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탁결제원 전자투표 'K-VOTE'로 탈바꿈
한국예탁결제원이 23일 새로운 전자투표시스템 '케이보트(K-VOTE)'를 선보였다. 케이보트는 현장 주주총회 운영을 아우르는 종합적인 시스템으로 한국기업의 주총 문화가 개선될 수 있을 지 이목이 쏠린다. 국내에 전자투표제가 도입된 지 10년이 흘렀다. 2017년 섀도 보팅 제도 폐지,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등으로 전자투표 수요가 자연스레 늘어나고 있다. 섀도 보팅(shadow voting·의결권 대리 행사) 제도란 정족수 미달로 주총이 무산되는 걸 막기 위해 주주가 주총에 참석하지 않아도 투표한 것으로 간주해 다른 주주들의 투표 비율을 의안 결의에 그대로 적용하는 제도다. 2017년 말 섀도 보팅 제도가 폐지돼 의결정족수 부족을 막기 위해 많은 기업이 전자투표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특히 코로나19 확산세로 삼성전자, 포스코그룹, KB금융, LG화학 등이 올해부터 정기 주주총회와 임시 주주총회에서 전자투표제를 도입하기도 했다. 이재철 예탁결제원 의결권서비스부 부장은 "섀도 보팅 제도 때문에 우리나라 주총 문화는 그동안 정체돼 있었다. 아예 섀도 보팅 제도가 존재하지 않는 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상법, 자본시장법에서 과도하게 기업 편의를 봐준 결과 국내 주주총회 참석문화, 주주가 주총을 대하는 인식이 후진적"이라며 "감사선임안건에 대한 전자투표 채택 시 의결정족수 완화, 자산운용사와 연기금 등의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등의 법령 개정 흐름은 국내 주총 문화가 조금씩 선진화되고 있는 시그널"이라고 평가했다. 예탁결제원은 기존 전자투표시스템 '케이이보트(K-eVote)'의 명칭을 '케이보트(K-VOTE)'로 바꿨다. K-VOTE는 지난 15일 오전 9시부터 새롭게 가동을 시작했고, 일주일간의 운영 안정성 확인 절차를 거쳤다. 이명근 예탁결제원 기업지원본부 본부장은 "시장 참가자, 발행회사, 투자자 등 설문 조사를 통해 불편한 사항을 대폭 개선했다"며 "공공성, 안전성 측면을 적극적으로 반영했다. K-VOTE로의 명칭 변경도 전자투표뿐만 아니라 현장 주주총회까지 종합적으로 서비스를 지원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K-VOTE는 기존의 전자투표·전자위임장 서비스 외에도 ▲사용자 중심의 직관적인 화면 구성, 24시간 투표가 가능한 '제한 없는 이용 편의성' ▲전자공시시스템(DART), 명의개서대리인(KSD)과 '연계 자동화' ▲연기금·공제회 등 투자 일임 고객의 의결권 행사를 지원하는 '기관투자자 지원강화' ▲전자투표 데이터 분석, 주주유형별 보유내역 및 의안별 찬반분석 서비스 '통계분석보고서' ▲주주의 서면투표 등록지원, 현장주총 출결관리, 현장 온라인 투표 등 '현장 주총운영지원' 등을 주요 서비스로 내세우고 있다. 특히 '통계분석보고서'를 통해 전자투표 행사 결과를 기반으로 주주유형별 의안찬성율, 행사율에 대한 기여도 및 참여도에 대한 분석 결과를 제공한다. 이에 대해 이재철 부장은 "기업의 주주명부를 기존의 대리인, 개인, 기관, 법인 등 4개 분류에서 세부적으로 9개 영역으로 나눴다"며 "주주유형별로 의안에 대한 찬반 결과를 분석하고, 데이터를 정제해 기업에 제공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현장 주총운영지원'에서는 주총 당일 주주 출결관리, 의결권 행사 내역 집계 등 발행회사 현장 주주총회 관련 업무를 지원한다. 전자적 방식의 출석 등록 및 의결권 집계시스템 도입으로 주총에 대한 신뢰성 제고를 도모하고, 발행회사의 업무량 절감이 가능하다. 덧붙여 이재철 부장은 "국내 주총 참석자의 평균 연령이 40대에서 70대"라며 "모바일 접근성이 떨어지는 고령의 주주를 위해 모바일 서비스와 '클리커'라는 무선 집계를 위한 물리적 기계를 동시에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증권사도 전자투표 자체 서비스 제공을 위해 플랫폼 개발에 나섰다. 현재 전자투표 자체 서비스를 제공하는 증권사는 ▲미래에셋대우 '플랫폼V' ▲삼성증권 '온라인주총장' ▲신한금융투자 '신한e주총' 등이며, 이들은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예탁결제원의 전자투표시스템은 자본금 규모와 주주 수에 따라 기업이 최대 500만원의 수수료를 지불해야 한다. 다만, 예탁결제원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주총 운영이 어렵고, 전자투표 활성화 차원에서 올해 전자투표 수수료를 전액 면제해주기도 했다. 이명근 기업지원본부 본부장은 "증권사들은 기업금융 등 부가서비스 차원에서 전자투표에 접근한다"며 "예탁결제원은 부가서비스 차원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의결권 제도, 주총 문화를 이끌어나간다는 책임감으로 이번 시스템을 개편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전자투표의무화 법안이 현재 발의된 상태"라며 "상장기업들 (전자주총·전자투표 등이) 의무화되는 시점이 온다면 수수료 부분 종합적으로 재검토할 것"이라고 답했다. 향후 예탁결제원은 별도 연락처 없이도 주주에게 주총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전자고지서비스 도입', 키움증권 외 '증권사 시스템 연계 확대' 등을 계획하고 있다. 이명호 예탁결제원 사장은 "주주가 주주총회에 관심을 가지면 기업이 생각을 바꾸고, 투자가치를 더할 수 있으므로 (예탁결제원이) 전자투표관리기관을 넘어 주주총회 관리기관으로서 선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