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화 기축통화 반열 오르나…한국경제 호재
"21세기를 지배할 결정권은 핵무기가 아니라 화폐다." (쑹훙빙 중국 글로벌재경연구원장 저서 '화폐전쟁') "현재 국제통화 시장의 83%가 달러화다. 위안화는 7~8% 밖에 되지 않는다. 중국 정부의 통제가 이뤄지는 위안화가 기축통화가 되는 것에 달가워할 나라는 없을 것이다."(조셉 나이(조지프 나이라고도 부름) 미국 하버드대학 석좌교수) 지난 2009년 이후 한동안 잠잠했던 G2(미국과 중국) 간의 '기축통화 전쟁'이 다시 가열되는 양상이다. 중국 위안화가 이달 말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 통화바스켓에 편입되면 기축통화 반열에 오르기 때문이다. 최대 경쟁자인 미국의 전력을 분산시켜 위안화의 국제적 파워를 키우려는 중국과 미국의 패권다툼이 불가피해 보인다. 위안화가 기축통화가 되면 우리나라의 셈법은 복잡해지겠지만, 전체적으로는 득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중국의 통화 가치가 올라가고 상대적으로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 국내 수출기업의 가격 경쟁력이 올라간다. 지리적 잇점을 활용한 위안화 허브의 입지를 다질 수도 있다. ◆이번엔 편입되나 5일 국제금융센터 등에 따르면 국제통화기금(IMF)은 이달 말쯤 집행이사회를 열어 위안화의 SDR 통화바스켓 편입 여부를 결정한다. 지난 2010년 이후 5년 만에 다시 기축통화 후보로서 심사를 받게 되는 셈이다. 5년전 퇴짜를 맞은 이유는 "외환시장에서 자유로운 거래가 불가능하다"는 점이었다. 그러나 최근 중국의 경제규모와 위안화 결제비율은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중국은 2010년에만 해도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일본과 비슷했지만, 2013년에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올라섰다. 2010년에만 해도 0%대로 미미했던 위안화의 국제결제통화 비중도 지난 8월 2.79%까지 상승해 엔화(2.76%)를 제치고 4위 결제통화로 올라섰다. 위안화가 SDR 통화바스켓에 들어가려면 회원국 70%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독일(5.81%), 영국(4.29%), 프랑스(4.29%) 등 유럽국가들은 중국 위안화의 SDR 편입을 지지하고 있다. 관건은 미국(16.75%)의 입장이다. IMF에서 사실상 거부권을 쥔 미국이 반대하면 위안화의 바스켓 편입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지난 9월 미국 방문 시 오바마 정부로부터 위안화의 SDR 가입에 미국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의미의 답을 얻은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지원의지가 약한게 현실이다. 일본(6.23%)의 견제도 걸림돌이다. 시스템적인 문제도 있다. 중국 외환시장은 여전히 거래에 제약이 있는데다 역내외 환율간 괴리가 있는데, 이는 개선돼야 할 점이다. SDR는 IMF가 1969년 만든 가상의 통화로 달러화와 금에 편중된 국제준비통화를 보완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현재 통화바스켓 구성비율은 달러화 41.9%, 유로화 37.4%, 파운드화 11.3%, 엔화 9.4%다. IMF 회원국은 출자 비율에 따라 SDR을 배분받고 보유한 SDR 규모 내에서 통화바스켓에 속한 달러화, 유로화, 파운드화, 엔화 등 4개 통화 중 하나로 교환할 수 있다. 188개 IMF 회원국 중 우리나라의 출자비율은 1.41%, 투표권은 1.37%로, 19위 수준이다. 시장에서는 달러화에 약간의 흠집은 생기겠지만 달러화가 주도하는 세계경제 질서인 '팍스 달러리움'은 앞으로도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국 득실은, 주식시장·수출기업 호재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셈법이 복잡하다. 금융시장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득이 많아 보인다. 국내 주식시장의 강세는 주변국의 통화 절상과 함께했다. 한국의 위안화 보유 및 거래량이 확대되면서 국내 자산가치 안정에 일조할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국내 투자자의 중국 상품 투자 기회도 더 커질 수 있다. 키움증권 마주옥 연구원은"중국 위안화의 SDR 편입은 위안화의 강세 요인이며, 국내 주식시장 상승은 대부분 주변국의 통화 절상 추세와 함께 나타났다"면서 "중국 위안화의 SDR 편입은 중장기적으로 원화 강세, 주식시장 상승, 채권시장 약세 등의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투자증권 박소연 연구원은 "사실 위안화의 SDR 편입이 한국 금융시장에 주는 시사점은 명확하지 않다"면서 "다만 2013년 이후 한국과 중국의 금융시장 동조화가 높아졌다는 점에서 위안화 강세와 중국 금리하락이 원화와 국채 금리의 방향성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통화 가치가 올라가면 국내 수출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이 올라가기 때문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현대경제연구원 이준협 동향분석실장은 "위안화 SDR 편입은 위안화 강세, 달러 약세, 원화 강세요인이 될 것"이라며 "중국 경제성장에 맞는 수준으로 위안화의 가치도 높아져 가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그는 "달러 중심의 통화체제는 지속되겠지만, 위안화로 인해 기축통화가 다극화가 된다면 국제통화질서의 안정성은 높아질 수 있다"면서 "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이니셔티브를 강화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LG경제연구원 배 연구원은 "실물경제와 통화가 괴리가 있으면 부작용이 많은데, 경제 기초여건이 맞닿아 있는 중국의 위안화를 쓰면 괴리가 사라진다는 점에서 아시아 기업들에 긍정적"이라며 "다만, 개별기업이나 개인 처지에서 보면 환율변동에 따른 위험 계산이 복잡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