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랠리에도 힘빠진 증권株…목표주가 하향
증시 활황에 상승하던 '증권주' 주가가 주춤하고 있다.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우려와 증권사의 실적 증가세가 둔화될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여기에 목표주가 하향과 '매도 의견'을 담은 관련 기업분석보고서(리포트)까지 등장해 투자심리에 부담을 주고 있다. ◆KRX증권지수 고점 달성 후 하락세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3개 증권주로 구성된 KRX증권지수는 지난 18일 전 거래일 대비 19.91포인트(2.33%) 오른 873.77을 기록했다. KRX증권지수는 지난 10일 926.12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뒤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5.65% 하락한 것이다. 같은 기간 증권주도 미래에셋증권(-5.09%), 한국금융지주(-6.63%), 삼성증권(-2.04%), NH투자증권(-0.37%), 키움증권(-10.32%), 메리츠증권(-13.44%), 한화투자증권(-7.16%), 대신증권(-5.30%), 유안타증권(-1.63%), 교보증권(-0.54%), SK증권(-4.26%) 등이 일제히 하락세를 나타냈다. KRX증권지수는 국내 증권사의 호실적에 올해 들어 지난 10일까지 23.30%의 상승률을 보여줬다. 코스피지수 상승률(11.27%)을 크게 웃돈 셈이다. 지난 4월 한화투자증권의 두나무 지분 보유 소식이 호재로 작용하며, 증권주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지기 시작했다. 두나무는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 중이다. 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에 따른 글로벌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일평균거래대금이 증가하면서 증권사 실적 개선 기대감이 더해지며 증권주가 강세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례적인 '매도 의견' 리포트 등장 그러나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며, 증권사의 실적 증가세가 둔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심지어 키움증권의 경우 목표주가 하락 리포트가 나왔고, 메리츠증권의 경우 '매도 의견' 리포트까지 나와 투자심리에 악영향을 줬다. 최근 미국의 물가상승률과 국채 금리 등 인플레 지표가 상승하고 있다. 지난 4월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4.2% 상승해 다우존스 추정치(3.6%)를 웃돌았다. 이는 2008년 9월 이후 13년만의 최대 상승폭이다. 주춤하던 미국 국채 금리도 다시금 상승해 위험자산 선호심리를 위축시켜 증시 하락을 부추기기도 했다. 키움증권의 경우 이베스트투자증권이 리포트를 통해 목표주가를 기존 17만원에서 15만5000원으로, 삼성증권의 경우 기존 20만원에서 19만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각각 목표주가를 8.82%, 5% 낮춘 것이다. 단, 이베스트투자증권은 보유(hold) 의견을, 삼성증권은 매수(buy) 의견을 내놨다. 전배승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키움증권은) 브로커리지(주식중개) 수익기반이 다양화되면서 높은 리테일 시장 지배력이 유지돼 긍정적 자금 흐름의 수혜가 이어지고 있다"며 "그러나 2분기 이후 거래대금 둔화양상이 나타나고, 코스닥 시장의 회전율 또한 이미 고점 형성 이후 하락추세에 있어 향후 이익둔화 흐름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단, 키움증권의 자본 확충에 대해서는 이베스트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은 상반된 의견을 내놨다. 키움증권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신용공여잔고가 한도에 도달해 자본 확충이 필요한 상태다. 전배승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추가 신용공여를 위해선 자본 확충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고수익성 기조가 이어지지만, 자기자본이익률(ROE) 수준은 하향추세를 예상한다"고 밝혔다. 반면 장효선 삼성증권 연구원은 "자본 확충을 통한 한도 확대는 향후 브로커리지 수익 및 점유율 확대로 연결되며 펀더멘털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메리츠증권의 경우 배당성향 하락에 KB증권이 이례적인 '매도(sell) 의견'을 담은 리포트 내놨다. 목표주가는 4000원을 제시했다. 지난 14일 메리츠금융그룹은 "당기순이익의 10% 수준으로 배당하고, 자사주 매입 소각 등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실행하겠다"며 배당 축소를 공시했다. 최근 3년간 메리츠증권의 배당성향은 38%에 달했었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배당성향 하락을 명확하게 제시했지만, 자사주 매입·소각의 규모와 시기에 대한 설명이 없다는 점에서 주주 환원율 하락 우려와 불확실성이 확대된다"며 "확정된 배당성향 하락을 반영하면 지속가능 ROE는 하락할 수밖에 없어 목표주가를 하향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과거 높은 배당수익률이 메리츠증권의 중요한 투자 포인트였다는 점에서 수급 측면의 불확실성이 단기적으로 주가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