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과의 동침 나선 KT-LGU+, 'NB-IoT'로 SKT '로라' 대응
KT와 LG유플러스가 사물인터넷(IoT)을 선점하기 위해 손을 잡았다. 경쟁사인 양사가 사업 협력에 나선 것은 이례적인 일로, 향후 '로라(LoRa)'를 앞세운 SK텔레콤과 치열한 진영 다툼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LG유플러스와 KT는 3일 광화문 KT 사옥에서 간담회를 열고, 사업협력을 통해 내년 1분기에 'NB-IoT' 상용화를 공동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NB-IoT(NarrowBand-Internet of Things)는 이동통신망의 좁은 대역을 이용해 150kbps 이하의 데이터 전송 속도와 8㎞ 이상의 장거리 서비스를 지원하는 협(狹)대역 사물인터넷 표준 기술이다. 전력 소비가 적으면서 가스·수도·전기 검침, 위치 추적용 기기 등과 같이 원거리에 있는 사물 간의 통신에 적합하다. 이번 협력은 ▲NB-IoT 네트워크 조기 상용화 공동추진 ▲칩셋, 모듈, eSim, 단말 등 IoT 핵심 제품의 공동소싱 ▲국내 주요 협단체 및 글로벌 기구 활동 공동 대응을 기본 방향으로 진행된다. 내년 안으로 전국망 구축도 완료할 예정이다. 양사 NB-IoT 기술지원 실증 센터 공동 개방, NB-IoT 해커톤 공동 개최 등을 통해 스타트업뿐 아니라 양사 협력사들의 참여를 유도, NB-IoT 중심의 사물인터넷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방점을 뒀다. 이날 간담회에서 김준근 KT 기가 IoT 사업단장은 "KT와 LG유플러스는 태동하고 있는 IoT 산업을 키우기 위해 손을 잡고 저변 확대를 통해 생태계를 활성화 시키고자 한다"며 "4년 뒤에는 IoT 시장이 800억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SKT vs KT·LG유플, IoT에서도 치열한 경쟁 예고 IoT는 연결된 기기 수가 많은 만큼 안정적으로 데이터를 주고받으면서 비용을 줄이는 통신망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IoT에 적합한 저전력 장거리 통신기술로는 NB-IoT와 LoRa(로라)가 대표적으로 꼽힌다. 이미 SK텔레콤은 지난 6월 로라 전국망을 상용화하며 IoT 선두주자로 나선 바 있다. 더 많은 데이터 전송량이 필요할 경우에는 LTE-M 네트워크 망을 함께 이용하는 하이브리드 형태로 서비스를 본격화하겠다는 방침이다. 로라는 비면허 대역 주파수를 활용해 기존 LTE와 와이파이를 통합할 수 있는 것이 강점이다. SK텔레콤은 지난달 13일 '로라 국제 총회'에서 NB-IoT에 대해서는 로라가 기술적으로 1~2년 정도 앞서있다고 평한 바 있다. 로라 국제 연합체는 전 세계 400여개 이상의 글로벌 기업을 회원으로 두고 있다. 로라는 내년 상용화가 예상되는 NB-IoT보다 1년 정도 먼저 상용화 돼 기술적으로는 앞선 상태다. KT와 LG유플러스의 IoT 연합은 이러한 SK텔레콤 '로라' 진영을 견제하는 측면에서 NB-IoT를 내세우는 양사의 니즈가 맞아 이뤄진 것으로 풀이된다. 조창길 LG유플러스 상무는 "로라의 경우 지하, 외곽 등에서는 별도 중계기나 기지국을 설치하지 않으면 커버리지 확장을 못하는 단점이 있다"며 "LTE 전국망을 기반으로 해 속도와 안정화 측면에도 NB-IoT가 로라를 압도하는 기술 요소라고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SK텔레콤은 이날 입장 자료를 통해 "SK텔레콤은 지난 6월말 국내 최초로 하이브리드형 IoT 네트워크를 구축 완료했으며 특히 당사가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로라 얼라이언스에는 컴캐스트(미), 소프트뱅크(일), 오렌지(프), 스위스콤(스) 등 네트워크 사업자 외에도 시스코, IBM, HP 등 세계적 시스템·장비 업체 등 400여개 업체가 참여하고 있다"며 "경쟁 기술인 로라에 대해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 일방적 주장을 하는 것은 국가 산업 발전을 위해서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반발했다. ◆ KT-LG유플, 사업 확대엔 '공감'…투자, 수익분배 등은 과제 양사는 NB-IoT망 구축을 통해 가장 먼저 유틸리티(공익사업) 분야를 추진할 예정이다. 기존 가스, 수도, 전기 계량기를 NB-IoT 기반 계량기로 교체해 원격검침과 관제를 중심으로 다양한 부가 사업을 추진하는 식이다. 산업 IoT 분야에서는 기업 전용 NB-IoT망 구축을 통해 화물추적 등 물류관리, 유해가스 감시 등 환경 관리, 주요설비 모니터링 등 생산효율화로 고객사의 요구에 최적화된 사물 인터넷 환경을 제공할 계획이다. 스마트 시티 분야에서는 에너지, 환경, 교통 등 3대 핵심 분야를 중심으로 사업을 본격화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양사 관계자는 반려동물 위치추적, 농작물, 신선식품 등의 자산관리와 같은 분야에까지 NB-IoT를 확대 적용할 수 있도록 공동 협력방안을 지속적으로 모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경쟁사가 협력에 나서는 만큼 투자나 수익배분 등은 과제로 남을 전망이다. 안성준 LG유플러스 IoT사업부문장은 투자 규모 계획에 대한 질문에 "투자 규모는 아직 양사가 협의중"이라며 "아낌없이 구석구석 커버리지 잘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이에 대해 SK텔레콤 측은 "KT와 LG유플러스가 자체적인 투자계획도 발표하지 않고, 경쟁 기술에 대해 일방적으로 폄훼하는 것은 IoT 투자에 뒤쳐져 있는 조급증을 반영한 것으로 이해하며 이를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