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금융권 화두] 고객·리스크 관리…디지털 혁신
2020 경자년을 맞은 금융권의 화두는 '리스크 관리'와 '고객 신뢰 회복'이다. 금융권 역시 저성장·저금리·저물가의 3저(低) 현상의 부정적 영향을 피할 수 없는 데다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로 고객 신뢰 역시 무너진 상황이다. 새로운 10년을 준비하기 위해 지속가능한 성장기반으로 디지털 전환과 글로벌 진출도 한층 가속화할 전망이다.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1일 신년사를 통해 "가치관과 기술이 급변하는 2020년대에는 함께 성장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고, 행복을 나누지 않으면 신뢰받기 어렵다"며 "이제 손님 중심에서 손님과 직원, 주주, 공동체를 아우르는 모든 이해관계자의 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목표를 재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 더이상 '손님의 기쁨'이 아닌 '모두의 기쁨'을 위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그룹의 사업모델과 프로세스를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며 "디지털 금융혁신을 선도해 새로운 비즈니스로 금융소외 계층을 지원하고, 혁신금융 생태계를 조성해 국가 혁신성장에도 기여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 "금융도 소비자 중심으로…" 김광수 농협금융그룹 회장 역시 신년사를 통해 "지금까지 어느 한 해 경영여건이 좋았을 리 없었겠지만 올해는 특히 상황이 예사롭지 않다"며 "앞으로 10년 동안 있을 많은 변화가 생존의 시험대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회장은 이와 함께 "본격적인 디지털금융 시대의 도래로 전통적인 영업채널과 업권별 경쟁구도가 재편되고 있는 등 금융회사 간 경쟁은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며 "과거 공급자 중심의 우월적 지위가 소비자 중심으로 완전히 전환됐다"고 판단했다. 신한은행은 올해 고객과 직원이 함께 성장하고, 본업과 혁신을 모두 놓치지 않는 은행으로 나아갈 계획이다. 진옥동 신한은행장은 올해부터 새로운 성과평가체계인 '같이 성장(Value up together) 평가제도'를 시행한다. 단순 상품판매 중심의 기존 성과평가에서 벗어나 고객에게 적합한 상품판매 및 사후관리 여부를 평가하고, 은행권 최초로 '목표 달성률 평가'를 도입한다. 디지털 전략으로는 오픈뱅킹 환경에 가장 최적화된 금융플랫폼으로 고객중심의 디지털금융을 제공한다. 1100만 이용고객의 '신한쏠(SOL)'을 중심으로 완전한 디지털 기업으로 탈바꿈 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글로벌 사업은 신한이 진출한 20개 국가별로 보다 차별화된 전략으로 추진하며, 각 국가에 진출한 카드, 금투, 생명 등 계열사와의 협력도 한층 강화한다. KB국민은행은 예상 가능한 모든 리스크에 대해 철저히 분석해 선제적으로 대응해 나갈 계획이다. 은행의 이자이익은 대폭 감소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투자심리 위축과 시장 침체 등으로 비이자이익 역시 기대기 힘든 상황이다. 허인 국민은행장이 잡은 2020년 목표는 '견고한 경쟁우위 확보를 통한 고객·직원 중심의 KB 달성'이다. 고객지향 채널의 경쟁력을 강화화고,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으로 지속가능한 금융을 실현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전사적으로 디지털 혁신을 고도화하고, 리스크 관리체계도 강화한다. ◆ 디지털 혁신 가속화 KEB하나은행의 올해 중점 추진과제는 새로운 성장모델 발굴과 글로벌·디지털 혁신 가속화다. 먼저 고객 수익률 중심으로 성과평가를 확대하고, 고객관점의 완전판매를 시스템화해 금융소비자보호를 은행의 문화로 정착시킬 방침이다. 현지 금융기관 인수합병(M&A)과 지분투자, 현지 사업자 제휴 등 해외 진출은 다각화한다. 이대훈 NH농협은행장은 디지털 전환에 좀 더 중점을 둘 계획이다. '더 새롭게, 더 쉽게, 더 빠르게, 더 편리하게' 끊임없이 설계하고, 농협은행만의 사람냄새나는 '따뜻한 디지털 은행'을 구현한다. 농협금융그룹 차원에서도 상품과 서비스의 디지털화는 물론 기획부터 출시, 사후관리까지의 모든 프로세스를 디지털화한다. 이와 함께 그룹형 플랫폼 서비스를 구축해 각 계열사별로 분산된 사업을 재구성하고, 고객·상품·서비스의 통합관점에서 금융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도록 전 계열사의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우리은행은 2020년 경영목표를 '신뢰·혁신·효율'로 잡았다. 먼저 고객 중심 성과평가와 영업문화 개선 등으로 고객신뢰를 강화한다. 지속가능한 성장기반을 다지기 위해 글로벌·기업투자금융(CIB) 등 미래성장분야를 강화하고, 디지털 혁신에 대응하기 위한 디지털 BIB(Bank In Bank) 체제도 고도화할 방침이다. ◆ 당국 정책화두는 '혁신금융' 금융당국은 올해 정책 화두로 '혁신금융'을 꼽았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경제상황을 돌파하고 미래성장잠재력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금융부문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하다"며 "이런 차원에서 2020년은 기술력·미래성장성 있는 혁신기업이 자금을 원활하게 조달할 수 있는 금융환경을 만들기 위한 혁신금융을 화두로 삼고자 한다"고 밝혔다. 은 위원장은 "그간 금융권 자금이 주택담보대출 위주의 가계대출에 과도하게 집중돼 있어 금융산업의 건전한 발전은 물론 우리경제의 혁신성장을 위해서는 자금흐름의 물꼬를 돌려야 하는 시점"이라며 "가계부문 보다는 기업부문으로, 기업부문 내에서도 특히 중소·벤처기업으로, 중소·벤처기업 중에서도 기술력과 미래성장성이 있는 기업들로 보다 많은 자금이 흘러가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