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증권가 女風 3인방...김정아-채현주-은경
메르켈 독일 총리는 역사상 첫 여성 총리다. 그가 내년 4선에 도전한다. 지난해 9월 유럽연합(EU)에 몰려드는 난민의 무제한 수용을 전격 결정한 메르켈 총리는 그해 말 타임지 '올해의 인물'로 선정돼 EU 통합을 성공적으로 이끈 리더라는 극찬을 받았다. 사람을 믿지 않고, 포용 없는 이들은 용서하지 않겠다는 킬러 본능조차 '무티(mutti·엄마) 리더십'이란 평가를 받았다. 그가 연임에 성공하면 세계 경제를 좌지우지할 삼각 구도가 새로운 길을 가게 된다. 글로벌 경제의 두 축을 담당하는 국제통화기금(IMF)의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재닛 옐런 의장도 여성이다. 힐러리 클린턴이 없어 아쉽다. 그래도 세계 경제가 '여인 천하(女人 天下)'란 말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는 '21세기는 여성의 세기'라고 단정했다. 앨빈 토플러는 저서 '권력의 이동'에서 세 가지 권력 이동을 예언했다. '권력은 서양에서 동양으로, 황제에서 평민으로, 남성에서 여성으로 이동한다'. 지금까지는 이들의 예상이 맞아 떨어진다. 서울 여의도 자본시장의 얼굴도 국제 정세와 다르지 않아보인다. 금융투자협회, 한국거래소, 한국증권금융 3대 유관기관의 여성 홍보 리더들이 '여인 천하(女人 天下)' 시대를 활짝 열었다. ◆'무티(엄마)' 리더십 김정아 본부장, 금투협 최초 여성 임원 김정아 금융투자협회 경영지원본부장. 21일 황영기 금투협 회장은 김 실장을 경영지원본부장 직무대리로 선임했다. 기존 홍보실장직은 겸직한다. 증권사 이익을 대변하는 단체인 금융투자협회의 대외 홍보를 총괄하는 수장이 된 셈이다. 2009년 금투협 통합 직후 잠시 홍보팀을 맡았던 김 본부장은 정보시스템부장으로 승진해 자리를 옮겼다가 지난 2014년 5년 만에 화려하게 복귀했다. 금투협 최초의 여성 홍보실장 자리였다. 증권가에서 풍부한 경험으로 맏언니 역할을 자처했던 인물이라 그의 복귀는 예정된 수순으로 당시 사내 안팎에서 박수를 보냈다는 후문이다. 황 회장은 설득력 있는 화술과 세련된 매너, 두터운 인맥을 갖춘 스타 금융인이다. 그러면서도 과단성 있는 성격 때문에 '검투사'라는 별명이 따라붙는다. 금투협 관계자는 "황 회장은 선거때도 슬로건으로 '힘있는 협회'를 내세웠다"면서 "기자 출신인 김 본부장의 다양한 네트워크는 황 회장의 든든한 밑거름이자, 기자 생활을 하면서 몸에 밴 추진력이 황회장의 코드와 딱 들어 맞는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황 회장의 신임이 워넉 두터워 여성 최초 홍보 임원을 뛰어넘는 능력을 발휘할 것"이라며 "정강현, 임종록, 김경배 등 막강 홍보라인의 계보를 이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 '엄마 리더십'을 가진 여성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업무에서 만큼은 다르다. 이른 아침 서류를 완벽하게 검토하고 업무 지시를 내리는 스타일이다. 1주일면 서너번씩 참여하는 행사에도 늘 황 회장을 지근 거리에서 모시며 한치의 흐트러짐 없는 독종으로 불린다. 끈기와 집요함에서 다른 이들은 적수가 되지 못 한다는 전언이다. ◆은경 실장, 힐러리 뺨치는 카리스마…증금은 우물 안? 은경 한국증권금융 홍보실장은 민·관 홍보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그가 증권금융에 둥지를 튼 것은 지난 2015년 부터다. 홍보실장을 외부에서 영입한 것은 물론 여성에게 맡긴 것도 이 회사 창립 이래 처음이다. 한국증권금융 관계자는 그를 발탁할 당시 "고객, 시장과의 소통을 강화해 증권사와의 상생 경영을 하고자 창립 이래 최초로 외부 전문가를 홍보실장으로 영입했다"고 밝혔다. 화려한 경력만 보면 그에게 모자란 자리다. 덕성여대 산업미술학과 89학번인 그는 졸업 후 한화그룹 공채로 입사해 8년간 휴대전화를 비롯한 통신기기 광고홍보 업무를 담당했고,기획력과 업무 능력을 인정받아 그룹 내 최연소 과장으로 승진했다. 2001년에는 인터넷 경매 사이트인 와와컴 홍보팀장으로 변신해 대언론 홍보와 온라인 프로모션,사업제휴 업무를 맡았다. 2002년에는 삼성전자로 스카우트돼 신규사업조직인 디지털솔루션센터에서 마케팅커뮤니케이션 파트장으로 홍보와 광고,전시,브랜드 기획 등을 담당해 왔다. 지난 2006년에는 대기업 홍보 전문가에서 관료로 변신했다. 기획예산처 홍보기획팀장(서기관급)으로 활동하면서 "국민과 함께 호흡하는 정부를 알리는데 적잖은 공을 세웠다"는 평가다. 이 후 KTB투자증권에서는 브랜드기획팀 이사로 활동했다. 증권가에서는 그를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에 빗댄다. 클린턴은 어릴 적부터 정치의 꿈을 키워 왔으며, 신념과 열정을 보유한 대표적 여성 정치인이다. 웰즐리대 행정대학 학생회장 시절 학생으로는 처음으로 대학 졸업연설을 하면서 동기 여학생들에게 "아직은 아니지만, 우리가 지도력과 힘을 발휘할 시대가 반드시 올 것"이라고 말한 일화는 유명하다. 은 실장은 똑 부러진 성격과 내공을 보면 여의도 좁은 바닥에 있는 '공직유관단체'에 있기에는 아까운 인재란 평이다. ◆채현주 부장, 60년 역사상 첫 여성 부장 채현주 한국거래소 부장도 둘째가라면 서러운 인재다. 최근 여성으로는 한국거래소 60년 역사상 처음으로 홍보부 부서장 자리에 올랐다. 채 홍보부장은 한국거래소 내부에서 최초 기록을 갈아치워 눈길을 끈다. 숙명여대 영문학과와 연세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채 신임 홍보부장은 지난 1991년 한국거래소에 입사했다. 이후 유가증권시장본부, 코스닥시장본부, 파생상품시장본부, 경영지원본부 등을 두루 거치면서 업무능력을 인정받았다. 파생상품개발팀장, 일반채권시장팀장, 증권상품개발팀장을 거쳐 지난 2013년 말 첫 여성 홍보팀장으로 발탁돼 언론홍보와 대외협력업무를 맡았었다. 당시 최경수 한국거래소 전 이사장은 취임 후 '갑'의 위치를 버리고 '소통'을 강조하면서 첫 내부 인사로 거래소 설립 이후 최초로 여성 팀장을 발탁했었다. 거래소 한 관계자는 "홍보팀장 시절에는 언론을 통해 한국 거래소를 알리고, 상장기업과 투자자, 증권업계와 거래소 등과의 쌍방향 소통을 통해 능력을 검증받았다"면서 "언제 어디서나 항상 낮은 자세로 일하면서 후배들의 모범이 되고 있다"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