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 2025 APEC 앞두고 도시 혁신 본격화
오는 10월 개최되는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경주시가 역사문화도시에서 국제도시로 나아가기 위한 대대적인 혁신에 나섰다. 단순한 국제행사 유치를 넘어 교통, 관광, 시민참여 등 도시 전반의 체질 개선을 통해 미래도시 기반을 구축하고 있다. 경주시는 회의장 중심의 일회성 대응을 넘어, 도시 전체를 글로벌 무대로 전환 중이다. 보문관광단지 일원 화백컨벤션센터(HICO)에서 APEC 주요 회의가 열리며, 회의장 주변에는 자율주행 셔틀 운행을 위한 교통 인프라가 새롭게 구축된다. 관광안내판은 다국어로 교체하고, 야간 경관조명과 조형물도 설치해 도시 분위기를 한층 끌어올릴 계획이다. 도심권 정비도 속도를 내고 있다. 북천과 남천 일대는 수변 정비와 산책로 보강이 진행되고, 하천변 환경은 쾌적하게 정돈된다. 첨성대, 월정교, 대릉원 등 주요 유적과 연결되는 동선은 보행 친화적으로 재구성된다. 산업로, 보불로, 서라벌대로 등 주요 도로는 차선 도색, 가드레일 교체, 표지판 정비 등을 통해 도시 관문 이미지를 개선하는 중이다. 구도심의 노후 담장과 간판도 정비 대상이다. 통일된 디자인과 영문 표기를 적용해 외국인 방문객의 시인성을 높이고, 경주 특유의 전통미와 현대적 감각을 결합한 거리 분위기로 전환해나간다. 관광기초 서비스도 대대적으로 개편된다. 시는 150개소를 'APEC 월드 음식점'으로 지정해 다국어 메뉴판, 위생등급제, 스마트키친 등을 도입하고 있으며, 종사자 대상 외국어 및 친절 응대 교육도 병행하고 있다. 숙박 분야에서는 384개소를 점검해 객실요금 사전 공개, 비상 대응 체계 마련, 비품 정비 등을 마무리하고 있다. 다국어 통역기기와 안내 매뉴얼도 비치해 외국인 관광객의 불편을 최소화할 방침이다. 중앙시장, 성동시장 등 전통시장도 변화 중이다. 외국인 친화형 환경을 조성하고, 상인들에게는 친절·위생 교육을 실시해 글로벌 손님맞이에 대비하고 있다. 포토존, 체험 부스, 미디어 안내체계 등을 도입해 시장을 관광자원으로 탈바꿈시키는 작업도 함께 추진된다. 불국사, 동궁과 월지, 황리단길 등 주요 관광지 역시 리뉴얼에 들어갔다. 꽃단지와 수목 정비, 화장실 리모델링, 주차공간 확보 등 편의시설 개선이 이뤄지고 있으며, 야간 체류형 관광을 유도하기 위한 라이트업 프로그램과 미디어파사드 쇼도 준비 중이다. 경주시는 시민과 함께 만드는 국제행사 분위기 조성에도 힘을 쏟고 있다. 'APEC 시민대학'을 통해 시민에게 국제회의 매너, 외국어 회화, 응급상황 대응법 등을 교육했으며, 현재까지 수백 명이 수료했다. 자원봉사단은 1·2단계로 나뉘어 선발돼 회의 운영, 관광 안내, 통역, 환경정비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할 예정이다. 'APEC 클린데이'도 운영 중이다. 매월 넷째 주 수요일마다 시내 전역에서 자율 정화활동, 미소 인사 캠페인, 화분 놓기 운동 등을 민관이 함께 펼치며, 경주만의 환대 문화를 자연스럽게 확산시키고 있다. 학생, 청년, 시니어 등 전 세대가 참여하며 '시민 모두의 APEC'이라는 분위기도 형성되고 있다. 이 밖에도 문화공연, 영상 공모전, SNS 챌린지 등 다양한 시민참여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경주시는 APEC 이후를 겨냥한 지속가능한 전략도 병행하고 있다. 보문관광단지 일원을 국제회의 복합지구로 조성해 컨벤션, 숙박, 관광, 비즈니스 기능을 집약하고, 유엔 기후총회, 국제문화포럼 등 대형 국제행사 유치 기반을 다질 계획이다. 문화유산의 현대적 활용도 중요한 전략이다. 신라왕경 복원사업과 연계한 콘텐츠 개발, 동궁원 리뉴얼, 세계유산 탐방거점센터 조성 등 다양한 사업이 추진되고 있으며, 단순한 유적 보존을 넘어 체험형·미디어형 관광으로의 전환을 꾀하고 있다. 아울러 SMR(소형모듈원자로) 국가산단, 글로벌 원자력캠퍼스, e-모빌리티 부품산업단지 등 신성장 기반 사업도 탄력을 받고 있다. 경주는 이들 전략사업을 통해 관광도시에서 나아가 친환경·에너지 도시로서의 입지를 더욱 확고히 다져나갈 방침이다. 주낙영 경주시장은 "2025 APEC 정상회의는 경주가 세계와 본격적으로 연결되는 역사적인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천년 고도의 품격과 매력을 세계에 알리고, 다음 1,000년을 준비하는 도시로 성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