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인력 감축' 칼바람…부메랑 된 PF
중소형 증권사 위주로 인력 감축 칼바람이 불고 있다. 부동산 경기 침체에 레고랜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사태에 따른 자금경색이 심화되면서 선제적인 유동성 확보 조치로 풀이된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다올투자증권은 지난 28일까지 정규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영업을 제외한 경영 관련 직무에서 상무급 이상 임원 전원이 책임을 지고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입사원은 희망퇴직 대상이 아니다. 다올투자증권 관계자는 "지금 당장은 문제가 없지만, 금리 상승과 부동산 악재가 이어져 내년 기업금융(IB) 시장 환경이 중장기적으로 불투명한 상황"이라며 "시장 정상화까지는 상당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보여 위기상황 극복을 위해 희망퇴직을 진행한다"고 말했다. 앞서 다올투자증권은 태국 현지법인 '다올 타일랜드' 지분 69.9%에 대한 매각을 추진하고 인수 희망 금융사를 찾고 있다.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해외법인 매각에 나섰다는 설명이다. 하이투자증권도 인력 구조 효율화 차원에서 내부적으로 희망퇴진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투자증권 관계자는 "(희망퇴직을) 논의 중인 것은 맞으나, 세부적으로 확정된 사안은 아직까지 없다"고 답했다. 케이프투자증권은 지난 1일 리서치·법인 본부 조직 폐쇄를 결정했다고 사내 공지한 바 있다. 소속 임직원 30여명에게 재계약 불가를 통보했으며, 향후 잔류 희망 여부를 협의하고 있다. 케이프투자증권 측은 조직구조와 인력 효율화를 위해 폐지를 결정했으며, IB와 PI(자기자본투자) 부문을 집중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PF 사업 비중이 높은 중소형 증권사 위주로 인력 감축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정부가 50조원+알파(α) 규모의 자금을 시장에 풀고, 증권사 9곳이 참여하는 1조8000억원 규모의 PF ABCP 매입 프로그램을 가동했으나, 증권업계는 여전히 불안감을 지우지 못하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이달 중 만기가 되는 증권사가 매입 보장하거나 신용보강을 한 PF ABCP와 ABSTB 자산유동화증권 규모는 약 10조7300억원으로 집계됐다. 12월에는 9조7600억원, 2023년 1월에는 10조7600억원이 만기를 앞두고 있다. 특히 내년 1월의 경우 향후 6개월 중 만기 도래 규모가 가장 크다. 10월 말 기준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 PF 신용공여 비중이 가장 큰 증권사는 하이투자증권으로 86.2%에 달한다. 이어 BNK투자증권(68.1%), 현대차증권(63.2%), 다올투자증권(53.4%), 교보증권(53.5%), IBK투자증권(50.6%) 등이다. PF 만기가 돌아왔을 때 차환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신용보강에 나선 증권사가 자금을 떠안게 된다. 보유하고 있는 현금성 자산을 넘는 규모의 보증 이행이 필요할 경우 보유 자산 매각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한국신용평가는 "이번 유동성 대책에 따른 효과가 중소형사의 유동성 안정화로 이어지기까지는 시일이 소요될 전망"이라며 "자금 동원력이 떨어지거나 우발채무 현실화 우려가 높은 중소형사를 중심으로 유동성지표, 유동화증권 차환 및 채무보증 이행, 대체자금조달능력 확보 여부 등을 꾸준히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