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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의 와이 와인]<306>부르고뉴를 피노누아에 담다…도멘 레셔노

<306>佛 부르고뉴 '도멘 레셔노' '왜 부르고뉴 피노누아인가.' 오늘은 준비된 와인을 만나기 전에 이 질문에 대해 먼저 고민해봐야 한다. 그래야 부르고뉴 피노누아가 어떻게 대체불가능한 와인이 됐는지를 알 수 있을터. 키우기 까다롭다고는 하나 피노누아가 잘 자랄만한 기후와 땅은 많고, 피노누아의 개성을 잘 살려줄 유명 와인 메이커들도 차고 넘치는데 말이다. 프랑스 부르고뉴 와이너리 도멘 레셔노(Domaine Lecheneaut)를 이끌고 있는 뱅상(Vincent) 레셔노(사진)는 최근 한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다양한 곳에서 피노누아 와인을 만나볼 수 있지만 부르고뉴의 철학은 완전히 다르다. 부르고뉴 피노누아는 테루아에서 나왔다. 뉴질랜드 피노누아 등이 품종에 대해 얘기한다면 부르고뉴는 피노누아를 통해 리외디(포도밭)가 표현하는 테루아를 전면에 내세운다"고 강조했다. 도멘 레셔노는 1950년대 후반 페르낭 레셔노가 뉘 생 조르쥬를 기반으로 운영을 시작했다. 부르고뉴에서는 그리 오래된 와이너리도 아니었고, 포도밭도 2.5ha에 불과했다. 이름이 널리 알려진 것은 두 아들인 뱅상과 필립( Philippe)이 이어받으면서다. 1985년 그들의 첫 빈티지를 시작으로 테루아의 특징을 뛰어나게 표현한 와인을 만들면서 로버트 파커가 최고의 생산자에게만 부여해 '도멘의 모든 와인에 대해 보증한다'는 의미의 최고등급 별5개를 받기도 했다. 와인을 소재로 한 유명 만화 '신의 물방울'에서도 필립과 뱅상, 두 형제의 와인으로 소개됐다. 복잡하고 즐거우며 어딘가 기품있는 부르고뉴 와인으로 묘사되면서 경쟁 와인을 누르는데 성공한다. 형제의 와인에서 이젠 아버지 뱅상과 아들 쥘(Jules), 부자의 와인이다. 3세대 자녀가 여러 명 있어도 모두 의대를 지원해 와이너리의 맥이 끊기나 했는데 다행히(?) 쥘은 의대가 적성에 맞지 않았다. 와인 양조로 진로를 바꾸고는 2017년부터 합류했다. 현재 빈야드는 12ha 안팎으로 뉘 생 조르쥬 뿐만 아니라 본 로마네와 쥬브레 샹베르탕 등 25개 다양한 아펠라시옹(원산지 통제 명칭)에서 와인을 만들고 있다. 보통 부르고뉴에서도 뉘 생 조르쥬를 테루아를 그대로 보여주는 솔직한 와인이라고 하는데 도멘 레셔노 자체도 테루아를 닮았다. 와인도 딱 그렇게 만든다. 쥘은 "우리의 역할은 이 다양한 25개 테루아의 다른 특징을 파악하고 명확히 표현하는 것"이라며 "충분한 과실미와 함께 우아한 고전적인 부르고뉴 스타일의 와인을 만든다"고 말했다. 테이스팅에 앞서 부르고뉴에서 2022년은 아름다운(beautiful) 빈티지로 꼽힌다. 싹이 늦게 터서 서리 피해가 없었고, 일조량도 많았다. 포도가 익어가는 여름엔 건조해 집중도도 좋았다. '도멘 레셔노 부르고뉴 피노 누아 2022'는 레이블은 부르고뉴로 되어 있지만 뉘 생 조르쥬에 위치한 3곳의 포도밭에서 수확한 포도로 만들었다. 토양이 돌이 많은 석회질부터 점토질까지 다양해 뉘 생 조르쥬의 특징을 균형미 있게 잘 보여준다. 딸기같은 붉은 과실과 미묘한 꽃향에 흙내음이 따라온다. 타닌은 부드럽게 녹아들며 여운이 남는다. 와인 자체는 물론 2022년이 어렵지 않은 오픈 빈티지라 바로 편하게 마셔도 좋다. '도멘 레셔노 모레 생 드니 2022'는 알코올 도수 12.5%에 pH 3.3이다. 마셔보지 않더라도 뭐 하나 튀지 않고 발란스가 딱 좋겠구나 싶을 수치다. 잘 익은 과실 풍미가 뚜렷하면서 산도는 생동감이 있다. 타닌은 매끄럽고 여운은 길다. 지금 마셔도 좋지만 복합미와 구조감을 감안하면 숙성잠재력도 있다. 포도줄기까지 잘 익은 해라 50%는 줄기까지 같이 발효하는 홀번치 방식으로 양조했다. 쥘은 "신선함과 민트 풍미 등을 주기 위해 홀번치 방식을 썼지만 해마다 다르다"며 "쉐프가 향신료 등을 상황에 맞게 쓰듯 그 해 빈티지와 컨디션을 보면서 추가하거나 뺀다"고 설명했다. '도멘 레셔노 뉘 생 조르쥬 2022'는 뉘 생 조르쥬에서 모래토에 표토층이 얇아 우아하고 과실미가 좋은 빈야드부터 남쪽으로는 토양자체가 좀 더 복합적이고 묵직한 와인을 만들어내는 곳까지 다양하게 블렌딩했다. 잘 익은 검붉은 과실에 꽃향이 어우러지고, 타닌은 확실히 힘이 더 느껴지지만 산도와 균형을 이룬다. 5~10년, 또는 10년 이상 숙성도 가능하다. 쥘은 "포도밭이 10m만 떨어져도 완전히 다른 와인을 만들어내는 것이 부르고뉴의 매력"이라며 "뉘 생 조르쥬에서도 향신료 느낌이 강하거나 무거운 와인을 만나봤겠지만 도멘 레셔노는 잘 익은 과실향을 담으면서 열려있고 우아한 와인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도멘 레셔노 쥬브레 샹베르탕 2011'은 부르고뉴의 왕이라는 쥬브레 샹베르탕답게 아로마부터 힘이 느껴진다. 블랙베리와 장미향에서 은은한 오크향까지 어우러지고, 15년 가까이 숙성했지만 여전히 산도가 좋다. 뱅상은 프랑스 음식 가운데서는 비프 스튜인 부르기뇽을 페어링으로 추천했는데 한국음식이라면 뭉근하게 잘 조린 갈비찜과 어울릴 와인이다. 도멘 레셔노는 전체 생산량의 10% 안팎 정도로 화이트 와인도 만든다. '도멘 레셔노 부르고뉴 오뜨 코트 드 뉘 블랑 2022'는 평균 수령 25년의 샤르도네로 만들었다. 꽃과 함께 흰 복숭아 같은 과실 아로마가 어우러지며, 점토 석회암 토양을 그대로 반영하듯 긴장감있는 구조와 쌉쌀한 듯한 미네랄이 길게 이어진다. 바로 마시기도, 몇 년간 숙성해서 마시기도 모두 좋다.

2025-12-11 16:27:13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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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덕의 냉정과 열정사이] '농사꾼'과 '사냥꾼'의 전쟁

최근 만난 한 금융인은 증권사의 종합투자계좌(IMA·Investment Management Account) 등장으로 '농사꾼'과 '사냥꾼'의 전쟁이 시작됐다고 했다. IMA가 금융 시장의 지도를 바꿀 수 있다는 예상이다. 자산관리·예치금·투자 기능을 통합한 IMA는 고객의 자금을 '방치하지 않는 구조'가 특징이다. 그동안 은행이 독점하다시피 한 고객의 첫 계좌 지위에 대해 증권사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자기자본 8조원 이상인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이 먼저 IMA 사업 인가를 받았다. IMA의 핵심은 원금을 증권사가 책임지면서 최고 연 6~8%의 수익률을 꾀한다는 점이다. 시중은행의 예·적금 금리(3% 안팎)를 크게 웃돈다. 계좌 자금의 70% 이상을 기업금융에 투자하고, 나머지는 머니마켓펀드(MMF)·환매조건부채권(RP)·단기채 등으로 이동해 수익을 낸다. 속도·효율·기민함이라는 증권업의 속성이 그대로 적용된다. IMA는 아예 고객의 모든 금융 행동을 증권사 플랫폼에 흡수한다. 은행권의 위기의식이 높아지는 지점이다. 오래 전부터 은행은 '농사꾼', 증권은 '사냥꾼'에 비유됐다. 은행은 예수금을 기반으로 안정적 이익을 쌓는 모델이다. 예금은 은행의 자본이자 신용의 근간이다. 또 전체 생태계를 떠받치는 기둥이다. 반면 증권은 시장 변동을 기회로 삼아 기민하게 움직인다. IMA는 이 두 모델의 경계를 허물며 한쪽의 생태계를 약화시킬 것이 분명하다. 이번 전쟁의 첫 관심사는 '머니무브'다. 고객이 IMA 하나만으로 수익성과 유동성을 모두 확보할 수 있다면, 돈을 은행 예·적금에 장기간 묶어둘 유인이 떨어진다. 이미 일부 젊은층에서는 '첫 계좌를 은행이 아닌 증권사에서 열겠다'는 흐름이 감지된다. 은행이 20~30년간 쌓아온 고객 기반이 점진적으로 흔들릴 수 있다. 이렇게되면 계좌 주도권을 잃는다. 금융 플랫폼 경쟁은 결국 고객의 '첫 계좌'를 누가 장악하느냐의 문제다. 첫 계좌를 가진 금융사는 고객 데이터·소비 패턴·투자 성향을 확보한다. 이는 마케팅·상품·관계 기반의 핵심 자산으로 연결된다. IMA가 첫 계좌 시장을 잠식하기 시작하면 은행의 경쟁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 또한 은행 자산관리(WM) 부문의 경쟁력 약화도 우려된다. 은행은 펀드·신탁·보험 등 자회사 상품 판매를 통해 수익을 다변화해 왔다. 하지만 IMA는 증권사 상품으로 운용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고객의 시선이 증권사 플랫폼으로 이동하면 은행이 수익원을 잃는 것은 시간문제다. 국내 은행은 아직 명확한 대응 전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예금금리를 높여 고객을 붙잡으려는 방식은 일시적 효과에 그칠 수 있다. 최근 일부 은행이 '은행형 IMA' 개발에 착수했다는 말이 나오지만, 자본시장법과 은행법의 규제 장벽을 넘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정작 더 중요한 문제는 은행의 자산 구조 자체가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점이다. 고객은 더 이상 장기 예금을 선호하지 않는다. 유동성과 수익률을 동시에 확보하는 새로운 형태의 계좌를 찾고 있다. 은행권이 선택해야 할 길은 분명하다. 하나는 투자 기반의 자산관리 역량을 자체적으로 강화하는 길이다. 디지털 WM 고도화와 자동 운용 기술 도입도 필수다. 다른 하나는 핀테크·증권사와의 협업을 전제로 한 금융 플랫폼의 재편이다. 업권 간 경계가 무너지는 현실을 인정하고, 계좌 확보 경쟁에 직접 뛰어 들어야 한다. IMA로 촉발된 이번 전쟁은 가볍지 않다. 은행의 존재 방식을 다시 고민해야 한다. 농사꾼의 땅에 사냥꾼이 들어왔다. 은행이 '농사만 짓는 전략'으로는 버틸 수 없다. /금융부장 bluesky3@metroseoul.co.kr

2025-12-11 06:00:33 박승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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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범 입시토크] 2028 대입을 위한 예비 고1 겨울방학 전략적 로드맵

2028학년도 대입 개편은 우리에게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과연 고등학교 입학 전 겨울방학에 '무엇'을 해야 하는가? 흔히 말하는 선행학습이 중요하지만, 2028 이후의 대입 트렌드는 '진로와 전공 설계'가 선행학습과 병행해야 한다. 5등급제와 정시 교과 평가 도입으로 인해 '성적의 양'보다 '성장의 질'이 중요해진 지금, 설계 없는 선행은 비효율적인 노력이 된다. 따라서 예비 고1 학생과 학부모는 명확한 진로와 전공을 선택했다면, 이 겨울방학을 '고교 3년의 전략적 설계'에 집중해야 한다. ◆5등급제 시대의 필연...주도적 태도 기반, 세특 중심의 질적 경쟁이 핵심 2028 대입에서 등급의 변별력이 약화되면서 대학들은 학생부의 기록의 질, 특히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세특)에 담긴 학업 역량과 진로 역량의 깊이를 반영하려는 움직임은 수시와 정시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음을 방증한다. 서울대, 경희대, 건대 2028 시행안에서 정시에서도 교과 역량 평가를 하거나 교과전형에 교과세특 평가의 도입은 이러한 인과성(등급 무력화)와 세특 강화(모든 전형에 영향)를 명확히 이해해야 한다. 성공적인 학생부를 만들기 위해서는 단순 교과 개념 이해를 넘어, 배운 내용을 진로와 연계하여 융합하고 심화 탐구한 과정이 세특에 기록돼야 한다. ◆선행보다 중요한 '학교 환경 분석' 설계 진로와 전공에 대한 선택을 완료했다면, 이제 이를 학교생활에 적용하기 위한 구체적인 설계 작업이 겨울방학 동안 필수적이다. 학교알리미를 통해 입학 예정인 학교의 정보를 얻는 것이 이 설계의 핵심이다. 만약 2026학년도의 공식적인 계획이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면, 2025학년도 청체활동계획서(동아리, 자율 활동, 진로 활동)분석하고, 창체, 세특 활동 선행을 계획해 보자. 이러한 사전 분석이 중요한 이유는 시간 절약과 탐구 역량의 극대화 할 수 있다. ◆지적 확장의 완성...수업 충실도와 전공 관련 선택과목 이수 이 설계의 최종 목표는 '자신만의 성장을 담은 학생부 기록'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대학들이 제시한 전공별 이수 과목을 분석해 교과목을 선택하는 것이다. 수행평가 및 창의적 체험 활동과정에서 교과서 개념을 연계해 주도적으로 탐구하는 활동을 통해 발전가능성을 증명하자. 독서 역량 또한 단순히 책을 읽은 사실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읽은 전문 도서의 내용을 교과목과 연계하여 지적 확장을 이룬 과정을 세특에 담아내야 한다. 결국 2028 대입에서 성공은 무작정 앞서가는 선행학습이 아니라, 철저한 자기 이해와 학교 시스템 분석에 기반한 전략적 로드맵 설계에서 시작된다. 이 전략적 설계는 내신과 세특의 질적 완성, 수능 역량 강화라는 세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구체적인 행동으로 완성된다. 앞서 언급된 것 외에도 ▲내신 선행의 방향 설정 ▲선행 학습의 수능 역량 강화 기여도 ▲고1 3월 모의고사(중학교 전 범위) 복습할 범위 학습 등이다. 이제 예비 고1은 단순한 수험생이 아니라, 내신과 수능역량을 키우고 자신의 진로를 설계해 대학이 요구하는 인재상이 돼야 한다. 이 겨울, 진로와 전공 설계를 완료하고 고교 3년의 일관된 성장 스토리를 만들어 가길 바란다. /지상범 JSB진로진학연구소장

2025-12-10 14:33:23 신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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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철의 쉬운경제]노후 경제적 삶의 필요조건

고령사회일수록 소득의 많고 적음을 떠나 평소 꾸준히 저축해야 길고도 짧은 인생역정의 후반을 여유롭게 지낼 수 있다. 평소 소득이 높더라도 낭비하다 보면 소비 습관을 되돌리기 어려워 환경이 바뀌어도 과잉 소비를 계속하게 되어 소년등과와 함께 인생 3대 비극이라고 일컫는 노후 빈곤에 맞닥뜨릴 가능성이 크다. 주변을 살펴보면 저소득이면서도 근검절약하는 이들이 고소득이면서 인색한 사람들보다 삶의 여유를 가지고 삶의 향기를 누리는 모습들이 보인다. 정신적으로 안정된 노후를 맞이하려면 뭐니 뭐니 해도 먼저 자신을 얽어매는 탐욕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초고령사회에서 열심히 살아온 노인들이 불현듯 마주칠 수 있는 경제적 장애는 물가 불안이다. 물가가 불안하면 젊은이들이 올라가야 할 미래 성장 사다리도 흔들리고,누구나 건너지 않으면 아니 될 노후 징검다리도 휘청거린다. 부끄럼 없이 떳떳하게 사는 노후는 개개인의 정신자세에 달렸지만, 노후 '경제적 빈곤으로부터의 자유는 화폐가치를 안정시킬 책무가 있는 공동체의 책임이 크다. 평생을 절약하며 푼푼이 모은돈이라도 인플레이션이 휘몰아치면 바람결에 흩날리는 낙엽처럼 흩어지기 때문이다. 살기 좋은 나라는 시간이 흘러도 화폐가치가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나라다. 열심히 노력한 노인들이 사회적, 경제적으로 불안한 모습을 보이면 언젠가 노인시대를 맞이할 젊은이들 또한 초조함과 불안감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생각건대, 노인들이 근심 걱정 없이 살아가는 모습이 청년들의 눈앞에 비쳐야만 한눈팔지 않고 보람찬 미래를 설계할 수 있다. 힘에 겨운 부채를 남기지 않아야 하는 까닭이다. 생각건대, 쪼들리지 않는 미래는 미래 세대보다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책임이 크다. 변하지 않는 이치는 현재 노인은 과거의 청년이었으며, 지금 청년은 미래의 노인이 된다는 사실이다. 노인들이 과거의 자신에게 떳떳하고 청년들이 미래를 두려워하지 않는 환경이 되어야 밝은 미래를 꿈꾸는 자유로운 나라가 될 수 있다. 지나친 욕심을 버리고 근검절약하는 자세를 갖추기만 하면, 노후 빈곤의 벽을 넘어 정신적 자유, 경제적 안정을 누릴 수 있어야 하는데 쉽지 않은 일이다. 공동체는 변함없이 물가를 물가안정 노력을 기울여야 하고, 개인도 평소 나름대로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을 찾아내야 하는데, 냉철한 자세로 꾸준히 세상 변화의 흐름을 관조해야 가능하다. '큰 정부'가 빠지기 쉬운 함정은 확장 재정으로 화폐가치가 떨어져 특히 중산층 이하 서민층의 특히 노후 삶을 흔들리게 하는 일이다. 물가안정을 통하여 노인들의 불안이 해소되면 청년들의 (미래) 불안을 해소하여 출산을 장려하는 길도 될 수 있다. 이 순간에 태어나는 아기들이 쪼들리지 않고 모두 행복한 노인이 될 가능성이 커질수록 행복한 사회의 문은 넓어진다. 각국 협조로 기후 문제가 해결된다면, 가속적으로 발전하는 기술혁신으로 인류의 의식주 문제는 어렵지 않게 해결될 수 있는 시대가 머지않다고 믿고 싶다. 지금처럼 욕심을 내며 싸우다가는 아주 먼 미래가 될지 모른다.

2025-12-09 20:11:58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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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한의 시시일각] 미술비평가들의 노동현실

작가노조 준비위원회는 지난 11월 22일 서울 용산구 철도회관에서 '2025 작가노동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문학·출판 분야의 집필 작가를 대상으로 한 전국 단위의 첫 조사다. 지난 3월 10일부터 두 달 동안 온라인으로 진행되었으며 이 중 205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조사 결과 한국 작가의 다수는 저소득·불안정 노동 상태에 놓여 있었다. 응답자의 80%가 연 소득 2000만 원 이하였고, 절반 이상이 생계를 위해 겸업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전업 작가라 하더라도 실제 집필만으로 생활 가능한 경우는 약 22%에 불과했다. 이들 중 응답자의 절반 가까이는 원고료 체납 및 미납 경험이 있었다. 계약서를 항상 작성한다고 답한 비율은 65.9%에 그쳤으며, 계약 조건을 협상해 본 경험이 있는 작가는 52%에 머물렀다. 협상하지 못한 이유로 '관행'이나 '협상 기회 부재', '정보 부족' 등을 꼽았다. 건강 문제도 뚜렷했다. 응답자의 66.8%가 근골격계 통증, 눈 질환, 과로, 번아웃 등을 겪고 있어 집필 노동으로 인한 신체·정신적 부담이 적지 않았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작가들은 적정 단가 보장, 표준계약서 개선, 사회보험 및 보호제도 강화, 지불 지연·체납에 대한 제도적 대응 등을 요구하고 있다. 집필활동이 불안정 속 저임금, 건강 리스크를 지닌 노동이라는 점에선 비평가(미술평론가)들도 마찬가지다. 별도의 공식통계조차 없지만 소득은 '2024 예술인 실태조사'에서 드러난 미술인 연 소득 1000만 내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추정되고 문학 작가들처럼 원고료 체납(지연) 경험이 드물지 않다. 실제로 소득의 경우 이해할 수 없는 온갖 규정을 내세우고 있는 공공기관 원고료라야 편당 20-30만 원대도 흔하니 딱히 틀린 수치는 아닐 것이다. 그나마도 지불 지연이 빈번하다. 한 달은 기본이요, '행정절차'가 필요하다며 수개월까지 미뤄지곤 한다. 미술평론가에게 지불 지연은 '구조적 일상'에 가깝다. 원고료 정산이 정확하고 빠르며 상대적으로 높게 책정되어 있는 대상은 개인 작가다. 사실상 가장 힘들게 살아가는 작가들이 공공기관 대비 고비용을 지출하는 이상한 구조인 셈이다. 그렇다고 작가들의 원고료가 과도하다는 뜻은 아니다. 공공기관 원고료가 그만큼 '초현실적'이라는 게 맞다. 이러한 현실이니 생계를 걱정해야 할 처지임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전업 비율이 매우 낮은 것도 당연하다. 대부분은 주업인 평론 외 대학 강의·번역·기획 업무 등을 겸업해 수입을 보충한다. 평론은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저작권, 수정권, 수정 및 검토 절차, 2차사용 범위, 데이터베이스·웹 업로드 조건 등, 비평가의 권리 보장차원에서 반드시 직종별 양식이 요구되지만 실상은 평론가용 표준계약서 자체도 없다. 미술비평은 사전 조사, 현장 취재(지역 간 이동도 상당함), 작가 인터뷰, 집필을 포함하는 복합 노동이다. 이에 기본적인 근골격계·시력 곤란 외에도, 과도한 이동과 시간 압박이 결합해 피로도가 더 높게 나타난다는 특징이 있다. 그럼에도 노동자성 인정 및 조직화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활동 인구 자체가 적고 '개별 프리랜서 중심 구조'가 강해 조직화나 제도 개선 논의가 추진되기 어려운 환경이다. 이 모든 걸 종합하면 비평가(비평계)들은 아직 보호 체계의 '출발선'에도 제대로 서지 못했다. 작가들이 제도적 보호 장치를 요구하는 흐름이 생기고 정부나 지자체 역시 작가들 중심으로 정책이 만들어지는 것과 대조적이다. 비평가들은 집필 노동의 권리를 스스로 찾고, 사회는 비평가들의 노동현실에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그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지속가능하지 않은 노동을 이어간다면, 결국 비평의 질적 저하로 이어지고 미술계 전체의 담론이 빈곤해질 수밖에 없다. 창작과 비평이 함께 건강할 때 비로소 미술 생태계 전체가 균형 있게 성장할 수 있다.■ 홍경한 미술평론가

2025-12-09 10:04:34 한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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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윤열의 푸드톡톡] 압력이 만든 간편식의 맛

고기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맛있다'라는 감정은 단순히 미각의 만족을 넘어 행복한 기억으로 자리 잡는다. 젓가락 끝에서 전해지는 부드러운 탄력, 씹을 때마다 입안 가득히 번지는 육즙, 달착지근한 양념이 고기 결 사이로 스며들어 형성하는 풍미는 중독에 가깝다. 한식은 원래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다. 조리하는데 걸리는 시간과 노동력으로 비교하면 가성비 측면에서 매우 열세다. 압력 밥솥은 밀폐된 내부 공간에 열을 지속적으로 공급해서 온도가 올라가면 수증기가 팽창하면서 온도가 120도까지 올라가 2기압으로 밥을 짓는다. 평상시에는 1기압으로 100도에서 물이 끓지만 밀폐된 공간에서는 120도까지 올라가서 2기압이 되는 것이다. 압력밥솥은 밥을 더 빠르고 고르게 익히기 위해서 내부 압력은 일반적으로 70~80 kPa (킬로파스칼)정도로 유지된다. 레토르트 식품은 압력 밥솥처럼 완성된 음식을 특수 재질의 파우치 용기에 담아 고온, 고압으로 미생물을 멸균하기 때문에 장기간 보관이 가능하며 안전하게 섭취할 수 있다. 레토르트 식품은 국, 탕, 찌개는 물론 카레, 짜장, 볶음밥, 면류, 디저트, 이유식, 캠핑용, 군용식량까지 매우 다양해서 그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한국의 간편식 시장은 작년 기준 5조 원을 넘어섰고, 레토르트 간편식 시장은 급성장 중이다. 그러나 이 분야는 늘 한가지 난제를 갖고 있다. 보존성을 높이기 위해 고온으로 살균하기 때문에 신선함은 사라지고 풍미와 조직이 무너진다. 한식의 탕류처럼 단맛, 감칠맛, 육향이 정교하게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 제품은 열처리로 인한 단점을 피해 가기가 힘들었다. 그런데 최근 푸드테크 기술의 발전에 따라 해결의 실마리가 풀릴 듯 하다. 이러한 문제 해결의 중심에 바로 고압살균(HPP) 기술이 있다. 고온으로 처리하는 경우 고기를 구성하고 있는 단백질 분자구조는 몇 분 안에 쉽게 변성되고 지방의 미세한 풍미 성분은 소실된다. 심한 경우 고기의 육질이 물러 지거나 양념의 균형이 깨져 집에서 만든 맛과 다르게 된다. 간편식 시장이 확대될수록 소비자가 원하는 품질에 대한 기대치는 그와 비례해서 상승한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살균은 뜨겁게 가열해서 유해균을 없애는 방식이다. 하지만 고압살균은 가열 대신 600MPa(메가파스칼) 안팎의 강한 압력을 식품에 균일하게 전달하여 미생물을 비활성화하는 기술이다. 해양 최대 수심이라고 하는 마리아나 해구의 깊이가 약 11㎞라고 하는데 600MPa 압력은 60㎞ 수심에 해당한다. 고압살균은 야채나 고기조직을 파괴하지 않고 고온으로 가열 처리하는 방법처럼 단백질을 과도하게 변형시키지도 않는다. 조리 직후의 탄력과 육즙을 손상시키지 않는 점이 프리미엄 요소로 작용한다. 유해한 세균의 세포막을 고압으로 수축시켜 생존이 불가능하게 만든다. 현미경으로 보면 미생물만 손상되고 고기 섬유나 양념 성분은 거의 그대로 보존되는 것이 특징이다. 단순하지만 강력한 원리가 간편식의 품질을 완전히 바꾸기 시작했다. 열처리 방식에서는 고기 속에 함유되어 있는 수분이 빠져나가고 단백질이 빠르게 굳는다. 반면 압력 처리는 수분 유지력을 지키기 때문에 조리했을 때 촉촉함이 남는다. 핵산계 조미성분, 아미노산, 지방등 휘발성 향미물질은 비교적 열에 약한데, 고압살균은 이를 해치지 않는다. 덕분에 집에서 바로 볶은 맛과 유사한 풍미 프로파일이 유지된다. 양념은 단맛, 염도, 산도가 미세하게 균형 잡혀야 한다. 고압은 이러한 조합을 흔들지 않고 균형을 유지한다. 따라서 양념의 깊이와 조화가 그대로 살아나 소비자 만족도가 올라간다. 고압으로 병원성 미생물을 억제할 수 있어 클린라벨 설계가 가능해진다. 고온에서 처리한 음식에서 많이 생성되는 최종당화산물 (AGEs)의 생성을 감소할 수 있고 고열처리 식품에서 기인하는 마이야르 반응 결과 부산물의 생성이 적다. 이는 염증이나 노화의 지표 증가 가능성을 낮춘다는 의미가 된다. 압력은 지방과 단백질을 과도하게 변형시키지 않기 때문에 소화 과정의 스트레스가 적다. 양념의 당질 구조가 덜 파괴되어 급격한 혈당 상승이 상대적으로 낮은 경향을 보인다. 최근에는 고압살균 기술을 활용한 제품들이 프리미엄 간편식 영역에서 눈에 띄고 있다. NFC 착즙 음료, 콜드브루 커피, 전골, 비빔밥, 볶음요리, 샌드위치, 도시락 등 활용도가 점차 넓어져 1~2인 가구에서 재구매율이 증가하고 있다. 가열의 한계를 넘어선 푸드테크 기술은 결국 사람의 삶을 바꾸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열은 빼고 압력이 만든 변화가 식탁 위의 새로운 기준으로 등장하는 시점이다. /연윤열 푸드테크 라이터, 식품기술사

2025-12-08 11:15:33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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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형의 본초 테라피] 염증과 가려움 진정시켜주는 ‘고삼’

양약고구(良藥苦口)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좋은 약은 입에 쓰다는 말이다. 한약이라고 하면 얼굴부터 찌푸릴 정도로 쓴맛을 가진 약재가 많은데 이에 가장 잘 어울리는 게 바로 ‘고삼(苦蔘)’이다. 고삼은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무척이나 맛이 쓴(苦) 본초이다. 하지만 인삼, 현삼, 단삼, 사삼 등과 함께 오삼(五蔘)이라 불릴 만큼 뛰어난 효능을 자랑한다. 이름에도 삼이 들어가고 삼만큼이나 몸에 좋다지만 삼과는 종류가 완전히 다른, 콩과의 여러해살이풀이다. 약재로 사용되는 부분은 뿌리인데 그 끝 부분이 휘어진 모양 마치 도둑이 열린 창가에서 물건을 훔쳐 내던 지팡이와 닮았다 하여 도둑놈의 지팡이로도 불린다. 고삼은 이미 『신농본초경』에 그 기록이 있을 만큼 오래전부터 약재로 사용돼 왔다. 『동의보감』에서는 고삼에 대해 “성질이 차고 맛은 쓰며 독은 없으며, 열을 없애고 이질과 소변이 황적색인 것을 낫게 한다”고 적고 있다. 그 밖에도 고삼은 속을 편하게 하고 궤양을 치료하는 것은 물론 해열, 오한, 두통 등을 치료하는 데 쓰이며, 살균, 건위, 진통, 소염, 이뇨 등의 효능 역시 가지고 있다. 요즘과 같은 겨울철에는 차로 고삼을 즐기며 건강을 보하기도 한다. 고삼차는 물 2리터에 고삼 15g을 넣고 중불에서 30분 이상 물이 반으로 줄어들 때까지 끓여주면 된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 고삼이 워낙 쓴 만큼 차로 우렸다 해도 쓴맛이 강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욕심을 내지 말고 조금씩 양을 늘려가며 적응하는 게 좋다. 고삼의 또 하나 특별한 효능은 바로 피부 건강의 유지다. 예로부터 습진이나 피부 가려움에 주로 처방하는 약재였으며 현대에 와서도 가려움이 심한 아토피나 습진, 여드름 같은 피부 질환에 주로 쓰인다. 실제로 고삼 추출물을 함유한 화장품이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다. 고삼차를 마시는 것만이 아니라 피부 미용을 위해 직접 바르는 것도 도움이 된다.

2025-12-08 05:00:06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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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지윤 변호사의 부동산 세상] 신탁사 비용상환청구권 행사 제한의 기준

신탁사가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 수익자 이익 수호 의무를 위반해 신탁재산에 손해가 생긴 경우, 위탁자는 수탁자에게 신탁재산의 원상회복이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신탁법 제32조 본문, 제33조, 제43조 제1항). 수탁자가 선량한 관리자 주의를 위반해 신탁비용을 지출한 경우에는 과실로 확대된 비용이므로 수탁자는 비용상환청구를 할 수 없다. 수탁자의 비용상환청구권 행사를 제한하는 경우에 대해 대법원은 '수탁자의 과실뿐만 아니라, 개발신탁에 있어서는 장기간에 걸쳐 사업이 진행되고 부동산 경기를 예측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어서 경우에 따라 대규모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 등 또한 함께 고려'해오고 있다(대법원 2006. 6. 9. 선고 2004다24557 판결 등 참조). 한편 대법원은 "신탁보수약정이 있는 경우 신탁사무를 완료한 수탁자는 위탁자에게 약정된 보수액을 전부 청구할 수 있는 것이 원칙이지만, 신탁사무가 중도에 종료된 경우에는 신탁사무처리의 내용 및 경과, 신탁기간, 중단된 신탁사무로 인해 발생하는 위탁자의 손실, 기타 변론에 나타난 제반 사정을 고려해 약정된 보수액이 부당하게 과다해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형평의 원칙에 반한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범위 내의 보수액만을 청구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대법원 2006. 6. 9. 선고 2004다24557 판결 등 참조). 최근 수탁자의 비용상환청구권 및 보수청구권 행사의 제한과 관련해 의미 있는 판결이 있었다. 甲은 乙신탁회사와 분양형 토지신탁계약을 했고, 호텔준공 후 신탁사업 종료합의를 하면서 최종 수지계산서에 승인했다. 그런데 갑이 을 상대로 '수익금 지급청구소송'을 제기했다. 갑은 "을이 분양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선관주의의무를 위반해 부당하게 사업비를 지출했으므로, 부당 집행 사업비 상당액을 신탁계약 비용에 포함할 수 없으니, 갑에게 상당액을 신탁비용에서 제외하고 재산정한 수익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갑은 '신탁보수 감액 청구'도 했는데, 을이 선관주의의무를 위반했으니, 신탁보수가 부당하게 과다해 신의칙에 반해 신탁보수의 10% 상당액이 감액돼야 한다며, 부당이득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1심과 2심 모두 신탁회사의 손을 들어주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4. 12. 19. 선고 2023가합89710 판결, 서울고등법원 2025. 10. 17. 선고 2025나202194 판결). 을이 선관주의의무에 위반해 부당하게 분양관련 사업비를 집행한 사실이 없다고 인정한 것이다. 갑은 기존의 분양대행계약이 해지됨에 따라 새로운 분양대행업체가 선정되기까지 약 3개월간 분양업무가 불가능했음에도, 을이 위 기간 동안 분양업무 관련 사업비를 지출했다는 점 등을 근거로 부당한 사업비 지출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기존 분양대행업체와 계약을 해지하면서 신규 업체가 들어오기 전까지 분양대행업무를 계속 수행하기로 약정했었고, 기존 분양대행업체가 모델하우스에서 분양대행업무를 하고 있었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들어, "공백기간 동안 사업비가 집행된 것이 사업비를 부당 집행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봤다.

2025-12-07 12:52:40 이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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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의 와이 와인]<305>기후변화 속에서 보르도가 찾은 해답…'그레이트' 2022 빈티지

<305>佛 보르도 와인 2022년 빈티지 우려가 기대로 바뀌었고, 기대는 현실이 됐다. 프랑스 보르도 와인 2022 빈티지에 대한 서사다. 와인은 과실미와 부드러운 타닌이 균형을 잘 맞췄고, 신선한 생동감이 느껴졌다. 보르도 와인이 기다리지 않아도 원래 이렇게 향긋했나 싶더니 입안에서도 어렵지 않게 풀렸다. 초여름부터 기온이 40도에 육박할 정도로 2009년 이후 가장 무더웠던 해였지만 기후변화에 대한 보르도만의 모범답안을 찾은 셈이다. 프랑스 보르도 그랑 크뤼 연합(UGCB)이 주최한 '2025 보르도 그랑 크뤼 전문인 시음회'가 지난달 열렸다. 68개 그랑 크뤼 와이너리들이 한국을 직접 방문해 2022년 빈티지를 선보였다. '그랑 크뤼(Grand Cru)'는 프랑스어로 뛰어난 포도밭을 뜻한다. 매우 우수한 품질의 와인을 만드는 와이너리나 포도밭에 부여되는 명칭이다. 현재 132개의 최고 샤또들로 구성된 UGCB는 1973년에 설립됐다. 매년 전 세계 여러 도시에서 시음행사를 열어 각국이 회원 샤또와 만나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한다. 이번 시음회는 아시아 투어의 일환으로 열렸으며, 700명 안팎의 와인 업계 관계자들이 몰렸다. 2022년은 기후만 놓고 보면 기대를 할 수 없었던 해다. 서리와 우박에 이어 봄에는 이른 더위가 찾아왔고, 몇 차례 폭우까지 이어졌다. 지구온난화를 그대로 느낄 수 있게 매우 덥고 건조한 여름도 견뎌야 했다. 포도재배부터 수확, 양조까지 그간의 노하우와 기술을 쏟아부은 와이너리는 물론 기후변화에 놀랍게 적응한 포도나무가 반전의 스토리를 만들었다. 프랑수아-자비에 마로토((Francois-Xavier Maroteaux) UGCB 회장은 2022 빈티지에 대해 "풍부한 과실미와 탄탄한 구조감, 신선함과 집중도를 모두 갖춘 뛰어난 균형감을 보여주는 빈티지"라며 "지금 바로 마셔도 충분히 매력이 있지만 20~30년 뒤에도 훌륭한 잠재력을 보일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마로토 회장은 올해 2월 UGCB의 회장으로 선출됐다. 생-줄리앙에 위치한 와이너리 샤토 브라네르-뒤크뤼를 가지고 있으며, 그의 아버지 패트릭 마로토는 2000년부터 2008년까지 UGCB의 회장을 역임한 바 있다. 세계적인 와인 평론가인 제임스 서클링은 "올해 업계에서 가장 큰 이슈 중 하나는 새로 출시된 보르도 2022년 빈티지"라며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덥고 건조한 해였음에도 레드와 화이트 와인 모두 집중력과 생동감을 유지하는 모습에 놀랐다"고 밝혔다. 그는 "물론 대부분의 와인은 알코올 도수가 15도에 육박하고 산도가 낮지만 이런 특징 덕분에 바로 마시기가 쉽다"며 "더 이상 보르도 와인을 따라 마시기 위해 기다릴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연말을 맞아 올해의 와인을 가리는 자리도 모두 보르도가 차지했다. 평가기준은 물론 지향점도 다른 두 매체가 올해 최고의 와인으로 나란히 보르도 2022 빈티지를 택했다. 와인 스펙테이터의 선택은 '샤토 지스쿠르 2022'다. 제임스 몰스워스는 "사토 지스쿠르는 보르도가 여전히 세계 최고의 와인을 만들어내고 있으며, 와이너리들도 시대의 변화와 함께 발전할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 준다"며 "특히 2022년 빈티지는 그 해의 특징을 완벽하게 담아냈다"고 평가했다. 제임스 서클링은 '샤토 디쌍 2022'를 1위로 꼽았다. 그는 "풍부하고 복합적인 과일 향이 한 모금, 한 모금 마실 때마다 다시 찾게 만들었다"며 "생산량은 10만병이 넘고, 가격도 70달러 안팎으로 비교적 쉽게 구해 마실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2025-12-04 13:52:53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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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호의 시선]한국은 대출금, 일본은 지원금

지난달 25일 오후 일본 도쿄 하얏트 리젠시 호텔. 중소기업중앙회가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을 기념해 일본의 전국중소기업단체중앙회와 함께 '한·일 중소기업 경제포럼'을 열었다. 이날 포럼에선 일본 중소기업청 야마자키 타쿠야 경영지원부장이 '일본 중소기업 정책'을 주제로 발표했다. 강연이 끝나고 질문이 오가는 과정에서 일본이 자국 중소기업의 설비투자에 대해 최대 5억엔의 정책자금을 무상으로 지원하고 있다는 내용이 화제가 됐다. 환율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5억엔이면 우리 돈으론 50억원 정도되는 큰 돈이다. 일본은 이 돈을 기업에게 대출로 지원하는게 아니라 그냥 주고 있었다. 포럼에 참석했던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을 비롯한 한국의 중소기업인들은 매우 의아해했다. 우리나라 정책 자금은 거의 대부분이 이자를 갚고 원금까지 돌려줘야하기 때문이다. 코로나 팬데믹 시절 소상공인들에게 정부가 준 지원금도 모두 마찬가지였다. 정부는 지원금이라고 부르지만 사실상 대출금이다. 김기문 회장이 참석자들을 대신해 다시 되물었다. 야마자키 부장은 "5억엔을 무상으로 기업에 지원하는 것이 맞다"면서 "다만 최대 5억엔까지가 한계다. 10억엔을 기업이 투자하더라도 받을 수 있는 돈은 최대 5억엔 까지다. 단 1회까지만 지원해준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일본기업들이 해외투자를 많이하고 있어 이를 국내로 유도하기위해 내놓은 정책"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포럼 자리에 함께 있던 이철규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장도 일본의 '진정한 지원금'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실제로 한국의 정책자금은 상환 의무가 있는 대출 일색이다.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에 따르면 상환 의무가 없는 보조금은 청년창업사관학교의 사업화 지원금, 수출기업들을 위한 수출바우처, 혁신바우처가 전부다. 운송료, 무역보험료, 통번역 등에 쓸 수 있는 수출바우처의 경우 가장 많은 지원금이 1억원(전년도 수출액 500만 달러 이상 강소기업) 정도다. 컨설팅, 마케팅 등에 쓸 수 있는 혁신바우처도 5000만원(매출 140억원 이하 소기업)이 한도다. 기업에게 5억엔(약 50억원)을 무상으로 쏴주는 일본과는 수준이 다르다. 물론 기업에게 돈을 그냥 주는 것에 대한 회의적 시각도 상당하다. 국민 혈세니 당연하다. 그 중 '도덕적 해이'가 대표적이다. 일본이 지원 근거로 삼고 있는 '투자'를 어떻게 판단하느냐도 매우 중요하다. 정책 자금과 관련해 해묵은 논쟁이 있다. 한정된 예산을 많은 기업들에게 골고루 주느냐, 될(성장할) 기업들에게 집중적으로 지원하느냐가 그중 하나다. 우리도 일본처럼 통크게 쏴주는 순수 지원금 형태의 정책자금 도입을 심사숙고 할 때가 됐다. 대출금보다 무상 지원금을 받은 기업이 국내에서 대규모로 투자하고 고용 창출 효과가 더 높다면 시도해 볼만한 가치가 있다. 무상으로 줬지만 이는 나중에 세금으로도 돌아온다. 한국의 중소기업기본법(1966년 제정)은 어느덧 60년을 향해간다. 일본은 우리보다 3년 빠른 1963년에 제정됐다. 하지만 일본의 100년 가게, 100년 기업 숫자는 우리와 천지 차이다. 이웃에겐 분명 비법이 있다.

2025-12-04 11:24:39 김승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