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한은 "美 금리 인상, 국내 금융시장 영향 제한적"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13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연 1.75~2.00%)하면서 우리나라(연 1.50%)와 금리차가 0.50%포인트로 확대됐다. 올 들어서만 지난 3월에 이은 두 번째 금리 인상이다. 특히 미 연준이 올 하반기에 또 다시 기준금리를 두 차례 추가 인상할 것으로 보이면서 우리나라의 경우 급격한 금리 상승에 따른 외국인 자본 유출 우려가 나온다. 한국은행은 14일 오전 미국의 금리 인상 결정에 따른 우리 금융과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통화금융대책반 회의를 개최했다.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허진호 부총재보 주재로 진행된 이번 회의에선 유상대 부총재보, 한은 통화정책국장, 금융시장국장, 국제국장, 공보관, 투자운용1부장 등이 참석하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결정이 국내외 금융시장에 주는 영향을 분석했다. 또 지난 12일 북미정상회담에 따른 금융시장 환경변화에 대한 대응방안도 논의했다. ◆ "국내 금융시장 영향 제한적…신흥국 위기 지켜볼 것"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날 출근길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 금리 인상은)국내 금융시장에 제한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면서 "일부 취약 신흥국에 앞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지켜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부채 및 재정 적자에 시달리는 일부 취약국의 경우 미국의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금융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제기된다. 이 총재는 "미국의 금리 인상 경로를 보여주는 점도표를 보면 올해 두 차 례 더 인상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면서 "시장에선 이를 매파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전혀 예상치 못했던 결과가 아니라고 받아들여 결과를 놓고 보면 차분한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미국 시장에 준 영향도 제한적으로 나타난 만큼 국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우려할 만큼 크지 않고 제한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정부 역시 이날 오전 고형권 기획재정부 1차관 주재로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미 금리 인상에 따른 글로벌 금융시장 동향 및 전망, 외화유동성 등을 점검했다. 회의에는 손병두 금융위원회 사무처장, 허진호 한은 부총재, 유광열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 정규돈 국제금융센터 원장 등이 참석했다. 고 1차관은 "전반적으로 시장에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이 총재와 같은 견해를 유지했다. 그는 "일각에서 한미 기준금리가 최대 0.50%포인트까지 역전되면서 외국인 자본의 급격한 유출 가능성을 우려하지만 정책금리 역전만으로 대규모 자금유출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이 총재와 고 1차관은 다만 국내 외국인 자본 유출 가능성보다 일부 취약 신흥국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냈다. 이 총재는 "자본 유출과 관련 일부 신흥국의 금융불안 상황과 어떻게 연결될 지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고 1차관은 "미 금리 인상으로 향후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우려가 있고 특히 최근 아르헨트나, 터키, 브라질 등 일부 신흥국 금융불안이 확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 은행 대출금리 상승세…취약계층 부실 우려 한편 국내 금융시장에선 미 금리 인상으로 은행 대출금리 상승세에 탄력이 붙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따른 취약계층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가중되고 이들이 보유한 대출이 부실화돼 경제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지적이다. 실제 은행권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금리는 신규 취급액 기준 지난 2016년 9월 1.31% 저점을 기록한 이후 올 4월 1.82%까지 올랐다. 미 금리 인상 시기와 부합한다. 지난달에는 1.79%로 주춤했으나 역대 최저치와 비교하면 여전히 0.48%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이처럼 시장금리가 오르면서 이를 기반으로 하는 은행권 대출금리는 지난해 9월 3.24%에서 올 4월 3.47%로 0.23%포인트 올랐다. 문제는 대출금리 상승으로 차주 부담이 더욱 커졌다는 것이다. 상환능력이 낮은 취약계층부터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올 들어 중·저신용자 또는 저소득층이 주로 찾는 2금융권 위주로 연체율이 오르고 있다. 올 1분기 말 저축은행의 가계대출 연체율은 4.9%로 지난해 말 대비 0.4%포인트 상승했다. 이 중 신용대출 연체율은 0.6%포인트 오른 6.7%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상호금융조합도 가계대출 연체율이 1.2%에서 1.4%로, 이 가운데 신용대출 연체율은 1.4%에서 1.7%로 각각 상승했다. LG경제연구원 조영무 연구위원은 "제2금융권 신용대출은 고정금리보다는 변동금리 비중이 클 것"이라며 "금리가 오르니 취약계층 대출부터 서서히 부실화한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