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CEO 인사태풍 예고…연임 vs 교체
금융권 최고경영자(CEO)들의 인사태풍이 예고된 상태다. 이르면 오는 9월, 늦으면 내년 3월에 임기가 끝나는 금융권 CEO가 수두룩하다. KB금융지주가 차기 회장을 선출하는 절차를 이미 시작했다. 주주총회 시즌인 내년 3월까지 60여명에 달하는 CEO의 임기가 줄줄이 만료된다. 업권을 불문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위기 극복이 우선시되면서 이전과 달리 후임에 대한 하마평은 이례적라고 할 만큼 잠잠한 상황이다. 하지만 물밑 경쟁을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는 후문이다. 미리 하마평에 거론되면 낙마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조심스런 행보가 예상된다. 일부에선 이번 정권의 사실상 마지막 '보은 인사'를 예상하고 있다. 정권 창출에 기여했지만 그동안 소외됐던 인물에 대한 마지막 '자리 챙겨주기'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금융지주 가운데서는 윤종규 KB금융 회장의 임기가 오는 11월 20일로 끝난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2021년 3월)과 김광수 NH농협금융 회장(20201년 4월) 등의 임기만료는 내년이다. KB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이달 12일 회의를 열고 후임 인선을 위한 절차에 착수했다. 일정만 놓고 보면 윤 회장이 연임에 성공했던 지난 2017년 대비 약 2주가량 앞으로 당겨졌다. 늘어난 기간만큼 후보자에 대해 보다 심도있게 검토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현 윤 회장을 제외하고는 거론되는 유력 후보가 아직 없다. 금융권에서는 윤 회장의 3연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일단 지난 6년간 실적 개선세가 이어진 데다 최근 푸르덴셜생명 인수까지 비은행 부문 강화 등 성과가 뚜렷하다. KB금융 회추위는 오는 28일 4명의 숏리스트(최종 후보자군·Short List)를 확정하고, 다음달 16일 최종 후보자 1인을 정할 예정이다. 하나금융 김정태 회장의 임기는 내년 3월 주주총회까지다. 김 회장은 이미 두차례 연임한 바 있다. 다만 3연임을 하게 되면 하나금융 지배구조 내부규범상 1년만 재임할 수 있다. 김 회장의 경우 현재 만 68세로 내부규범상 회장 연령이 만 70세를 넘어선 안되기 때문이다. 현재 후보군으로는 함영주·이진국 하나금융 부회장이 거론된다. 하나금융은 내년 1월 회장추천위원회를 열고 차기회장을 선임할 예정이다. 시중은행 중에서는 허인 국민은행장과 진옥동 신한은행장이 각각 올해 11월과 12월까지가 임기며, 지성규 하나은행장과 권광석 우리은행장은 내년 3월 중 임기만료가 돌아온다. 은행장 연임 여부는 올해 실적과 함께 사모펀드 사태 등으로 불거진 각종 금융사고와 관련한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국민은행 허 행장은 지난 2017년 취임해 지난해 11월 1년 임기로 연임에 성공한 바 있다. '2+1년'을 채웠지만 재연임도 무난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코로나19 위기에도 실적은 물론 리스크 관리에 있어서도 성과를 냈고, 금융과 통신을 융합한 서비스도 잇따라 성공하고 있어서다. 윤 회장의 연임에 무게가 실리는 만큼 허 행장의 연임도 파란불이다. 신한은행 진 행장과 하나은행 지 행장은 지난해 3월 취임했다. 통상 임기가 '2+1년'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연임이 무난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올해 3월에 취임한 권광석 우리은행장의 경우 1년 임기여서 내년 3월 임기만료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의 경영 스타일로 볼 때 1년 연임 쪽에 무게가 실린다. 지방은행으로는 김태오 DGB금융 회장이 겸직한 대구은행장의 임기가 12월 끝난다. 김 회장은 지난해 차기 대구은행장 숏리스트로 황병욱 부행장보, 김윤국 부행장보, 임성훈 부행장보 등 3명을 선정했다. 대구은행은 오는 9월 이들 중 차기 은행장 후보를 선정해 12월 임명할 예정이다. 빈대인 부산은행장과 황윤철 경남은행장, 임용택 전북은행장, 송종욱 광주은행장, 서현주 제주은행장 등 지방은행장 임기도 모두 내년 3월 끝난다. 올해 10월이 임기인 박진회 한국씨티은행장은 3연임을 포기하고 이미 사퇴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씨티은행은 지난 18일 경영승계절차를 개시하고, 유명순 수석부행장을 은행장 직무대행으로 선임했다. 금융공기업으로는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9월)과 정지원 한국거래소 이사장(11월), 정완규 한국증권금융 사장(내년 3월)의 임기 만료가 다가온다. 산업은행 이 회장의 임기만료는 내달 10일이다. 이 회장은 취임 이후 금호타이어, 성동해양조선, 한국GM, STX조선해양 등 굵직한 기업의 구조조정을 처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대우조선해양과 KDB생명부터 아시아나항공까지 그동안 추진해온 인수합병(M&A)거래가 완전히 마무리되지 않고 있어 연임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금융협회 가운데서는 은행연합회·생명보험협회·손해보험협회장 임기가 올 하반기에 끝난다. 김용덕 손해보험협회장이 11월 5일 가장 먼저 임기를 마치며, 신용길 생명보험협회장의 임기는 12월 8일 끝난다. 손보·생보 협회장은 추천위원회가 후보를 추천하면 각 회원사의 투표로 선임된다. 손보·생보 협회장자리에는 문재인 정권이 임기말로 접어든 만큼 보은인사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김태영 은행연합회장은 11월 30일 임기가 종료된다. 은행연합회장 자리를 두고는 이동걸 산은 회장과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이밖에도 카드사에서는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과 정원재 우리카드사장, 이동렬 KB국민카드 사장, 이동면 비씨카드 사장이 오는 12월 임기가 만료된다.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과 정원재 우리카드 사장은 각각 2017년과 2018년에 취임해 한차례 연임했다. 이들의 연임여부는 12월 임추위와 계열사 이사회 의결을 통해 결정될 예정이다. 임 사장의 경우 신한금융의 CEO 승계 프로그램에 따라 연임 개연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