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 창간 17주년 기획] "문과 이과 나누는 시대 지났다"… 대학가 연합·융합교육 활발
- 고려대, 최근 3년간 인문학 기반 정규 융합전공 5개 신설
- 동국대, 7가지 소프트웨어연계전공으로 취업률 견인
- 국민대, 두 전공이 한 교실서 공동교육… 학생 창의력 쑥쑥
- 학령인구 감소 위기 대학가 '선발 경쟁'서 '잘 가르치기 경쟁' 나선다 기술 발전이 사회 변화를 주도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대학들이 학과간 장벽을 깨는 융합교육에 본격 나서고 있다. 하나의 전공에 몰입하기보다는 연관 학문을 함께 경험하도록 하면서 학생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 창출에도 기여한다. 융합교육에는 기업체도 함께 참여하면서 고등교육 분야 고질병인 '일자리 미스매칭'과 고학력 취업난 해소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고려대 "융합 교육으로 새로운 가치 창출" 고려대는 최근 3년간 인문학을 기반으로 한 정규 융합전공을 5개나 신설하는 등 국내 융합교육을 선도하고 있다. 이 대학의 대표적인 융합전공은 심리·뇌인지·수학·인공지능 등의 교과과정으로 구성된 '뇌인지과학 융합전공', 언어·뇌·컴퓨터 전공과목을 이수하는 'LB&C(Language, Brain & Computer) 융합전공', 컴퓨터·수리·법·경영 분야 전공과목을 이수하고 현장실습까지 진행하는 '소프트웨어벤처 융합전공', 보안·컴퓨터·정보보호 관련 법률·소비자 심리·지적재산권 등을 학습하는 '융합보안 융합전공 등이다. 올해 2학기부터는 '기술창업 융합전공(Technology Entrepreneurship)'을 신설한다. 이 전공에는 공과대학 7개 학부(과)와 경영학과, 컴퓨터학과 등 단과대를 넘나드는 9개 학부(과)가 참여해 '캠퍼스 CEO', '벤처경영' 등 창업 관련 교과목과 데이터 분석, 기술사업화 등 기술기반 창업을 가르친다. 일자리 창출뿐 아니라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할 인재 양성이 기대된다. 고려대는 융합전공 외에도 인문학, 수학, 물리학 등 여러 학문 지식이 융합된 과목도 속속 개발해 학생들이 이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학부 공통 교양 과목인 '자유·정의·진리' 과목의 경우 인문학과 수학, 물리학, 의학, 생물학까지 이공계 분야 지식이 융합된 12개 강좌로 진행된다. 토론식 수업과 멀티미디어를 활용해 학생들이 과학적 사고 방식과 과학적 문제 해결 방법을 알려주는 '과학과 기술' 영역의 핵심 교양수업, 수학적이고 통계적 사고의 접근 방식을 인문계 학생들도 어렵지 않게 접근하도록 한 '정량적 사고' 영역의 핵심 교양 등 융합적 사고 능력을 배양하기 위한 과정도 준비돼 있다. 고려대는 특히 국내 대학 최초로 심리학과를 문과대학에서 독립 학부로 개편하고 AI, 뇌과학 뿐 아니라 인문학, 사회과학, 공학, 의학 등 모든 분야 융합교육과 연구에 최적화할 수 있는 교과과정 개편을 준비 중이다. 이를 통해 심리학이 융합교육의 허브 역할을 하도록 할 계획이다. AI(인공지능)와 로봇의 4차 산업혁명을 앞두고 학문간 융합이 중요해지고 그 경계가 허물어지면 그 변화의 중심에 인간이 있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고려대 관계자는 "기존의 학문체계 중심이 아닌 사회문제 중심의 문제해결형으로 재구성해 학생주도적 맞춤형 교육을 실시할 것"이라며 "이런 교육을 통해 학생들은 자신의 선호와 진로에 따라 문학학사 뿐 아니라 과학학사를 취득할 수 있고, 추후 신설되는 사회문제 중심의 학위도 취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동국대, "IT 비전공자도 IT 전문가로" IT 비전공 학생을 대상으로 한 소프트웨어 융합교육에서는 동국대학교가 적극 나서고 있다. 동국대는 융합·건설정보·로봇융합·문화예술·범죄수사·산업정보·생명정보 등 7가지 소프트웨어연계전공 제도를 운영 중이다. IT분야 비전공자들이 이수하도록 하면서, 해당 과정을 이수한 졸업생들의 취업률이 매년 상승하는 성과도 나온다. IT 기술이 사회 변화를 주도하는 산업융합이 가속화되면서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한 인재 수요가 커짐에 따른 결과다. 소프트웨어연계전공에는 인문·사회·예술·경영 등 다양한 전공 학생들이 소속돼 있으며, 강의 전담 교수와 컴퓨터 공학 교수, 관련 산업체 기술자들도 참여하고 있다. '컴퓨터 기초수학' 등 IT분야 기초지식부터 '사물인터넷 프로젝트'나 '머신러닝 및 딥러닝' 등 심화학습까지 가능한 5개 트랙으로 구성, 산업체가 요구하는 맞춤 융합 인재 양성에 최적화되어 있다. 동국대 로봇융합소프트웨어연계전공에는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두산인프라코어 등 산업체가 참여하고, 범죄수사소프트웨어연계전공의 경우 에스원, KT텔레캅, ADT캡스, 경찰·검찰수사관 등과 협업해 운영하면서 각 분야별 기업체 취업이 수월하다는 것이 특징이다. 동국대는 소프트웨어연계전공에 지원하는 재학생들의 융복합과정 이수기회 확대를 위한 학칙도 마련해 각 학과(전공)별 정원의 최대 200% 이내 학생이 기존 성적제한 없이 참여할 수 있고, 두 개 이상의 전공과정을 이수하더라도 6학점까지 학점상호인정을 허용, 4년 이내 졸업이 가능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상위 10~15%까지 장학금으로 매학기 100만원씩 지급한다. ■ 국민대, 두 전공이 한 교실서 공동교육 국민대는 서로 다른 두 전공 교수와 학생들이 한 과목에서 공동 수업을 진행하는 '팀팀클래스'를 선보이며 새로운 형태의 융합 교육을 시도하고 있다. '예술로 경영하기, 소비자행동기반 문화 예술 콘텐츠 기획' 수업은 그 중 하나다. 경영학전공 방정혜 교수와 무용전공 이미영·진승화 교수가 만나 하나의 무용 공연을 완성하기 위한 과정을 수업에 담았다. 수업의 피날레로 성북지역과 연계해 만든 공연으로 구성된 나눔예술제가 진행됐다. 인근 성신여대, 동덕여대, 한예종 등 성북구 6개 학교도 참여했다. 방 교수는 "무용전공과 경영전공이 소비자를 대상으로 어떻게 공연을 기획하는지 배우는 수업"이라고 소개했다. 진 교수는 "세 명이 함께 해 더 큰 시너지가 나서 그런지 지난 학기에는 25명이 수강했는데 이번에는 35명이 수강했다"며 "학생들은 타과 학생들과 소통하면서 새로운 창작물을 만드는 과정을 경험하면서 자기개발이 이뤄지는 것 같다"고 학생들의 호응이 컸다고 전했다. 방 교수는 "수업과 축제의 기획부터 홍보까지 모든 과정에 참여해보면 분명 새로운 시각이 열릴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말했다. 응용화학과와 도자공예하과 학생들은 화학과 예술의 융합교육을 통해 시각적 안전 표시 기능을 하는 시제품을 제작하는 성과도 나왔다. 학생들은 수업을 통해 재료가 갖는 화학적 특성과 유악이 가진 도자공예적 특징을 결합해 새로운 개념의 유약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유악은 낮시간에 머금은 빛을 밤에 발할 수 있도록 하는 인광의 특성을 지녀 심야 화재 등 재난 시 최소한의 방향성 지시 기능이 가능하다. 학생들은 유약의 상용화 방안을 기획할 계획이다. 수업 지도를 맡은 정진원 교수는 "무기화학과 도자공예는 학문적으로도 연관성이 깊은데, 이번 수업은 그것을 융합한 사례"라며 "이번 수업이 타과 학생들과의 협업을 통해 융합적 사고를 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을 것"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이처럼 대학들이 학문의 벽을 허물고 융합 교육을 하는 이유는 AI(인공지능) 등 기술이 주도하는 삶의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자는 취지가 반영된 결과다. 특히 학령인구 감소로 대학간 학생 모집을 위한 생존 경쟁이 치열해 짐에 따라 기존 '선발 경쟁'에서 '잘 가르치기 경쟁'에 나서는 것으로도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