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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한의 시시일각] DMZ에 심은 일상 속 예술의 영구성

왕복 600킬로미터를 매일 같이 오가며 만든 지난 1년간의 결과물이니만큼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유무형의 갖가지 제약과 예산의 한계를 극복하며 두 명의 큐레이터와 20여명의 작가들, 그리고 강원문화재단이 의기투합해 일궈낸 프로젝트인지라 더욱 그렇다. 5월부터 시범운영에 들어가는 아트호텔 '리 메이커'에 대한 얘기다. 강원도 고성군 현내면 명파4길 44에 자리한 아트호텔 '리 메이커'는 영국 작가 뱅크시(Banksy)가 이스라엘 베들레헴에 세운 '벽에 가로막힌 호텔'(Walled Off Hotel, 2017)에 이은 세계 두 번째 접경지역 예술호텔이다. 모두 8개의 아트룸(객실)과 레스토랑, 커뮤니티룸 등의 다양한 부대시설을 갖추고 있다. 이 중 실제 머물 수 있는 아트룸은 그 자체로 평화·생태·미래를 주제로 한 고유 작품이다. 모두 8명의 작가(팀)가 참여해 약 반년에 걸쳐 완성했다. 불편함을 키워드로 분단이라는 상황에 익숙해진 채 섬나라처럼 살고 있는 우리의 현실을 기묘한 듯 사실적이게 보여주는 오묘초 작가의 <Weird tension>을 비롯해 접경지역이라는 장소성에 자연과 예술을 덧댄 신예진 작가의 아트룸 <산수설계 홈 프로젝트>, 경계를 마주하면서 존재하는 모든 것들의 갈등과 반목을 이탈한 조응과 포용을 그린 스포라_스포라(팀)의 <스펙트룸>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허구의 실향민 '김 작가'를 통해 현실과의 정서적 왕복을 보여주는 박경 작가의 아트룸 <김 작가의 방>을 포함해, 안락함과 평온함을 알알이 새긴 박진흥 작가의 <쉼>, 남북의 근원을 전통적 맥락에서 재해석한 홍지은 작가(도자기공방 숲)의 아트룸 <조선왕가-again> 등도 각별한 공간으로 부족함이 없다. 이 밖에도 무기원료로 사용되는 전략물자 중의 하나인 금속을 이용해 동시대 남북환경을 조형적으로 재구성한 류광록 작가의 옴니버스식 공간인 <금속방>, 인간·물고기(육지 및 바다)·새(하늘)·검은색(밤)·흰색(낮)의 5가지 요소를 모티브로 긴장의 장소 속 사색의 공간을 연출한 스튜디오 페이즈(팀)의 작품 <테셀레이션>도 시선을 모으는 작업으로 꼽힌다. 모두 북한과 대치 중인 우리의 현실에 작가적 상상력을 가미한 작업이다, 호텔 '리 메이커'에는 아트룸으로 조성된 객실 외에도, 로비와 복도 등의 공용 공간 곳곳에 다양한 현대미술 작품들이 들어차 있다. 로비와 레스토랑에 각각 설치된 김종량 작가와 주연 작가의 설치작품은 각각 10미터가 넘는 거대함 속에 디스토피아적 현실과 그 너머에 존재하는 유토피아적 이상향이 대비를 이뤄 눈길을 끈다. 이 밖에도 강원도와 DMZ의 이미지들을 초현실주의적 디지털 콜라주로 재구성한 김재욱 작가의 미디어아트, 인간 내면과 실제의 풍경을 그로테스크하게 풀어낸 김나리 작가의 조각, 고성의 바람을 특유의 조형으로 치환한 해련의 회화, 자연 생태적이면서도 몽환적 여운이 물씬한 전경선의 부조, 금빛 찬란한 건축적 도상과 달리 남과 북의 비극적 상황을 빗댄 신건우 작가의 작품 등도 만날 수 있다. 역사·정치적으로 아픔이 녹아 있는 곳이지만 아름다운 실제 풍경으로 인한 모순이 부유하는 이 호텔은 단순한 숙박시설이 아니라 예술가들의 시각에서 해석한 네추럴-토피아(neutral-topia)이다. 동란 이후 70년의 역사와 단단한 이념의 장벽 내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현실과 마주할 수 있는 무대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론 오랜 시간 고민했던 일상 속 예술의 영구성에 관한 실험의 장소이다. ■ 홍경한(미술평론가·DMZ문화예술삼매경 예술감독)

2021-04-20 10:08:04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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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성의 전원에 산다] 마당에 돌아온 것들

요즘 마당에 신기한 일이 펼쳐지고 있다. 바로 참새, 고라니, 고양이가 그 주인공이다. 새삼 '세상이 변하니까 동물들까지 변한건지'. 이들은 오래전부터 잣나무골의 터줏대감이었을 터. 그 땅의 침입자인 내게 참으로 생소함을 준다. 우선 참새들이 돌아왔다. 한동안 보이지 않았다. '다들 어디 간거야'. 철새도 아니고 멸종된 줄 알았다. 삽시간에 사라진다는게 신기할 정도였다. 어릴적 논밭에서 냄비뚜껑을 두드리며 곡식을 지키느라 진절머리나게 했던 걸 생각하면 의아하지 않을 수 없는 일. 아예 참새가 없었던 건 아니다. 간혹 한두마리가 보이긴 했다. 그러던 참새떼가 요새 마당을 차지하고 있다. 우리 마당에 벌레들이 많아졌을가? 볍씨를 뿌려둔 것도 아닌데. 짹짹거리며 이리저리 날뛰며 분주한 모습이라니. 갈색 깃털 사이로 검은 세로줄 무늬, 두 줄 흰 띠를 한 날개, 흰 얼굴, 검은 턱이 정겹다. 다시 참새떼의 귀환으로 새로운 봄을 맞은 요즘 아침 마당의 풍경이다. 다른 사람에겐 별일 아니겠지만 내게는 아침이 완연히 달라졌다. 하여간 반갑다. 참새들아. 너희들의 귀가길이 편안했었길 바란다. 이제는 굳이 의아하다는 눈길로 너희를 바라보지 않기로 한다. 분주한 아침, '안녕'하고 인사나 잘 나누자. 의아한 짐승들이 참새말고 또 있다. 들고양이다. 이웃들 중에 먹이를 주는 이가 있어 들고양이들은 따로 사냥을 하지 않고 산다. 예전에는 쥐뿐만 하니라 족제비, 다람쥐, 뱀 등을 잡아먹던 놈들인데. 먹성 좋았는데. 사냥이 아니라 먹이활동이라고 해야겠지만 마당에서 고기라도 구워먹을라치면 조용히 다가와 보챈다. 그런 고양이들이 사냥을 하긴 한다. 하지만 사냥해서 먹진 않는다. 대신 먹이주는 이들에게 바치는건지, 간혹 현관 앞에 나가보면 죽은 쥐나 뱀이 있다. 알고보니 고양이들이 가져다 놓은 것이다. 빈번할 정도다. 우리 집만이 아니다. 이웃들도 한결같이 그런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한다. 인터넷을 봤더니 도심에서도 '길냥이'가 그런 행동을 한다는 얘기가 많았다. 세상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인가. 고양이가 호의와 존중을 표시하는 방법으로 자기가 먹을 걸 준다나. 고라니도 의아한 놈들이다. 이놈들은 인기척만 나도 쏜살같이 달아나야 정상이다. 예전엔 그랬다. 그런데 웬만하면 그저 풀이나 뜯으며 슬슬 눈치를 살핀다. 냅다 소리라도 치면 그제서야 후다닥 멀찍이 물러났다가 다시 와서 하던 일을 계속 한다. 눈을 마주친 적도 여러번이다. 예전같으면 상상 못할 일이다. 아예 사라져버리곤 했던 고라니들이 이제는 사람을 보고도 무서워하지 않는다. '약 올리는거니?' 황갈색 털이 귀여운 고라니는 입이 튀어나와 있고 송곳니를 지녔다. 송곳니를 가진 초식동물이라니, 그런 고라니들이 곧 가축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슬슬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으니 말이다. 이런 말을 하면 내가 거짓말을 한다고 할 사람도 많을 듯 하다. 분명 고라니는 야행성이다. 그런데 가끔 낮에도 눈에 띤다. 그저 비탈에서 쉬거나 잠을 자는게 아니다. 아예 풀을 뜯고 있다. 그것도 무리지어서 새끼들까지 거느리고. 이 무슨 조화일까. 낮에 먹이활동하는 고라니들이 있다니. 세상이 변한 건지, 동물이 변한건지. 진리란 그저 불변하는게 아니라 변화하는 게 맞을 듯 싶다. 돌아온 참새떼, 사냥감을 바치는 고양이들, 사람곁을 어슬렁대는 야행성 초식동물, 모두가 기현상이라고만 설명되지 않는다. 하여간 얘들아, 침입자인 내가 이제 함께 살아도 된다는 거지 ?

2021-04-20 09:34:31 이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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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라 변호사의 노동법률 읽기] 육아휴직급여의 신청기간

김보라 변호사/ 법무법인 바른 A는 2014년 10월 21일 자녀를 출산하고 2014년 12월 30일부터 2015년 12월 29일까지 육아휴직을 했다. 그 후 2017년 2월 24일 노동청에 육아휴직기간에 대한 육아휴직급여를 신청했으나, 고용보험법에서 정한 신청기간이 도과했다는 이유로 거부 처분을 받고 법원에 소를 제기했다. 유아휴직급여의 신청기간에 관하여 고용보험법은 '육아휴직 급여를 지급받으려는 사람은 육아휴직을 시작한 날 이후 1개월부터 육아휴직이 끝난 날 이후 12개월 이내에 신청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제70조 제2항). 위 조항이 반드시 준수해야 할 강행규정인지, 행정상 편의를 위한 훈시규정인지가 문제됐다. 대법원은 지난 3월 18일 위 규정의 성격에 대해 처음으로 판단하면서, 육아휴직 급여를 지급받기 위해서는 위 규정에서 정한 바와 같이 육아휴직이 끝난 날 이후 12개월 이내에 신청해야 하고, 이 기간을 경과해 이뤄진 신청을 거부한 처분은 적법하다고 봤다(대법원 2018두47264 전원합의체 판결). 고용보험법은 육아휴직급여 청구권의 행사에 관하여는 위 조항에서 신청기간을 규정하고, 육아휴직급여 등을 지급받을 권리는 3년간 행사하지 않으면 시효로 소멸한다고 소멸시효기간을 규정하고 있다(제107조 제1항). 대법원 다수의견은 사회보장수급권의 실현은 추상적 형태의 권리와 구체적 형태의 권리로 나뉘고 각각의 권리행사는 그 목적과 방법이 서로 다른데 육아휴직 급여 청구권의 신청기간과 소멸시효기간에 관한 각 규정은 이와 같이 각각의 권리행사기간을 별도로 규정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봤다. 육아휴직급여의 신청기간은 제척기간으로 그에 관한 조항은 육아휴직급여에 관한 법률관계를 조속히 확정시키기 위한 강행규정이므로 근로자가 육아휴직급여를 지급받기 위해서는 위 조항에서 정한 신청기간 내에 반드시 신청해야하는 것이다. 아울러 다수의견은 육아휴직급여에 관한 추상적 권리의 행사에 관해서는 신청기간이 적용되고, 급여 지급결정을 거친 구체적 권리의 행사에 관해서는 소멸시효가 적용되면 위 두 규정이 서로 중첩돼 충돌하는 문제도 발생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반대의견은 그와 달리 육아휴직급여의 신청기간에 관한 규정이 1년의 기간 내에 신청할 것을 촉구하는 의미의 절차적 규정으로 훈시규정에 해당한다고 봤다. 그 동안 육아휴직급여 청구권의 행사기간에 관한 행정 실무상 혼선은 위 판결을 통해 정리될 것으로 보이고, 앞으로 육아휴직급여를 지급받기 위해서는 반드시 육아휴직이 끝난 날로부터 1년 내에 관할 직업안정기관 장에게 급여 지급을 신청해야 할 것이다.

2021-04-18 09:24:20 이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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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형의 본초 테라피] 중금속과 콜레스테롤 배출을 돕는 '미역'

[김소형의 본초 테라피] 중금속과 콜레스테롤 배출을 돕는 '미역' 미끈미끈하고 특유의 바다 향이 나는 미역은 우리나라에서는 가장 흔한 국의 재료이기도 하다. 외국에서는 잘 먹지 않는 미역을 우리나라에서는 출산 후 산모들이 필수적으로 먹는데 출산으로 약해진 기력을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 식감이나 향 때문에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꽤 있지만 사실 이 미끈거리고 끈적한 미역의 알긴산 성분은 우리 몸 속에서 불필요한 독소와 노폐물의 배출을 촉진하는 효과가 있다. 혈액을 탁하고 걸쭉하게 만드는 주범인 나쁜 콜레스테롤과 중성 지방을 제거하며 혈당을 낮추고 혈압의 안정에 도움이 된다. 평소 기름진 육류 위주의 식습관을 갖고 있거나 고혈압이나 당뇨와 같은 질환을 갖고 있다면 알긴산이 풍부한 미역을 자주 섭취하는 것이 건강 관리에 효과적이다. 외식이 잦고 인스턴트 등으로 식사를 빠르게 해결하는 사람들의 경우 영양의 균형 있는 섭취가 어렵고 특히 비타민과 미네랄이 부족해지기 쉽다. 미역에는 비타민 A, B군 등을 비롯해서 칼륨, 칼슘, 철분, 마그네슘 등이 다양하게 들어 있기 때문에 미역을 자주 섭취하면 영양의 균형을 잡는 데도 좋다. 장 기능 저하로 변비를 겪는 사람들에게도 미역이 좋은데 양질의 수용성 식이섬유가 풍부하기 때문이다. 미역을 충분히 섭취하면 장 운동을 활성화시켜주기 때문에 배변이 원활해지는 것은 물론이고 미역의 식이섬유가 장 내 유익균을 늘려준다. 따라서 면역력 향상에 도움이 되고 치질이나 대장암 같은 장 질환의 예방에도 효과가 있다. 미세먼지를 비롯해서 각종 환경 오염으로 인해 중금속 같은 독성 물질의 공격을 많이 받는 현대인들에게 좋은 음식 또한 미역이다. 미역은 체내 중금속을 흡착해서 몸 밖으로 배출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각종 오염 물질에 노출되기 쉬운 현대인들은 미역을 자주 섭취하면 해독에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이처럼 다양한 효능이 있는 미역이지만 이를 과도하게 섭취하는 경우 갑상샘 저하증 등의 위험이 증가할 수도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2021-04-17 05:35:13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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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Why) 와인]<98>천서진의 혹독한 와인 '쉐이퍼'

<98>드라마 펜트하우스 와인 집값 1번지, 교육 1번지인 최고급 주상복합 건물 헤라팰리스에서 헤라클럽 사람들만의 저녁 자리가 열렸다. 드라마 펜트하우스의 한 장면이다. 헤라클럽의 '여왕벌' 천서진이 선택한 와인은 바로 '쉐이퍼 릴렌트리스(Shafer Relentless)'. 릴렌트리스(Relentless)는 가차없는 또는 혹독하다는 뜻이다. 20년 이상 '가차없이 때로는 혹독하게' 품질 하나에만 매달려온 쉐이퍼의 와인메이커 엘리아스 페르난데즈 (Elias Fernandez)에게 존경을 표하고자 지어진 이름이다. 원하는 것은 '가차없이 때로는 혹독하게' 손에 넣고야 마는 천서진은 와인셀러를 오직 이 와인만으로 가득 채워놨다. 나파밸리의 미다스 손으로 꼽히는 존 쉐이퍼(John Shafer)는 원래 출판업자였다. 평생 농사라고는 앞마당에 화초를 길러본 것이 전부였던 쉐이퍼는 50세 나이에 와인 생산자라는 꿈을 꾸며 시카고에서 나파밸리의 황무지로 이사를 결심한다. 1973년 봄이었다. 수 년간의 노력 끝에 탄생한 첫 와인은 '힐사이드 셀렉트 카버네 소비뇽' 1978년 빈티지였다. 첫 작품이었지만 시음회에서 대단한 호평을 받았고, 지금은 미국 10대 컬트 와인 가운데 하나로 손꼽힌다. 세계적인 와인 평론가 로버트 파커로부터 무려 6번이나 100점의 점수를 받았을 정도다. 힐사이드 셀렉트는 최고의 포도만 골라 제한적으로 생산하며, 과일 풍미는 지역의 특징을 그대로 드러내며 풍부하고 집약적이다. 매끄러운 탄닌에도 숙성잠재력은 길어 '벨벳 장갑을 낀 강철 주먹'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쉐이퍼 릴렌트리스 시라'는 1999년 첫 빈티지로 데뷔했다. 시라와 쁘띠 시라로 만들며 2008년 빈티지는 지난 2012년 와인스펙테이터 100대 와인 가운데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사실 펜트하우스에 릴렌트리스가 나왔다고는 하나 실제로는 드라마 장면 속의 와인은 존재하지 않는다. 천서진이 와인을 꺼내는 장면을 보면 라벨에 쉐이퍼 릴렌트레스라고 되어 있지만 하단에는 카버네 소비뇽이 보인다. 쉐이퍼 릴렌트레스는 카버네 소비뇽이 아닌 시라 품종으로 만들었고, 실제 와인라벨에는 품종이 기재되어 있지 않다. 병 모양 역시 드라마속 어깨 부분이 각진 보르도 스타일의 병이 아니며, 캡 실 역시 실제로는 검은 색이 아니라 금색이다. '쉐이퍼 TD-9'은 쉐이퍼가 '매년 가능한 한 가장 맛있게(as delicious as possible)'라는 원칙으로 선보인 와인이다. TD-9은 다름아닌 트렉터다. 쉐이퍼가 처음 나파밸리로 이주해 왔을때 오두막에 있던 낡은 1950년대형 수확용 트렉터를 와인이름으로 붙이고, 자기 포도밭에서 나온 카버네 소비뇽과 멀롯, 말벡 가운데 매년 최상의 포도로 매년 가장 흥미 진진한 와인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쉐이퍼 원 포인트 파이브 카버네 소비뇽'은 존 쉐이퍼의 아들 더그 쉐이퍼를 상징한다. 원 포인트 파이브, 즉 1.5세대란 말이다. 아들 더그 쉐이퍼는 고등학생 때부터 아버지를 도우며 와이너리를 가꾸었고, 이후 양조학을 전공하고 와이너리로 돌아와 와인 메이커로서 활약했다. /안상미기자 smahn1@metroseoul.co.kr, 자료도움=나라셀라

2021-04-15 16:17:11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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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大記者의 西村브리핑] 이런 금감원장은 없었다

금융감독원이 옵티머스, 라임 등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해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를 줄줄이 징계하고 있는 와중에 금융권 고위 임원인 K씨가 장문의 글을 보내왔다. K 씨는 자신의 글 내용만 소개해 주길 원했다. 그는 귀가 있어도 듣지 않고, 눈이 있어도 보지 않는 금융감독원 윤석헌 원장의 귀를 열고 눈을 뜨게 할 것이 이것 밖에 없다고 분통해 했다. K 씨 뿐만 아니라 필자는 많은 금융인에게 비슷한 얘기를 들어왔다. 어찌 보면 그의 글은 금융권에선 '이심전심'인 주제다. 그의 글을 간추려 전한다. 하나, 라임사태를 해결하려면 정확한 진단과 처방이 필요하다. 파생결합펀드(DLF) 사건과 옵티머스, 라임은 근본적으로 다른 문제다. DLF는 펀드 구조나 운용에는 이상이 없었다. 불완전판매 이슈였다. 옵티머스는 그야말로 펀드 구조나 운용이 사기다. 반면에 라임사태의 핵심은 부실 운용이다. 금감원도 잘 알고 있다. 운용 부실의 1차적인 책임은 라임이다. 2차적인 책임은 사실상 운용을 함께 하며 총수익스와프(TRS)를 제공한 프라임 브로커리지 서비스(PBS)다. 그러나 운용사에 비빌 언덕이 없다 보니 운용 부실 이슈는 간데 없고, 사기 판매 억지 주장만 난무한다. 둘, 금감원은 사모펀드 사태는 전적으로 판매사 책임이라고 못박고 판매사 최고 경영진을 징계하는 논리와 절차를 만들어 내고 있다. 어느 판매사도 공감하지 못하는 억지 논리다. 심지어 법원은 모판매사 최고 경영진에 대한 징계에 대해 잘못 인용되었다고 했다. 그럼에도 금감원은 사모펀드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판매사가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하지 않아서 생긴 일이라고 최고 경영자 책임으로 몰아가며 폭주 기관차 처럼 달리고 있다. 셋, 감독당국도 자유로울 수 없다. 라임사태의 조짐을 가장 먼저 알았던 곳은 아마도 금감원일 것이다. 불법이나 규정을 지키지 않는 거래 여부를 가장 빨리 알 수 있는 곳이 금감원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 금감원도 몰랐던 내용을 사전에 통제하지 못했다고 판매사 내부통제가 잘못됐다고 책임을 묻는 것은 심각한 '자가당착'이다. 넷, 공모펀드도 아닌 사모펀드에 손실이 발생할 때마다, 소리 높여 시위한다고 보상을 해주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사모펀드는 공모펀드가 아니다. 금융당국이 사모펀드 활성화를 위해 관련제도를 완화하면서 투자자의 문호를 확대했고, 사모전문운용사도 확대하여 사모시장을 키워왔다. 사모펀드는 운용도 자유롭고, 공모펀드와 다르게 투자설명서 등 작성 의무가 없어서 얼마든지 판매가 가능하다. 서민들의 공모펀드가 아니라 거액을 투자할 수 있는 적격투자자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사모펀드 손실을 보상해주는 것이 배임 이슈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다. 다섯, 희대의 사기 부실 운용 문제로 판매사를 일방적으로 압박해선 곤란하다. 금감원장이 나서서 판매사 최고경영진에게 한국의 자본시장 발전을 위해 협조해 달라고 요청해야 한다. 징계를 남발해선 곤란하다. 더 이상 금융시장 관계자를 범죄자로 만들지 말아야 한다. 투자자가 진정 원하는 것은 보상이다. 책임을 묻는 대신 해결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지난 2018년 5월 8일 취임했다. 다음 달 8일로 임기가 종료된다. 윤 원장은 취임하자마자 대법원에서 판결까지 나온 키코 사태를 끄집어 낸 것을 시작으로 임기 내내 소비자 구제라는 명분하에 금융사를 압박하고 징계를 남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오죽했으면 금융권에서 '지금까지 이런 금감원장은 없었다'며 치를 떨고 있을까.

2021-04-15 10:03:09 이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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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휘종의 잠시쉼표] 중대재해처벌법, 좀 더 신중한 접근을…

우스갯소리로 '가장 힘든 윗사람 스타일은 멍청하면서 부지런하기만 한 사람'이란 얘기가 있다. 일도 제대로 못하면서, 그래도 윗사람이라고 열심히 일하겠다는 의욕은 있어 부지런히 '사고'만 치는 스타일이다. 그 수습은 고스란히 아랫사람들 몫이다. 지금 경제계는 지난 1월 26일 공포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때문에 걱정이 이만저만 큰 게 아니다. 국회가 좀 더 신중하게, 현명하게, 여러 의견을 수렴하고 만들었어야 할 법안이었다. 하지만 정치권은 1년 내내 검찰개혁에만 몰두하다가 그래도 뭔가를 해야겠다는 의욕 때문에 허점 투성이의 중대재해처벌법을 입법했다. 후폭풍은 고스란히 기업들이 맞게 생겼다. 국회에서 만든 법안이 얼마나 허점 투성이었으면 경제단체들이 정부라도 시행령 제정 때 좀 더 신중해달라고 요구를 할 정도다. 13일 한국경영자총협회, 대한상공회의소,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6개 경제단체가 정부에 제출한 건의서에는 '정부가 내년 1월 중대재해법 시행을 앞두고 경영자 책임 범위 등을 구체적으로 적시해달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내년 1월부터 근로자 50인 이상 기업에 적용된다. 50인 미만 사업장에는 2024년부터 시행된다. 현재 정부는 올 상반기 중으로 시행령을 만들어 발표할 예정이다. 기업들이 가장 크게 걱정하는 부분은 산업현장에서 사망사고 등 재해가 발생할 경우 안전조치를 소홀히 한 사업주나 경영책임자, 즉 사장이나 CEO가 1년 이상의 징역형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부분이다. 잘못하면 건실한 기업인을 범죄자로 내몰게 된다. 특히 건설업종이 가장 걱정이 크다. 전국 각지에서 수많은 건설공사 현장이 있는데, 그 중에 한 군데에서라도 사고가 나면 징역살이를 해야 한다. 건설업체 CEO들은 언제 어디에서 사고가 나 교도소에 갈지 불안에 떨며 하루하루를 살아가야 한다는 얘기다. 당초 이 법안은 위험 사업장에서 기업들이 노동자들의 안전을 충분히 확보하지 않은 채 작업으로 내몰고, 젊은이들을 포함한 노동자들의 인명사고가 잇따라 발생하자 이를 방지하기 위해 추진됐다. '일하면서 죽지 않게 해달라'는 노동자들의 외침은 절절하기만 하다. 지금은 21세기이고, 우리나라는 OCED 선진국이라고 생각했는데 우리 사회의 어두운 면을 본 것 같아 가슴아프기만 하다. 하지만 이를 바로 잡겠다며 만든 법안은 말 그대로 '과유불급'의 전형이다. 법안이 시행되면 그 이후의 과정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미 대기업들은 인명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체계적인 대응방안을 마련했다. 심지어 일부 기업들은 CEO의 구속을 막기 위한 대책까지 수립했다. 결국, 인명사고가 날 수 있는 위험 작업은 중소기업들이 책임지게 될 것이다. 중소기업들은 인명사고를 예방할 능력과 자금이 부족하다. 당초 목적이었던 인명사고 근절이 왜곡된 현상으로 나타나게 될 것이다. 이런 게 입법취지는 아니다. 실제로 고용노동부가 14일 발표한 '2020년 산업재해 사고사망 통계'만 봐도 알 수 있다. 지난해 산재사고 사망자는 건설업 사고가 전체의 절반을 넘었으며(51.9%), 소규모 공사현장일수록 사망사고가 높았다. 사업장 규모만 봐도 50인 미만이 전체의 81%인 714명을 차지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50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3년간 유예기간을 두기로 했지만 과연 이런 소규모 사업자들이 그 사이 안전장치를 확보할 수 있는 여력이 될지도 의문이다. 한 때 '소득주도성장'을 추진하겠다며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바꿔주고, 최저임금을 급격하게 올린 적이 있다. 취지는 좋았다. 하지만 그 후폭풍은 우리 사회의 가장 취약한 고리에게 돌아갔다. 이번에도 중대재해처벌법의 '유탄'이 중소기업에만 돌아가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

2021-04-14 16:26:42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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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래영 원장의 건강관리] 저탄고지 식이요법과 다이어트

몇 해 전부터 다이어터들 사이에서 화제가 된 다이어트 방법이 있다. 바로 '저탄고지(저탄수화물 고지방)' 다이어트다. 일명 '키토제닉(Ketogenic)' 다이어트라 불리는 '지방의 누명'(MBC 다큐스페셜)을 통해 국내에 처음 알려졌다. 이 식이요법은 단순히 지방을 많이 먹는 것이 아니라 탄수화물 섭취는 줄이고 지방섭취를 늘려 체내 인슐린 저항성을 낮추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저탄고지 다이어트의 가장 큰 장점은 무조건 굶지 않고 그동안 다이어트 시 금기시했던 지방을 양껏 섭취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고깃집에 가면 쌀밥이나 국수와 같은 탄수화물 섭취는 자제하고 채소와 고기 위주로 섭취하면 된다. 이외에도 설탕이나 당분이 많이 함유된 과일이나 빵, 채소 등의 섭취도 제한해야 한다. 이 다이어트 방법은 한 가지 음식만 섭취하는 원푸드 다이어트나 무조건 굶는 단식요법에 비해 쉽게 지치지 않아 다이어트 성공률이 높다는 장점이 있지만 장기간 지속할 경우 오히려 영양 불균형을 초래하는 등 건강을 해칠 우려가 크다. 실제 중국의 한 연구팀이 22년간 1만3000여명의 성인을 추적·조사한 결과 저탄고지 섭취 그룹에서 심방세동 발생 확률이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팀은 탄수화물 대신 단백질이나 지방섭취를 늘리면 산화 스트레스가 함께 높아져 심방세동 위험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탄수화물 섭취가 급격히 줄면 우리 몸은 지방을 에너지원으로 더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두통이나 어지러움증, 빈혈 등의 부작용을 유발할 위험이 크다. 또 단기간에 눈에 띄는 체중감량 효과는 볼 수 있으나 장기간 지속하면 건강에 오히려 악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 무조건 따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만일 요요현상 없이 건강한 다이어트를 원한다면 먼저 살이 잘 빠지는 체질로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아무리 다이어트를 해도 살이 잘 빠지지 않는다거나 식욕이 왕성해 매번 다이어트에 실패한 경험이 있다면 장내 독소부터 제거해주는 것이 좋다. 식욕은 장내 환경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데, 장내 독소를 체외로 배출해주는 장 해독 요법을 통해 장의 면역 기능을 올려주면 장의 기능이 활성화되어 식욕도 자연스럽게 줄어들게 된다. 세계적인 대체 의학인 인도의 아유르베다와 동양의 한의학을 접목한 장 해독 요법은 청정 한약재와 영양물질을 특화된 비율로 혼합해 장내에 주입하여 장 속에 쌓여있는 노폐물과 독소를 몸 밖으로 배출시키는 역할을 한다. 장 해독 요법은 체중감량 효과는 물론 장내 유익균이 활성화 작용을 해 아토피 피부와 고도비만, 고혈압, 내장비만 개선, 면역력 향상에 효과적인 것이 이미 수치로 입증되었다. 다만, 사람마다 체질이나 건강상태, 앓고 있는 질환 등이 모두 다르므로 충분한 상담을 받고 개개인의 체질을 고려한 맞춤 치료를 시행하는 것이 안전하다. /압구정 대자인한의원 원장

2021-04-14 09:08:59 박승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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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청 총장의 교육읽기] 하루만 더 살게 해주세요

미국에서 교수 생활을 할 때다. 80대 이웃 할머니는 자신의 소원을 '아들보다 하루만 더 사는 것'이라고 하셨다. 60세가 넘은 장애 아들 걱정 때문이다. 자신이 세상을 떠난 후 돌볼 사람도 없고 천대받을 것을 걱정한 어머니의 마음이었다. 장애아를 둔 부모들은 이 할머니와 같은 기도 속에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많은 부모는 이와 다르다. 어떻게 하면 줄을 잘 세워 자녀를 1등으로 만드느냐가 대부분 부모의 바람인 현실이다. 자식을 사랑한다는 점에서는 유사해 보인다. 하지만 깊은 내면을 보면 전혀 다르다. 진정한 사랑과 그렇지 않은 사랑의 이면인 셈이다. 전자는 부족하기 그지없어 홀로 생존하기 어려운 자녀를 보는 어머니를, 후자는 부모로서 역할만 잘해주면 보통 사람의 삶을 살며 행복할 수 있는 자녀들에게 '1등''일류 대학'이라는 멍에로 자식을 보는 어머니의 모습이다. 세계인의 약 10% 정도는 크고 작은 장애를 안고 살아간다. 90%의 정상인이 이들과 더불어 살 때 그 사회는 아름다운 사회가 되고, 함께 교육할 때 그 교육은 아름다운 교육이 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 교육에서 장애인을 위한, 장애인에 대한, 장애인과 아픔을 나누는 교육은 거의 없다. '1등'에 매몰되는 경쟁 위주 교육이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위대한 삶을 산 많은 사람 중 아픔과 고통, 멸시와 천대, 소외 속에서 자신을 키워온 장애인들이 적지 않다. 실낙원을 쓴 밀턴이나 상대성 원리를 창안한 아인슈타인, 위대한 사랑을 실천한 헬렌 켈러, 천 점이 넘는 위대한 화품을 그린 반고흐, 월광곡을 작곡한 베토벤 모두 장애가 그들의 위대함을 만들어냈다. 우리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함께 사는 교육, 나누는 교육, 소외받고 부족한 이웃을 사랑으로 보듬는 교육, 자기 먼저가 아닌 우리의 교육, 그리고 헌신과 봉사와 섬김과 정직을 키우는 교육이다. 자연을 사랑하는 환경 교육, 남녀가 만나 한 가정을 이룰 때 아름다운 가정을 가꾸기 위한 부모 교육, 우리에게 주어진 물질을 사랑하는 소비자 교육, 남을 존중하고 자기를 존중하는 인권 교육, 아름다운 성을 추구하는 성교육, 다툼이 아니라 다름을 인정하며 화합을 추구하는 평화교육, 올바른 유권자가 되는 정치사회교육 등이 학교 현장에서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 특히 교육은 자기만이 아닌 모두를 위한 것일 때 진정한 가치를 발한다. 교육은 자기 입신이나 출세, 지위나 명예를 위한 수단도 아니다. 교육은 사람됨을 만드는 것이고, 사회에서 필요한 자질을 배양하는 데 있다. 세계의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로 꼽히는 부탄이나 네팔 사람들의 행복지수가 세계에서 가장 으뜸인 이유가 무엇인지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교육이 참다울 때 참다운 삶을 만들어내고, 참다운 삶 속에 행복지수는 높아진다. 우리 인생은 교육에서 시작해서 교육으로 끝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의 삶 자체는 교육의 연속이다. 우리가 사는 환경은 학교이고 일생 우리는 학습자로 살아간다. 경쟁만을 추구하는 교육 현장은 하루속히 바뀌어야 한다. 그래야 '1등'만을 바라는 부모나, '하루만 더 살게 해주세요'라며 간절한 아픔을 느끼는 부모 모두 교육 안에 승화될 수 있다.

2021-04-13 13:50:59 이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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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성의 전원에 산다] '아 ! 나의 산삼골'

최근 후배가 카페를 차렸다. 양자산 초입, 붉은 벽돌 두채의 채나눔 구조로 된 카페는 지방도로에서 500여m 떨어져 눈에 잘 띄지도 않았다. 한채는 동호인이 사용하는 가구 공방, 다른 한채는 건축, 사진 관련 서적이 진열된 책방이다. 예전엔 카페자리 인근에서 간혹 천주교인이 모여 순례를 시작하던 광경을 볼 수 있었다. 바로 산너머 앵자봉 천진암에 이르는 한국판 산티아고길, 말하자면 성지순례길이었다. 제복을 입은 수녀 혹은 신부님의 인솔을 따라 등산을 하는 사람들의 행렬은 여느 등산객과 분위기가 달랐다. 왠지 숙연하고 조용했다. 지금은 남한산성과 천진암을 잇는 121㎞의 광주순례길이 만들어진 뒤로 그 길은 잊혀져 가는 듯 하다. 광주시가 주도하는 관변 순례길이 민변순례길을 밀어냈다고나 할까. 개인적으로 그 길을 추억하자면 처음 정착하던 시절 양자산 중턱까지 계곡을 따라 어린 아이들과 등산하던 곳이기도 하다. 당시 버너에 토종닭 하나 올려놓고 닭고기가 익는 동안 나물을 채취하거나 산 매실, 버섯을 따러 산을 누볐다. 그리곤 아이들이 지칠 무렵 계곡가로 내려와 백숙을 즐기고는 책도 보고 낮잠도 자곤 했었다. 그리고 아이들과 산나물을 뜯던 어느날 산삼 여덟뿌리을 캤다. 얼마 후 어머니, 형님과 셋이서 또 일곱 뿌리를 캤다. 다른 하나는 난생 처음 자연인을 만났던 일이다. 그 아저씨는 가냘프고 마른 체구와는 어울리지 않게 개 두마리를 벗삼아 자급자족하며 홀로 살았다. 아이들은 그를 멧돼지아저씨라고 불렀다. 나의 유별난 등산, 아이들의 유년이 배여있는 그곳은 지금 예전과 완연히 다른 풍경으로 바뀌었다. 양자산 숲과 계곡이 내게 특별했던 풍경도 사라졌다. 이젠 수 ㎞나 이어지는 계곡 주변으로 전원주택이 가득찼다. 전원주택, 팬션, 주말농장 등 휴양형 농촌으로 변모했고 옛 풍경을 찾기란 쉽지 않다. 양자산 뒷편 광주 퇴촌은 수도권내에서 대표적인 전원주택지다. 반면 양자산 남쪽인 이곳은 표고버섯이나 나던 산골마을이었다. 산 하나를 두고 남쪽과 북쪽이 전혀 다른 풍경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도심의 달동네가 뉴타운 개발로 아파트촌이 됐다면 여기서는 한적한 숲이 거주지로 탈바꿈했다는 점이 같다. 또하나 같은 점은 도시의 아파트 개발이 가난한 원주민을 더 변두리로 내모는 것 처럼 숲속의 맷돼지아저씨도 다른 숲으로 내몰았다는 것이다. 지금 멧돼지아저씨가 살던 모습은 찾기 어렵다. 달동네가 사라진 것 처럼, 그의 터는 흔적도 없을 정도니…. '젠트리피케이션'이 이 숲속에서도 벌어지고 있었다는 게 그저 놀랍다. 맑고 시원했던 계곡만이 내가 산삼을 캐고 나물을 따던, 천주교인이 성지순례하던 기억을 간직해줄 것이라는 생각에 작은 위안을 가져볼 뿐이다. 카페가 있는 곳에서 서편은 양자산, 동편은 이포나루로 가는 길, 동남쪽으로는 원적산이 자리잡고 있다. 이 마을은 고려 명장인 서희장군이 때어나서 묻힌 곳이다. 그 옆 마을 원적산은 천도교 2대교주인 최시형의 묘소가 있는 곳으로 천도교의 성지다. 양자산 앵자봉 아래 광주 퇴촌, 천진암이 자리잡고 있다. 이 또한 천주교의 성지다. 이포나루로 가는 길은 조선시대 의적으로 알려진 장길산이 공물을 털어 달아나던 도주로다. 장길산패거리는 3번 국도를 따라 올라오다가 이포나루를 건너 양주로 숨어들곤 했다고 한다. 여기까지가 양자산 숲에 대한 나의 스토리텔링이다. '아, 내 산삼골!'.

2021-04-13 09:34:44 이규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