]<121>오징어게임 파이널리스트의 와인
<121>로마네콩티 "5개의 게임을 모두 무사히 끝내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축하와 경의를 표합니다. 이제 파이널리스트가 되신 여러분을 위해서 저희가 특별한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오징어게임' 파이널리스트인 기훈과 상우, 새벽이 운동복이 아닌 연미복까지 입고 마주한 선물은 근사한 만찬이다. 게임이 진행될수록 식사는 형편없어지면서 감자 한 알로 버텼던 그들에게 갓구운 빵과 스테이크가 차려졌다. 누군가 죽어야 끝이 날테니 죽음을 앞둔 최후의 만찬인 셈이다. 오징어게임은 거액의 상금이 걸린 의문의 서바이벌에 참가한 사람들이 최후의 승자가 되기 위해 목숨을 걸고 극한의 게임에 도전하는 이야기다. 감당할 수 없는 빚을 지고 삶의 벼랑 끝에 서 있는 사람들은 경주마가 됐다. 현실도, 게임도 그저 지옥일 뿐인 경주마에게 호스트는 은혜를 베풀듯 와인까지 내어준다. 바로 지구에서 가장 비싼 와인이라는 '도멘 드 라 로마네 콩티(Domaine de la Romanee Conti)'다. 오징어게임 감독은 인터뷰에서 빈티지까지 신경썼다고 하는데 456번 기훈과 함께 비춰진 장면에서는 로마네콩티라는 것 외에 빈티지는 알아보기 힘들다. 로마네 콩티의 평균 가격은 2만1953달러. 한화 약 2600만원이다. 누구나 알지만 마셔본 이는 거의 없는 와인이라는 말도 그래서 나왔다. 기자 역시 마셔보지 못했고, 아마 앞으로도 마셔볼 기회는 없을 것이다. 로마네 콩티는 프랑스 부르고뉴의 심장으로 불리는 코트 도르에서도 최상급 레드와인의 생산지 코트 드 뉘에 위치해 있다. 코트 도르는 '황금의 언덕'이라는 뜻이다. 가을철이면 언덕이 온통 황금색으로 물들기도 하지만 이 지역 와인이 와인 메이커들에게 가져다주는 수입에 빗대어 그런 이름이 붙여졌다고도 한다. 본 로마네는 물론 플라지 에셰조, 주브레 샹베르탱, 모레 생 드니 마을이 모두 모여있으니 그럴만도 하다. 세계적인 와인평론가 로버트파커는 로마네콩티에 대해 "이보다 훌륭한 와인은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극찬했다. 피노누아 품종 특유의 투명한 루비컬러에 풍부한 향, 실크와 같이 우아하면서도 힘이 넘친다고 한다. 맛도 맛이지만 로마네 콩티의 가격을 세계에서 가장 비싼 수준까지 끌어올린 것은 희소성이다. 로마네 콩티는 프랑스에서 규모가 가장 작은 곳 중 하나다. 면적이 1.63에이커밖에 되지 않는다. 생산량은 평균 450상자, 대략 6000병에 불과하다. 그마저도 그냥 살 수가 없다. 단독이 아닌 라 타쉬와 리쉬부르, 로마네 생 비방, 그랑 에셰죠 등과 합쳐 12병 한 세트 단위로 판다고 하니 실제 로마네콩티 한 병을 얻기 위해 지불해야 하는 금액은 상상 이상이다. 벼랑끝 경주를 달리고 있는 말에게 로마네 콩티가 수 천 만원짜리인들 무슨 소용. 경주마 456번, 218번 067번은 로마네 콩티 따위엔 관심도 없이 스테이크를 썰어 그간 허기진 뱃속을 채우기 바쁘다. 차라리 오징어게임의 호스트 일남 영감님이 편의점 간이 테이블에 앉아 스프를 뿌린 생라면에 한 번에 들이킨 소주가 더 달았을 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