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송군, 청송사과축제의 빛과 그림자...흥행열기 이면 많은 과제 남겨
화려한 무대와 수많은 인파 속에서 청송군의 대표 축제가 다시 열렸다. '제19회 청송사과축제'가 지난 29일 개막해 11월 2일까지 청송읍 용전천 일원에서 개최된다. '청송~다시 푸르게, 다시 붉게'를 주제로 열린 이번 축제는 곳곳에서 북새통을 이루며 흥행 열기를 자랑했지만, 그 이면엔 반복되는 콘텐츠, 과도한 인파 유도, 지역민 체감 저조 등의 숙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 축제 첫날, '제28회 청송문화제'와 연계한 청송도호부사 퍼레이드, 헌다례 등 전통 행사들이 펼쳐졌고, 이튿날에는 전국 고교 씨름대회와 '헬로콘서트 좋은날' 공개 녹화 공연이 이어졌다. 사과 올림픽, 사과 선별 로또, 사과 난타 등 테마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되며 남녀노소 방문객들의 흥미를 자극했다. 그러나 행사장을 직접 찾은 일부 시민들은 "해마다 비슷한 프로그램 구성에 식상함을 느낀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축제 전반에 대한 평가가 흥행 여부를 중심으로 소비되는 반면, 프로그램의 질적 다양성과 청송만의 고유성을 어떻게 녹여냈는지는 여전히 분명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특히 문제로 지적되는 건 현장 운영의 밀도다. 주말 못지않은 평일 인파로 도심 주요 도로가 정체를 빚었고, 행사장 주변 상가는 극심한 혼잡을 겪었다. 외부 방문객 위주의 행사 구성이 지역 상권에 긍정적 효과를 줬다는 분석도 있지만, 일부 상인들은 "외지 업체들이 주를 이루다 보니 실제 매출 증가와는 거리가 있다"고 토로한다. '사과'라는 테마에 있어 축제 본연의 정체성도 모호하다는 목소리가 있다. 사과를 활용한 요리나 가공품이 소개되긴 했지만, 전시·판매 위주의 행사로 치우쳐 체험형 콘텐츠의 깊이나 스토리텔링 요소는 부족하다는 평가다. 단순 시식과 판매 부스를 넘어서, 청송사과의 품종, 재배 철학, 유통 문제 등 지역 농업의 현실과 연결된 진정성 있는 콘텐츠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윤경희 청송군수는 "청송사과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방문을 독려했지만, 주민들 사이에선 "매년 비슷한 양상만 반복되고 있다"는 목소리도 분명히 존재한다. 행사 규모는 커졌지만, 지역민이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체감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전환하려는 시도는 미흡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축제가 청송의 이미지를 전국에 각인시키는 데 일정한 역할을 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이제는 양적 흥행을 넘어 질적 전환을 꾀할 시점이라고 지적한다. 단발성 행사와 인기 연예인 중심의 무대 구성만으로는 지역 고유 문화와 농업 유산의 깊이를 보여주기 어렵기 때문이다. 청송사과축제는 분명한 흥행을 이뤘다. 그러나 '얼마나 많은 사람이 왔는가'보다 '얼마나 청송다웠는가'에 답하지 못한다면, 이 축제의 본질적 가치는 그만큼 가벼워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