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PF 부실 우려↑…일부 증권사 신용등급 하락 현실화
중소형 증권사들의 신용등급 하락이 현실화되고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의 연착륙 여부에 따라 향후 실적이 좌우될 것이란 설명이다. 9일 나이스신용평가는 '금융업권 신용등급 보고서'를 통해 증권사 중 하이투자증권, BNK투자증권, 다올투자증권, SK증권 등을 올해 모니터링 대상으로 꼽았다. 부동산 PF를 통해 최근 수년간 순이익이 크게 확대됐던 증권사를 위주로 한다. 이혁준 나이스신용평가 금융평가본부 본부장은 "이들 증권사는 지난해 상반기까지는 큰 문제가 없었다"며 "다른 증권사 대비 위험도가 높기는 했으나 1%대 기준금리에서는 PF가 이익을 창출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3.25%까지 끌어올리면서 진행 중이던 PF의 사업성이 크게 하락했다. 이 본부장은 "다수 사업장에서 브릿지론의 본PF 전환에 제동이 걸렸고, 우발부채가 현실화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며 "잠재 부실의 현실화 규모, 재무안정성 추이를 면밀히 지켜보고 유의미한 변화가 감지될 경우 신용등급에 반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융당국의 경고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자기자본 대비 PF 비중이 높은 일부 중소형 증권사에 대해 책임을 묻겠다는 의지를 보이면서다. 이 원장은 신년사를 통해 "부동산 PF, 해외 대체투자 등 고위험자산 리스크를 집중 점검해 손실흡수 능력을 확충하는 등 선제적 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실제로 중소형 증권사들의 신용등급 하락도 이어졌다.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수시 평가를 통해 케이프투자증권의 신용긍급 전망을 기존 '안정적(A-)'에서 '부정적(A-)'으로 변경했다. 변경 이유는 사업 기반 및 시장지위 약화, 이익 창출력 저하, 위험 익스포저(위험 노출액) 증가 등으로 인한 자본 적정성 저하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케이프투자증권의 위험 익스포저는 3759억원, 자기자본의 145.5% 수준으로 집계됐다. 위험 익스포저는 대출 및 투자금액, 파생상품 등과 관련된 모든 거래에서 발생할 수 있는 손실 금액을 의미한다. 실제로 지난해 케이프투자증권은 업황 부진을 고려해 법인영업부와 리서치사업부 운영을 중단하기도 했다. 김예일 한신평 선임연구원은 "케이프투자증권은 부동산 관련 주선 및 자문, 자기자본투자(PI), 자기 매매 및 운용 등으로 영업을 유지했으나 시장 지위가 약하고 최근 영업환경이 급격히 악화하며 저조한 영업실적을 기록하고 있다"며 "위험 노출액 증가와 직접투자 성과 변동 가능성 등도 재무 안정성에 부정적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또 한신평은 SK증권의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기타파생결합사채(DLB)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A)'에서 '부정적(A)'으로, 후순위사채 신용등급을 각각 '안정적(A-)'에서 '부정적(A-)'으로 하향 조정했다. 중·후순위 부동산 PF, 자회사 지원 등으로 인한 재무안정성 부담이 높다는 이유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SK증권은 총 3875억원의 우발부채(채무보증)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자기자본 대비 62%에 달하는 규모다. 김예일 한신평 선임연구원은 "채무보증의 자본 대비 양적 부담은 동종기업(Peer) 대비 높은 수준은 아니나, 대부분 중·후순위 부동산PF, 브릿지론 등으로 구성돼 있는 등 채무보증의 질적 위험도가 높은 편"이라며 "대구 소재 주택, 지방 소재 오피스텔, 생활형숙박시설 등 분양 사업장의 분양률도 현재 저조한 상황으로 회수 불확실성이 높아 자산건전성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박미경기자 mikyung96@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