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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식의 세태 만화경] 찐빵

내 눈이 변덕스러운 걸까? 한동안 단풍 풍경에 젖어 있던 내 시선은 얼마 전부터 뜨뜻한 김이 모락거리는 것들에 자꾸 쏠린다. 가을철 내내 눈에 띄지 않던 뜨끈한 어묵과 가락국수에 시선이 오래 머문다. 찬바람이 몹시 불던 날, 색 바랜 낙엽이 펄펄 내리던 가로수 길옆 찐빵 집도 허연 김을 퍼내고 있었다. 계절 대목을 맞아 후끈 달아오른 커다란 양은솥! 입이 함지박만 해진 아주머니가 솥뚜껑을 열어젖히자 뜨거운 김이 확 밀려오는 게 찐빵이 저토록 뽀얗다. 솔직히 찐빵의 맛 차이를 잘 모른다. 부드러운 팥소와 쫄깃한 식감을 내는 비법이 어쩌고 저쩌고 해도 내겐 이 세상 모든 찐빵이 다 맛있다. 어쩌면 추억의 맛으로 먹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내 추억의 찐빵에는 포만감, 웃음, 친구, 이웃, 이야기 같은 질료들이 버무려져 있다. 아련한 이런 추억이 행여 잊힐세라 그 흔한 찐빵이 늘 허기진 모습으로 다가온다. 뜨거운 김이 풀풀대는 찐빵! 한입 가득 베어 물면 열기가 입안을 훅하고 퍼지며 잠자던 추억이 깨어난다. 예닐곱 살 때였을 것이다. 낙엽이 뒹굴던 신작로 옆 공터에 무슨 잔치가 열렸더랬다. 한복을 입은 사람들이 꽤 많았던 걸 보면 결혼식 피로연 같기도 하다. 복닥거렸다. 가마솥이 대여섯 개가 놓여 있었는데 동네 아이들은 개중 하나에 꽂혔다. 두 개의 돌 위에 걸려 있는 거무죽죽하게 그은 가마솥! 투박한 솥은 마치 기차가 먼 길을 달려와 이제 막 종착역에 도착한 것처럼 숨을 고르며 수증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아이들은 솥뚜껑 개봉을 기다리며 침을 꼴딱거렸다. 드디어 솥뚜껑이 열리자 자욱한 김이 뭉게뭉게 피어올랐다. 수년 전 새벽녘 잔잔한 호수 위로 스멀스멀 올라오는 물안개를 바라보며 그 김이 오버랩이 됐다가 사라짐을 느꼈다. 김이 모락거리던 찐빵은 아이들 마음만큼 부풀어 있었고, 아이들 수만큼 많았다. 하얗고 둥그스름한 게 어른 손바닥 크기만 했다. 때 묻은 손에 고스란히 전해진 찐빵. 그 뜨거운 찐빵은 식을 때까지 손바닥 위에서 공중제비를 해야 했지만, 호호 불어가며 맛있게 먹던 기억이 아련하다. 꿀맛이었다. 눈빛마다 포만감과 행복감이 그렁거렸다. 그 눈빛들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그 시절엔 그랬다. 먹을 게 넘쳐나는 요즘 세태는 맛 표현을 입으로 하지만 그 시절엔 눈빛으로 말했더랬다. 누군가 맛있니? 물어오면 아이들은 안달이 난 그 궁금증까지 속으로 삼켰다. 맛있다! 소리만 들어도 덩달아 배부를 것 같은 그 감탄조의 느낌 한마디를 애써 표출하려 들지 않았다. 먹을 게 귀하던 시절엔 그렇게 하는 것이 상대에 대한 배려이고, 미덕이라고 배웠다. 그건 옳은 얘기이기도 했고, 그른 판단이기도 했다. 느낌표가 그렁거리는 그 눈빛이 대놓고 맛있다고 말하고 있는데, 어찌 표현하지 않았다고 할 수 있을까. 외려 그 느낌표에 담긴 맛을 캐내느라 더욱 꼴딱거려야 했던 시절이었다. 요즘 들어 찐빵 냄새가 그렇게 향수를 자극할 수가 없다. 한입 베어 물 때 풍겨오는 찐빵만이 지닌 독특한 냄새, 어릴 적에 이게 뭐지? 킁킁거렸던 밀가루 익은 냄새다. 찐빵을 먹을 때마다 그 냄새를 더듬곤 한다. 추억을 먹는 것이다. 한갓진 시골길을 걷다가 찐빵 집이 불쑥 나타나면 반갑고 고맙다. 걸음을 떼지 못한다. 김이 모락거리는 낡은 양은솥이 정겹게 다가온다. 동네 아이들이 그곳에서 수런댄다면 왠지 낯설지 않는 이야기가 꽃필 것만 같다. 야! 뜨끈한 찐빵이다.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배고팠나보구나 한 개 더 줄 테니 뜨뜻할 때 많이 먹어 하는 아주머니의 목소리가 이어질 것이다. 겨울 무드로 가는 길목에서 만나게 되는 찐빵 집은 언제나 이런 추억의 날개를 펼치게 한다.

2017-11-29 08:00:00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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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권 박사 칼럼]겨울 '비염', 콧물과의 전쟁

영하로 뚝 떨어진 날씨. 코가 매울 정도로 싸늘한 기운이 느껴지는 걸 보니 겨울이 성큼 왔나 싶다. 하지만 한의원에서의 겨울은 좀 더 빠르다. 진료실에 콧물을 훌쩍이거나, 막힌 코를 킁킁대며 들어오는 환자가 부쩍 늘었을 때 겨울이 성큼 다가왔음을 실감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알레르기 비염 환자는 2010년 556만 6825명에서 2016년 667만 9204명으로 7년 사이 20퍼센트 늘었고, 2016년 전체 환자 중 9세 이하가 26퍼센트를 차지한다고 한다. 비염 환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인데, 특히 6~8월보다 9~11월에 67%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염은 차고 건조한 공기, 외부 먼지에 취약하며 면역력이 떨어지면서 증상이 본격화되기 때문에 겨울이 시작되기 전, 콧물, 코 막힘을 동반한 비염, 부비동염(축농증)에 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비염의 초기 증상으로는 맑은 콧물과 연속적인 재채기가 대표적인데 자칫 감기로 오인했다가 비염 증상이 더 심해지기도 한다. 감기는 미열이 나면서 보통 2주 이내면 좋아지지만, 비염은 주로 콧물, 코막힘 등이 점점 심해지면서 맑은 콧물에서 점차 누렇고 끈적한 콧물로 변화가 생긴다. 만약 이런 상황이 열흘 이상 지속되고, 어느 순간 잠자리에 누웠을 때 코가 뒤로 넘어가는 후비루(後鼻漏) 증상이나 코 가래 등이 보이면 급성 부비동염(축농증)을 의심해볼 수 있다. 한방에서 코는 하늘의 맑은 기운을 받아들이고 내쉬는 통로로 본다. 비염은 단순히 코가 막히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자연의 좋은 기운과 소통하는 것을 차단한다. 코 막힘으로 인해 호흡이 편치 않으면 한창 성장기에 있는 아이들은 학습 능률도 떨어지고 밤에 숙면을 취하기도 힘들어진다. 입맛까지 저해해 장기적으로는 성장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계절 변화와 함께 콧속이 건조해져 답답함이 느낀다면 뜨거운 물이나 스팀 타월을 코 가까이 대고 따뜻한 김을 쐬어 응급 처치를 할 수 있다. 코 세척 전용 식염수나 깨끗한 물로 코 세척을 하면 코 막힘이 완화되기도 한다. 평소 겨울철 실내 온도 18~20℃, 습도 40~60%를 유지해 점막을 촉촉하게 해주면 콧물 배출이 좋아지면서 좀 더 편하게 숨 쉴 수 있다. 따뜻한 물이나 생강차, 대추차 같은 한방차를 수시로 마시면 감기 예방에도 좋고 콧물 및 가래 배출도 수월해진다. 최근에는 황사나 미세먼지가 겨울에도 찾아오기 때문에 외출 시 마스크를 착용해 콧속 보온과 먼지 차단을 함께하는 것도 좋다. 겨울마다 비염에 시달리고 있다면 더 늦기 전에 치료를 서두른다. 한방에서의 비염 치료 방법은 탕약, 스프레이(청비수)나 연고(청비고) 같은 외용제, 뜸, 침, 배농요법(콧물 빼기), 비강사혈요법 등 다양하다. 탕약에는 맥문동, 진피, 황기, 길경 등의 약재를 처방해 풍열(風熱)의 사기(邪氣)를 제거하고 폐와 비장의 기운을 보강하면서 코 점막을 진정시킨다. 동시에 콧속에 뿌리고 바르는 청비수와 청비고로 코 점막의 부종이나 염증을 가라앉혀 코 막힘을 해결한다. 코 안에 누런 콧물(농)이 가득 차 있어 코 막힘으로 숨쉬기가 힘들거나 급성 염증을 치료할 때는 이른바 '콧물 빼기' 배농요법도 쓴다. 하비갑개 아래에 약봉을 삽입, 콧속의 농을 배출케 함으로써 코 점막의 염증을 가라앉히고 콧물, 코 막힘으로 막혀있는 코를 뚫어준다. 누런 콧물이 심한 아이, 코가 막혀 밤새 뒤척이거나 잠을 못 자는 아이에게 도움이 된다. 비염 치료를 할 때 코 안에는 큰 문제가 없는데, 본인은 자꾸 목뒤로 콧물이 넘어간다든지(후비루), 코가 답답하게 느껴지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비점막 어혈 상태로 볼 수 있다. 콧속 침 치료를 통해 그 부위를 직접 사혈(자락)하면 해당 부위 점막에서 어혈이 나오는데 이 치료를 비강사혈요법이라고 한다. 비강에 뭉친 어혈을 풀어줌으로써 코를 튼튼하게 한다. 비강사혈의 경우 통증이 있기 때문에 초등 고학년 이상인 아이부터 치료 가능하다. 비염은 꾸준히 치료를 받으면 전보다 좋아진 상태가 되고, 재발 시 치료도 쉬워진다. 특히 초기에 치료하면 코골이, 축농증, 편도비대 등으로 악화되는 증상을 막을 수 있다. 비염이 오래되고 심각해지면 해부학적으로 하비갑개 부종이 심하거나 뼈가 휘어져 숨길이 직접적인 방해를 받기 때문에 수술을 하기도 한다. 이런 상황으로 치닫기 전, 유전적·생활환경적 요인으로 비염 증상이 나타났을 때 적극적으로 치료하는 것이 낫다. 자신의 건강 상태와 체질에 맞는 생활수칙을 지키고, 코 증상에 따른 치료를 병행한다면 보다 편안한 겨울을 보낼 수 있다.

2017-11-28 09:25:12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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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기의 퇴직연금과 은퇴설계> (66) 연금수령의 요건

(66) 연금수령의 요건 근로자가 관리한 2층 퇴직연금, 3층 개인연금저축을 연금으로 수령하면 일정한 세금혜택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세금혜택을 받기 위한 조건이 연금수령 요건입니다. Q:근로자가 2층 퇴직연금과 3층 개인연금저축을 지속적으로 관리하여 연금으로 수령할 때, 연금수령 요건이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 요건을 알려 주십시오. A:세금 적용을 위해 부르는 용어는 퇴직급여는 이연퇴직소득, 세액공제 연금저축과 수익 등은 그 밖의 소득입니다. 이연퇴직소득(퇴직급여)과 그 밖의 소득(세액공제 연금저축과 수익)을 연금으로 수령하면 세금 혜택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세금혜택을 보기 위한 조건이 있습니다. 그것이 연금 수령 요건입니다. 이연퇴직소득(퇴직급여)과 그 밖의 소득(세액공제 연금저축과 수익)을 연금으로 수령하기 위한 조건은 똑같습니다. 조건은 55세 이후 최소 납입기간 5년 이상을 적립해 연금수령 한도를 지켜 10년 이상에 걸쳐 수령하라는 것입니다. 아래 표는 그 요건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요건을 충족하면 이연퇴직소득(퇴직급여)은 퇴직소득세의 30%를 감액하여 70%를 세금으로 냅니다. 그 밖의 소득(세액공제 연금저축과 수익)은 나이 대에 따라 과세(55~69세 5.5%, 70~79세 4.4%, 80세 이상 3.3%)됩니다. 요건을 해석하면 퇴직급여와 연금저축 등은 노후생활 자금이라 생각하고 이에 맞춰 설계하고 실천하도록 세금혜택을 주는 것입니다. 55세 이상 또는 최소 납입기간 5년 이상을 충족하지 않거나 연금수령 한도를 초과해 인출하는 등 연금 수령 요건을 지키지 않으면(연금외 수령의 경우) 이연퇴직소득(퇴직급여)은 퇴직소득세, 연금저축은 16.5%를 기타 소득세로 내야 하는 불이익이 있습니다. 앞으로 연금 수령 요건에 맞춰 연금으로 받으면 더 많은 혜택을 주고, 그렇지 않으면 더 많은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는 방향으로 세제 개편이 진행되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결국 퇴직급여와 연금저축은 연금으로 받는 것을 결정하고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신한금융투자 신한네오50연구소장

2017-11-27 14:03:12 김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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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철의 쉬운 경제] 저성장 저금리 시대의 화폐가치 보전

한국경제는 고성장 단계를 지나 저성장 구조로 이미 진입하였다. 전 세계적 공급과잉 상황에 더하여 빈부격차에 따른 유효수요 부족으로 저물가 바탕에서 벗어나기도 상당기간 쉽지 않을 것이다. 일시적 등락이 있더라도 저금리 기조가 정착되어 가는 모습이 뚜렷하다. 저성장·저물가·저금리 구조에서는 가계운용이나 기업경영 패러다임도 바뀌어야 한다. 금리가 낮더라도 저물가로 화폐가치가 보전되니, 가계는 이자보다는 저축한 돈을 쪼개 쓴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기업은 미래 현금흐름이 보이지 않으면 레버리지 경영을 자제하여야 한다. 금리가 높아도 물가상승률이 더 높으면 이자까지 재투자하여도 돈의 가치를 보전하지 못한다. 반대로, 금리가 낮아도 물가상승률이 더 낮아지면 돈의 가치는 그대로 보전되거나 오히려 높아진다. 만약, 물가상승률이 높아 화폐가치가 큰 폭으로 하락하는 상황에서 금리가 높다고 좋아하는 것은 제 살 깎아 먹으면서 ‘공짜점심’으로 착각하는 것처럼 화폐 환상(money illusion)에 빠지는 일이다. 반대로 금리가 낮아져도 물가상승률이 더 낮아지면, 실질금리(명목금리-물가상승률)는 높아지므로, 금리생활자 입장에서도 저금리를 걱정할 필요 없다. 성장률이 저하되며 명목금리도 낮아지고 있지만, 물가 또한 낮아지고 있어 실질금리는 과거에 비해 오히려 높은 편이다. 물가상승으로 돈의 가치가 하락하는 시기와 달리 그 가치가 보전되는 시기의 경제적 선택은 근본적으로 달라져야 한다. 저성장, 저물가, 저금리 시대에는 가계의 자산운용 패턴, 기업의 사업계획, 정부의 경제정책도 고성장, 고물가, 고금리 시대와는 달라져야 한다. 보통 소득의 일부분을 저축해야 하는 가계는 노후에 이자를 받아 생활한다고 생각하기보다는, ‘평생 저축한 돈을 쪼개어 쓴다.’는 발상의 전환이 요구된다. 금융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여 투자하는 기업도 타인자본 사용을 되도록 억제하고 가능한 자기자본으로 안정적 수익이 예상되는 사업에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부도 성장 목표를 무리하게 높게 책정할 경우, 작용보다는 부작용이 커지고 결과적으로 가계와 기업을 피로증후군에 빠지게 할 우려가 있음을 경계하여야 한다. 금리가 낮다고 해서, 투기적 투자를 선호하다가는 위험과 불확실성의 대가를 고금리시대보다 더 크게 치러야 한다. 고도성장시대에는 여기저기, 이것저것 먹을거리가 있지만 경제가 성숙기를 지나면 눈먼 돈도 없어지고 단번에 큰돈을 벌 수 있는 경로가 줄어든다. 저성장 저물가 상황에서 현금흐름이 뚜렷이 보이지 않는데도 막연히 큰돈을 벌려고 투자를 확대하다가 잘못될 경우 수렁에서 빠져나오기 어렵다. 고성장, 고물가, 고금리 시대에는 돈의 가치가 빠르게 하락하니 공격적 투자로 성공하면 수지가 맞고, 설사 실패하여도 시간이 지나면서 빚 부담이 흐지부지 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저성장, 저물가 시대에는 사회전체의 수익성은 낮아지며, 시간이 지나도 부채의 가치가 줄어들지 않는다. 수익이 줄어드니 상환능력은 더 악화될 우려도 있다. 가계나 기업이나 위험부담능력(risk tolerance)을 넘어선 과다부채 그리고 과잉투자를 하다가는 영원한 패자로 전락할 확률이 높아진다. 생각건대, 한국경제의 뇌관이 되어가고 있는, 가계부채 누적은 각 경제주체들이 저성장기조에 들어서고 있다는 상황을 인식하지 못한 결과라고도 할 수 있다. 정부는 고도성장 타성에 젖어, 툭하면 경기를 부양하겠다고, 억지 소비를 유도하는 등 국민경제를 피로하게 만들었다. 가계도 명목상 저금리(물가를 감안하면 사실상 고금리 상황)를 틈타 큰돈을 벌어보려고 이리저리 투기적 행태를 벌였기 때문이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저금리시대에는 개인들이 (현재)소비를 해야 경제가 활발해진다는 절약의 역설(paradox of thrift)이 아니라 미래소비를 위해 티끌 모아 태산을 이루겠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저성장, 저물가, 저금리 시대에 소비수요를 억지로 부추기는 단기대책은 국민들의 노후시대를 빈곤절벽으로 이끄는 길이다. 저성장, 저물가, 저금리 시대에 큰돈을 벌겠다고 두리번거리기보다 적은 수입이라도 쪼개어 미래소비를 위해 꾸준히 저축하는 사람에게 여유 있는 삶이 기다린다. 금리가 낮아도 「돈의 가치 보전」이라는 장점 때문이다. (초)고령시대에 국리민복을 위한 길은 당장의 소비보다는 미래의 소비를 위한 저축 특히 장기저축을 유도하는 길이다. 언젠가는 어김없이 노인이 될 젊은이들은 출근길에, 손에 비싼 커피가 아닌 도시락을 들고 다녀야 옳을지도 모르겠다. [b]신세철 칼럼리스트 주요경력[/b] -성균관대 경제학, 서강대 경제대학원 금융경제학, 미시간주립대에서 선물시장 연구. -증권(금융)감독원 제도연구실장, 조사부장, 조사연구국장 역임 -KB자산운용 리스크 관리, 자산운용 책임자 -금융투자협회, 코스닥협회, 대한상사중재원, 호서대대학원에서 금융시장 강의 [b]주요저서[/b] -우리나라 시장금리의 구조변화 -상장법인 자금조달구조 연구 -주가수익배수와 자본환원배수의 비교 연구 -선물시장 가격결정 -증권의 이론과 실제

2017-11-27 11:04:30 최규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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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의 탕탕평평] (80)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모든 일을 행할 때 열정과 집착은 한 끝 차이다. 사심이 없고 정의로움에 성실함을 더하면 열정이고, 사심이 그윽하고 권모술수에 성실함이 더해지면 그것은 집착이다. 그 경계가 모호해 보여도 조금만 관심 있게 살펴보면 명료하고 단순하다. 오래된 정치인이 여러 이슈들로 인해 본의 반 타의 반으로 정계를 은퇴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일정 시간이 지나 대중들에게 잊혀 질 무렵 어김없이 정치행보를 시작하는 경우 역시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너무 잊혀 지면 재기가 불가능하고, 너무 서둘러도 오히려 반감을 사게 되는데 정치인들은 그 적절한 타이밍을 기가 막히게 본능적으로 잘 파악한다. 정치인에게 국민이라는 존재는 무엇일까. 단순히 자신들의 목표에 필요한 존재일까. 아님 국민을 위해 자신들이 집착이든 열정을 가져야 하는 것일까. 이에 정답 역시도 명료하다. 국민을 자신의 수단으로 보느냐 국민을 위해 자신이 수단이 되어야 하느냐 둘 중 하나이다. 걸핏하면 스캔들에 휘말려 불명예스럽게 정치판에서 퇴장한 정치인들이 자신의 무죄와 명예회복을 명분으로 내세워 정계에 재기하려는 모습을 보인다. 정말 안타깝다. 국민이 그리고 대한민국이라는 국가가 자신들의 명예회복을 위한 발판으로 보이는가. 어느 국회의원의 말처럼 국민이 그렇게 우스운가. 정치인이 스캔들에 휘말렸다는 것은 그 사실여부를 떠나 자신의 부족함과 부덕함과 처신이 어땠는가를 진심으로 되새겨봐야 할 일이다. 또한 정치인이 선거법 위반으로 아직 법과 제도라는 그 족쇄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면 아직은 반성하고 있어야 하는 것이 극히 상식적인 태도이다. 선거법 위반으로 재판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호시탐탐' 기회만 엿보는 것이 과연 국민을 위한 것이고, 국가를 위한 것인가. 그런 일련의 모든 모습들이야말로 요즘 흔히들 얘기하는 '구태정치'의 전형적인 표상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얌전한 척, 고상한 척, 친서민인 척 그만하고 반성부터 하기를 바란다. 성경에 보면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라는 말씀이 있다. 이 말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이겠는가. 지금 대한민국은 여러 가지로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고 세상의 흐름은 시시각각 'LTE' 속도로 변하며 급기야는 '4차산업혁명'이 대두되는데, 대체 어디까지 사심과 사욕으로 똘똘 뭉쳐 국민과 국가를 기만해야 한다는 말인가. 야당 어느 당대표의 말을 인용하자면, '정치를 참 더럽게 배웠다'라고 밖에는 뭐라 표현할 방법이 없다. 필자가 단호히 주장하고 싶은 점은 '구태정치'가 온전히 막을 내리고, 그나마 새로운 시대에 국민의 욕구와 염원을 가시화시키려면, 구태정치인들의 정치행보와 그를 추종하는 세력들은 구태적인 사고와 사욕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 동시에 우리 국민은 시대에 역행하는 정치인들이 아닌 시대의 흐름에 부응하는 젊고 참신한 정치인들에게 지지와 격려를 보내주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고 현실적인 판단이 아닌가 생각한다. 올림픽에 출전하는 국가대표를 선발하더라도, 가능성 있고 역량있는 새로운 인물들을 발굴해 내지 않는가. 오래 전에 메달을 거머쥔 경력이 있다고 감독이나 코치보다 나이가 많은 선수를 단지 경험과 경륜이라는 이유로 올림픽에 출전시키는 것이 과연 옳고 합리적인 처사인가. 그런 정당은 희망도 없고, 국민들이 지지해 줄 가치도 없다고 생각한다. 사람이든 정치인이든 적절한 때와 자리에서 스스로 판단해 먼저 일어설 줄 아는 것이 가장 현명하고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추잡하게 자리에 연연하다가 나가달라는 요구에 의해 자리를 떠나야 하는 게 얼마나 치욕스럽고 서로에게 상처가 되는 일인가. 정녕 대한민국을 사랑하고 국민을 사랑한다면, 앉을 자리 설 자리를 스스로 판단할 줄 알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거듭 촉구한다. 성경말씀처럼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라는 의미를 진지하게 생각해보기를 바란다. 이것은 부탁이 아니라, 이 시대와 대한민국과 국민이 하는 명령이다. 데일리폴리 정책연구소장 (동시통역사·전 대통령 전담통역관·주한 미 대사관 외교관) 블로그 http://blog.naver.com/yumpie74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yumpie74

2017-11-26 11:20:07 김민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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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한의 시시일각] 관심 절실한 미술매개자

매해 주요 언론이나 전문지 또는 협회·기관에선 정기적 혹은 비정기적으로 신진 미술평론가를 공모, 선정한다. 하지만 선정된 평론가가 동일계에 온전히 안착하는 경우는 드물다. 이름만 그럴싸하게 '미술평론가'이지, 실제론 많은 이들이 언제 등단했는지도 모를 만큼 기억 속에서 빠르게 사라지고 말며, 상의 후광은 그리 길지 않다. 일례로 몇 해 전 모 협회에서 미술평론상을 수상한 한 젊은 평론가는 현재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고 있다. 대체로 평론은 미술전문지들이나 언론매체, 전시기관들과 미술단체의 청탁·기획에 의존하는데, 그는 그 어느 곳에도 접근하기 용이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나마 이어가던 평론저널과 몇몇 학술지에서의 활동 역시 민생고 해결에는 도움이 되지 못했다. 능력이나 역량을 가늠할 기회조차 쉽게 주어지지 않고, 빈곤한 삶을 잇는 건 기획자들도 마찬가지다. 과거 필자가 잡지 편집장으로 재직하던 당시 한 큐레이터는 지면을 통해 "큐레이터는 대부분이 고학력자이지만, 인정받지 못하고 아르바이트보다 못한 월급을 받으면서 누구보다 많은 시간 업무에 매달려야 한다."며 "미술생태계에서 대부분 '을'의 역할을 하는 계약직 회사원"이라고 토로했다. 우리나라에는 자칭 타칭 수백여 명에 달하는 이들이 '미술평론가'라는 직함을 새긴 명함을 들고 다니지만 생존에 대한 고민 없이 오로지 평론만 하는 평론가는 숫자와 무관하다. 기획자들의 형편도 매한가지다. 무대는 빈약하고 딱히 비중 있는 위상도 주어지지 않기 일쑤다. 실제로 한국에선 꽤 많은 기획자가 배출되고 있으나 그 인력과 지성이 효율적으로 활용되는 창구는 협소하다. 직업으로써 신분을 유지하기란 무척 어려울 뿐더러, 어찌어찌 지원금을 받아 전시를 꾸린들 생활의 고통을 극복하긴 요원하다. 아니, 제 돈까지 넣지 않으면 다행이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데에는 전문성 부재가 일차적 원인이다. 자신만의 시각이 희미한 기획과 글을 양산하거나 동시대미술의 흐름과 경향을 읽지 못하는 것이 한 예다. 이중 평론의 경우 사고의 확대와 새로운 층위의 담론형성이 불가능한 함량 미달의 글을 뽑아 등단시키는 시스템도 문제로 지적된다. 공모라고 해봤자 대부분 지원자는 손가락에 꼽아 애초 변별력이 낮다. 그러나 재능 있는 인재를 육성하지 못하는 구조야말로 그들의 좌초를 가속화시키는 가장 큰 배경이다. 수준 있는 논제와 전시를 발표해온 평론가와 기획자들이 아예 없진 않음을 고려한다면 그들이 적절한 의제설정자로 위치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데 현실은 엇박자를 그린다는 것이다. 미술계에선 작가 못지않게 열악한 연구 환경 및 노동에 대한 대가가 얇은 미술매개자들에 대한 보호 장치가 필요함을 내외적으로 꾸준히 요구해 왔다. 이에 인천아트플랫폼이나 금천예술공장 등, 일부 지자체 산하 기관은 이론과 기획자들을 위한 공간을 제공하기도 한다. 특히 문광부는 '국제문화교류 전문인력 양성사업'의 일환으로 문화예술 전문기획자를 해외에 파견하는 프로그램도 구동 중이다. 하지만 아직까진 담론생산자로 자리매김하는 데에는 불충분하다. 글을 쓰거나 전시기획으로 먹고 산다는 건 여전히 아득하다. 예술창작의 사회적·문화적 가치증대와 선순환의 중요성을 이해한다면 미술매개자들에 대한 정부와 지자체들의 관심 또한 보다 깊어져야 한다.

2017-11-26 11:19:59 김민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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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열의 행복한 금융집짓기] ⑤비상예비자금 만들기

내 돈을 안전하고 튼튼하게 만들고 지키기 위해서는 금융집 짓기를 제대로 해야 한다. 금융집짓기를하는 방법은 세 가지이다. 첫째는 보장자산이라는 기초공사를 먼저 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저축이라는 기둥 공사를 한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는 저축이라는 기둥 위에 투자라는 지붕을 올리는 것이다. 이것이 올바른 금융 집 짓기의 순서이다. 보장자산이라는 것은 "Protection Asset"이다. 즉, "자산을 지킨다"라는 의미인데 자산이란 부동산과 금융자산을 말하고, 지킨다는 의미는 엄마가 품 안에서 갓난 아이를 지키듯이 또는 군인이 국가를 지키는 것과 같은 것이다. 즉 나의 돈을 지킨다는 것이다. 그럼 언제 나의 돈을 지키지 못하게 될까? 먼저 이야기한 데로 미국의 금리가 인상되어 대출이자가 오르면 나의 돈을 지키지 못한다. 갑작스럽게 회사로부터 실직되거나 병원에서 암 진단을 받게 되면 병원비와 생활비가 추가로 나가기 때문에 나의 돈을 지키지 못한다. 그래서 재테크를 시작하기 이전에 가장 먼저 내 돈을 지킬 수 있는 보장자산을 만들어야 한다. 그것은 바로 보험과 비상예비자금이다. 먼저 비상예비자금(Emergency Fund)은 실직이나 갑작스러운 사고로 돈이 필요할 때를 대비해서 자기 수입의 외벌이는 3개월치, 맞벌이는 6개월 치를 현금성 자산으로 준비하는 것이다. 이것이 원칙이다. 만약 월급이 500만 원이고, 외벌이인 가정이라면 500만 원의 6개월 치인 3천만 원을 준비해야 하는 것이다. 금융상품으로는 유동성이 있는 현금, 보통예금, CMA, MMF 등이다. 유동성이라는 것은 원금의 손실 없이 언제든지 내 돈을 찾을 수 있는 금융상품을 말한다. 비상사태가 발생했을 때 잘 유지하고 있는 적금이나 연금을 깨서 문제를 해결해서는 안 된다. 돈이 필요하다고 보험을 해약하거나 펀드를 환매해서도 안 된다. 그래서 별도의 돈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3개월에서 6개월이라는 의미는 만약 부부 중에 한 명이 실직을 했다면 실직한 기간 동안 생활비용이 없으면 또다시 대출을 받거나 신용카드, 마이너스대출 등으로 생활할 수 있기 때문에 실직한 동안 급여만큼을 현금으로 준비해서 생활비와 기타 고정지출을 충당해야 하는 것이다. 비상사태는 실직뿐만 아니라 부모님의 급작스러운 치매와 간병상태로 인해 요양비용, 자동차 사고로 인한 차 수리 비용, 가족의 질병, 자연재해 등으로 인한 피해 복구 비용 등이다. 이러한 일들은 비상자금이 준비되어 있지 않는 집에 자주 찾아온다는 설이 있다. 이를 보통 "머피의 법칙"이라고 한다. 머피는 여유자금이 든든히 있는 집에는 잘 찾아오지 않는다고 한다. 항상 여유가 없고, 소득보다 지출이 많은 집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머피라는 놈이 우리 집에 찾아 오기 전에, 허리케인과 같은 더 큰 재앙이라는 우리 집에 닥치기 전에 미리 비상예비자금을 준비해야 한다. 비상예비자금은 먼저 자신의 3개월 평균 소득에 3~6개월을 곱한 금액을 목표로 정하고, 달성 기간을 정하고, 저축을 시작한다. 우선 100만 원을 먼저 만들고 난 이후에 목표금액까지 집중해서 달성하도록 한다. 저축이라는 것은 소비라는 욕망을 억제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저축을 해야 한다는 것은 알지만 실제 저축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 다이어트를 해서 멋진 몸매를 뽐내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있지만, 실제 다이어트를 실천하기 보다 눈앞에 있는 맛있는 케이크에 손이 먼저 가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래서 독한 마음을 품고 비상예비자금 만들기에 돌입해야 한다. 이것이 금융 집 짓기의 시작이다. [b] ■ 오상열 칼럼리스트 주요경력[/b] -국제공인재무설계사(CFP) -펀드투자상담사, 증권투자 상담사 -한국FP협회 무료재무상담위원 -미국American College CFP과정 수료 -前 COT, 50주 3W, 월 77건 체결 기네스 -단국대학교 무역학과 졸업 -前삼성생명 라이프테크 FP -前 삼성화재 교육팀 근무 -現 오원트금융연구소 대표

2017-11-24 06:18:17 최규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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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태영 변호사의 컴플라이언스 리포트] 쉽게 실천하는 컴플라이언스③ 자금세탁방지

소위 다국적기업, 글로벌기업의 컴플라이언스 규정을 보면, 공통으로 들어있는 테마가 있다. '자금세탁방지'가 그것이다. 자금세탁은 흔히 생각하는 IS의 테러자금이나 북한 김정은 검은 돈의 은닉에 관한 문제만은 아니다. 오히려 기업을 운영하는 일반적인 기업가들이 쉽게 유혹에 빠질 수 있는 부분이다. 자금세탁은 재산의 위법한 출처를 숨겨 적법한 자산인 것처럼 가장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국내 "특정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에서는 자금세탁을 ① 횡령, 배임 등 범죄수익 등의 은닉 가장 행위, ② 마약류 등 불법수익 등의 은닉 가장 행위, ③ 조세 또는 관세 포탈 목적 또는 세법에 따라 납부하여야 하는 조세를 탈루할 목적으로 한 은닉 가장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또, 이를 통해 재산의 진정한 소유자와 범죄 원천을 은닉하는 한편, 범죄수익을 통제관리하고 범죄수익의 형태를 변경하는 범죄를 의미한다. 자금세탁은 기본적으로 제3자의 명의를 이용하거나 분할해 거래하는 방법을 취하나, 각국의 규제 강화에 따라 조세회피처, 페이퍼컴퍼니, 가장무역거래 등을 이용한 다양한 기법을 동원해 이루어지고 있다. 기업가들의 경우, 국내법상 법인세, 소득세, 승계 관련 상속세 및 증여세 등의 과세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나 로비자금 활용을 위한 비자금 마련을 위해 자금세탁의 유혹에 놓이기도 한다. 과거 차명 예금과 주식 등으로 관리되던 경향이 변해 현재는 케이만군도, 버뮤다, 바레인, 싱가포르 등 조세회피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해 재산을 관리하는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그러나 조세회피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하는 구조는 이미 수 차례의 검찰 수사 및 국세청의 조사를 통해 밝혀져 있다. 특히, 대부분의 조세회피처를 포함한 총 96개국이 늦어도 내년부터 다자간 조세정보 자동교환협정에 따른 금융정보자동교환을 예정하고 있는바, 자금세탁을 통해 검은 돈이 숨을 곳은 더욱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해외금융계좌신고현황의 변화를 봐도 확인할 수 있다. 국세청이 해외금융계좌신고현황을 분석한 결과, 2013년에는 총 13개 국가 789개 계좌, 신고금액 총 2조 5,000억원이었던 것이 2017년에는 총 1133명이 61조 1,000억원을 해외금융계좌로 신고했다. 이처럼 신고 건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데는 위 협정에 따른 금융정보자동교환을 앞둔 영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자금세탁은 기본 범죄(횡령, 배임, 조세포탈 등)에 대해서 최대 무기징역까지 처벌이 가능하다. 또, 재산을 국외로 도피한 것으로 것으로 평가될 경우에도 최대 무기징역까지 처벌받을 수 있으며, 나아가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의해 징역형 및 몰수까지도 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해외금융계좌신고를 하지 않거나 허위로 한 경우에는 징역형 또는 최대 신고누락금액 또는 허위신고금액의 20%를 벌금 또는 과태료로 최대 5년치를 경합적으로 부과 받을 수 있으니, 자금세탁 유혹이 가져올 위험성에 대한 명확한 인식과 준법 정신이 필요하다.

2017-11-23 13:44:47 이범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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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필수의 차이야기] 현대차 인도네시아 자동차 시장을 시작으로 동남아시장도 공략하길

한-인도네시아 정상회담에서 인도네시아 자동차 시장에 대한 한국의 진출가능성이 크게 부각됐다. 중국발 사드 문제로 불안정한 중국시장보다는 새롭게 떠오르는 동남아 시장에 대한 기대가 커지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정부도 신 남방 정책을 중요한 아젠다로 하여 본격적인 지원정책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동남아 시장은 일본 등이 석권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나마 지금이라도 제대로 보고 진행한다는 측면에서 매우 긍정적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자동차 시장의 발전은 하루가 다르게 커지고 있다. 연간 신차 판매가 100만 대를 넘을 정도다. 인도네시아 정부도 자국을 동남아 자동차 최대 생산지와 판매국가로 발돋움하기 위한 마스터플랜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시장의 약 95%를 일본차가 석권하고 있고 연간 1000만대 이상의 이륜차 시장도 대부분 혼다 등 일본 브랜드가 석권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필자는 그동안 수 차례에 걸쳐 인도네시아 자동차 시장에 대한 가능성을 강조했다. 이번 한·인도네시아 정상회담을 통한 자동차 산업 활성화 협력은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문제는 대한민국 메이커의 진입에 대한 우려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현대자동차그룹이 진출을 못 한 이유는 지난 10여 년 전 인도네시아 코린도그룹과의 분쟁이 주요 이유 중 하나다. 코린도는 다양한 사업 진출 모델 중 자동차가 포함돼 있어 자연스럽게 현대차와의 관계로 이어지게 됐다. 코린도의 계열사인 코린도모터스는 현대 트럭의 반제작 형태의 모듈을 조립·판매, 서비스를 담당했다. 일본차의 아성을 깨고 점유율을 올리고 있었다. 하지만 신차의 고장 문제로 현대차와 문제가 커지면서 소송전으로 번졌고, 수년간 진행되던 사건이 올 초 마무리가 됐다. 현대차의 진출은 부담이 될 수 있는 상황이다. 이번에 새롭게 진출하면 원만히 풀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중재를 담당하던 필자로서는 현대차의 문제점이 더 컸던 만큼 대승적인 차원에서 시작했으면 한다. 인도네시아 시장에 대한 정밀한 분석도 필요하다. 일반 세단보다는 70% 이상이 RV형태가 선호되고 있고, 아직은 깔끔하지 못한 도로 인프라를 고려해 하체를 보강하고 서스펜션을 보강한 차종이 유리할 것이다. 간혹 무릎까지 올라올 수 있는 폭우 등도 고려해야 한다. 현대차의 스타렉스나 기아차의 카니발 등은 훌륭한 판매 기종이 될 수 있다. 생산 기지의 위치도 중요한 요소다. 이미 포스코나 한국타이어 등 자동차 관련 대기업이 진출해 있고, 시장 규모나 인프라 등 다양성 측면에서 많은 장점이 있다. 여기에 한국 기업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 양 정부 간의 깊이 있는 관계 지속 등 장점도 커서 좋은 진출 모델이 될 수 있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인근 장소 등 주변 인프라를 대상으로 20만~30만 대 정도를 공급할 수 있는 공장으로 시작하면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판단된다. 물론 일본차는 현재 가격과 품질 측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경쟁력이 최고 수준이다. 이를 극복하고 시장을 뚫기 위해서는 면밀한 분석은 물론 철저한 시장 점검을 통해 확실한 장점을 발휘해야 한다. 이번 기회에 정부는 물론 현대차 그룹이 인도네시아 시장을 시작으로 동남아 시장에 대한 본격적인 시작점으로 삼았으면 한다. 급성장하고 있는 인도네시아 시장은 자동차 공장 진출과 함께 다양한 파생 산업으로 우리의 먹거리를 확산시키는데 크게 일조할 것으로 확신한다.

2017-11-22 16:51:02 양성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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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식의 세태 만화경] 눈 내리는 날

첫 눈은 과연 내렸을까? 안 내렸을까? 엊그제 서울지역의 첫 눈이 화제가 됐다. 그 진위를 둘러싸고 청춘 남녀들 사이에 의견이 분분했더랬다. 국지적으로 옮겨 다니며 흩날리다 이내 종적을 감추니 무슨 용빼는 재주로 눈의 신출귀몰을 따라잡을까. 목격담은 무성했고, 궁금증은 증폭됐다. 하얀 눈발이 날리는 날 만남을 약속한 청춘들은 서울기상관측소 분석원의 입을 쳐다봐야 했다. 그곳 송월동에서 관측되는 값이 공식 기록이니 그 판정을 기다려보자는 거였다. 기상청은 눈을 부릅떠야 했고, 맨눈으로 확인하고서야 첫 눈 강림 주장에 손을 들어줬다. 지난해 보다 아흐레 빨랐으며 평년 대비 나흘 일찍 내렸다고 공식 발표했다. 논쟁은 곧 마침표를 찍었고, 그 발표 이후 청춘 만남은 얼마나 성사됐는지? 기상청이 이런 궁금증까지 일일이 확인해줄 수야 없지만 논쟁이 뜨거웠던 만큼 부지기수였을 터다. 첫 눈은 비단 청춘들의 낭만 얘기만은 아닐 것이다. 남녀노소 누구든 눈마중에 대한 감정이 비슷하다. 모든 가슴에 내린다. 눈이라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닐까. 처음부터 계산에 두지 않고 어느 날 갑자기 해맑은 얼굴로 불쑥 찾아오는 깜짝 이벤트. 가슴 깊숙한 곳에 조용히 다가와 속삭여줄 것 같은 밀어. 차갑고 아린 곳을 따스하게 덮어주는 어떤 마음. 권위주의적 의식 없이, 가식 없이, 욕심 없이 순백으로 다가오는 어떤 정겨움. 아무리 뒹굴어도 차갑지 않는 뽀송뽀송한 카펫. 팍팍한 우리네 삶을 눈부시도록 환하게 밝혀주는 미소. 그래서 두근거리는 가슴에 감탄사로 꽃피는 느낌표들! 눈이 선사하는 또 하나의 선물은 고갈되지 않는 동심. 내가 눈과 오래전부터 친구가 된 까닭이다. 내 어릴 적 고향에는 눈 구경하기가 무척 힘들었다. 눈이 송이송이 하얀 솜으로 내린다는 걸 음악책을 통해 놀랍게 알았고, 세상에 눈밭이 존재한다는 걸 동화책을 읽으면서 처음 알았다. 펑펑 내리는 눈을 실컷 맞고 싶은 시절이었다. 그 꿈을 도화지에 실현했더랬다. 상상의 날개를 한껏 펼쳐 그렸다. 눈송이는 무더기무더기로 내렸고, 눈사람은 늘 집채만 했다. 내 어릴 적 친구인 눈의 이미지는 이렇게 별천지였지만 그리움이 배어 있었다. 꿈속에서도 친구를 만나곤 했다. 친구는 마음껏 뒹굴 눈밭을 펼쳐주었다. 그곳에 핀 눈꽃송이를 만지면 푸근하고 따스했다. 친구의 삶은 정중동(靜中動)의 세월이었다. 중학교 때 교장 선생님으로부터 귀가 따갑도록 들었던 교훈. 무슨 일이든 묵묵히 성취하라고 강조하셨다. 그러고 보니 눈은 기척을 내는 법이 없다. 생색내듯 요란하게 소리 내지 않는다. 비와 바람에겐 정말 미안한 얘기지만. 친구는 늘 그랬다. 조용히 소복소복 내려와서는, 경이! 신비! 같은 감탄을 자아내게 하는 새로운 세상 풍경을 선사했다. 번잡하고 시끌벅적한 도시를 고즈넉하게, 꼬불꼬불한 산길의 한갓진 마을은 외려 도시의 축제처럼 화사하게 수놓았다. 살면서 한번 쯤 상대방 입장이 되어보라는 가르침의 죽비다. 순백의 눈은 편견이 없다. 최첨단 고층의 마천루든 산동네의 초라한 오막살이집이든 차별 없이 골고루 덮어준다. 이 세상에서 가장 평화롭고 뜨뜻한 이불일 것이다. 대학입시를 준비하던 시절 수북수북 내리는 눈송이를 보면 이상하리 만치 위로가 됐다. 그것은 눈송이에 기쁨, 설렘, 축복 같은 따스한 언어들이 스며있을 거라는 기대가 우리네 가슴 저변에 자리하고 있는 까닭이다. 어쩌면 눈의 마술적 의미에 조마조마한 마음을 대입해 녹이고 싶어 함이었는지도 모른다. 눈은 합격이라는 기쁜 소식을 전해줄 것만 같은 희망이었고, 갈망이었다. 드디어 내일 수능이다. 고생한 보람이 좋은 결실로 나타나길 기원해본다.

2017-11-22 08:00:00 메트로신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