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운동의 현주소] <하> 해외주식 직구 열풍
올 상반기에도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주식 직구 열풍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해외주식 보관금액의 경우 75조원에 달하는데, 밈주식(Meme Stock)과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등 투자자의 포트폴리오도 다양해졌다. ◆해외주식 보관금액, 올 20조↑ 13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2분기 해외주식 보관금액은 75조3800만원(658억8000만달러)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53조8600억원(470억8000만달러)과 비교했을 때 20조원 넘게 늘어난 역대 최고치다. 2분기 해외주식 결제금액(매수 결제액+매도 결제액)의 경우 90조6500억원(792억3000만달러)을 기록했다. 직전 분기(147조300억원) 대비 38% 감소했다. 올해 1분기에는 국내 증시가 미국 증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국내 투자자들이 해외주식으로 눈을 돌렸기 때문에 1분기 해외주식 결제금액이 급증했다는 분석이다. 반면 2분기 국내 증시가 3300선을 넘기는 등 활황을 이어가자 해외 주식시장에서 국내 주식시장으로 자금이 흘러 들어간 것으로 풀이된다. 해외주식의 경우 미국 시장이 결제 규모의 80.5%를 차지했다. ◆밈주식, ETF…투자종목 다양화 국내 투자자들의 투자종목도 다양해졌다. 지난해 미국 대형 기술주가 결제 상위 종목을 차지했다면 올 상반기에는 밈주식과 고위험 고수익의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들이 대거 등장했다. 국내 투자자들의 테슬라 사랑은 여전했다. 올해에도 결제 금액 1위를 차지했는데, 지난 9일까지 테슬라의 결제 금액은 20조7800억원(181억7000만달러)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테슬라의 총 결제금액이 26조6400억원(232억9000만달러)인 점을 감안했을 때 반년 만에 지난해 전체 규모의 78%가량을 결제한 것. 이어 결제 금액 상위 종목으로 게임스탑 7조1900억원(62억8400만달러), 애플 6조9500억원(60억7600만달러),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불 3X(SOXL·DIREXION DAILY SEMICONDUCTOR BULL 3X) 5조8000억원(50억7300만달러), AMC 엔터테인먼트 5조2600억원(45억9900만달러), 처칠캐피탈 3조8200억원(33억3800만달러)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결제 금액 상위 2위, 5위를 각각 차지한 게임스탑과 AMC는 밈주식 또는 레딧주로 불린다. 밈주식이란 온라인상에서 입소문을 타 개인투자자들이 대거 몰린 종목을 의미하는 신조어다. 레딧주는 미국 개인 투자자들의 인터넷 커뮤니티인 레딧(reddit)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종목을 말한다. 공매도에 반대하는 개인투자자들이 대거 몰렸는데, 단기 차익을 노리고 매수와 매도를 반복한 투자자들이 많았다. 비교적 고위험 고수익 상품인 레버리지 ETF도 결제 금액 상위 종목에 이름을 올렸다. 4위로 집계된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X는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의 3배를 추종한다. TSMC, 인텔, 퀄컴, 엔비디아 등의 반도체 기업이 해당 지수 구성에 포함돼 있다. 디램(D램) 가격 상승에 반도체 슈퍼사이클 장기화가 본격화되며, 관련 레버리지 상품의 투자도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지수의 수익률 3배를 추종하지만 주가가 하락할 경우 3배의 손실이 발생한다. 특수목적인수회사(스팩·SPAC)인 처칠캐피탈은 미국 전기차 업체 루시드 모터스와의 합병에 대한 기대감으로 결제 금액이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전문가들은 미국 기업들이 본격적인 실적 시즌에 돌입한다며 관련 종목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영한 대신증권 연구원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기업들의 2분기 주당순이익(EPS)이 전년 동기 대비 65.8%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경기회복, 기업들의 낙관적인 실적 전망, 이익 추정치 상향 조정 등으로 어닝 시즌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실적 회복을 주도할 업종은 산업재, 경기소비재, 에너지 등이다"라고 덧붙였다. ◆외화증권수탁 수수료 급증 해외주식 직구 열풍에 국내 증권사들의 외화증권 수탁수수료 수익도 크게 늘었다. 금융투자협회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국내 증권사가 주식이나 채권 등 외화증권 수탁으로 벌어들인 수수료 수익은 2856억원으로 전년 동기(978억원)의 3배를 기록했다. 국내 증권사의 해외증권 매매 수수료 수익 변화 추이는 ▲2020년 1분기 978억원 ▲2분기 1246억원 ▲3분기 1724억원 ▲4분기 1462억원 ▲2021년 1분기 2856억원 순이다. 해외증권 매매 수수료 수익이 분기 기준 2000억원이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증권사별로는 키움증권이 576억원으로 가장 많은 해외증권 매매 수수료를 벌었다. 이어 삼성증권 541억원, 미래에셋증권 530억원, 한국투자증권 285억원, NH투자증권 267억원, KB증권 228억원, 신한금융투자 152억원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국내 38개 증권사 중 7개 증권사가 총 2579억원으로 전체 해외증권 수수료 수익의 90.3%를 차지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