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와칭]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 일본과 한국에서 일군 '신화'
낯선 일본 땅에 한국 자본으로 세워진 유일한 은행이 있다. 그 이름은 SBJ은행. 신한은행이 100% 출자해 일본 금융당국의 인가를 받고 설립한 이 은행은, 단순 해외 지점이 아닌 정식 일본 현지법인으로 일본 금융시장안에 뿌리를 내렸다. 그러나 그 출발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일본 내 은행은 수 백 곳에 달하고, 보수적이고 지역 밀착적인 지방은행망이 촘촘히 자리잡은 환경에서 '외국계'라는 꼬리표는 높은 진입장벽이었다. 많은 외국계 은행이 철수하거나 구조조정에 몰린 이른바 '외국계 무덤'으로 불리는 시장에서 SBJ은행의 설립자체가 큰 실험이었다. ◆ 신한은행의 일본 안착 주인공 이 실험을 가능케 한 것은 현장 경험과 전략 설계 능력을 갖췄던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이었다. 1997년 일본 오사카 지점장으로 첫 발을 내디딘 진 회장은 이후 일본 내 지점장, 현지법인 경영에 이르기까지 18년에 걸쳐 일본 금융시장과 고객을 직접 체감하며 경험을 쌓았다 그는 단순히 숫자쌓기가 아니라 일본 금융시장 구조와 문화, 보수적 영업관행을 뚫기 위한 전략을 세웠다. 일본 금융기관들이 주로 취급하지 않았던 기업금융, 관계중심 영업, 현지 네트워크 활용 등을 통해 경쟁 우위를 선점한 것이다. 현재 SBJ은행은 단순한 한국계 외국은행이 아닌 일본 내 현지 경쟁자로 거듭난 상태다. 2024년 SBJ은행은 당기순이익 156억8000만엔 (약 1465억6000만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치를 달성했다. 진 회장은 덕수상고를 졸업한 뒤 곧바로 은행원을 시작했지만 야간학업과 방송통신대 경영학 전공, 중앙대 MBA 과정을 병행하며 실무와 이론을 함께 쌓았다. 실무와 이론을 함께 쌓아 금융시장에 대응하는 진 회장의 습관은 신한은행장과 신한금융회장을 하면서도 나타나고 있다. 진 회장은 2022년 금융권 최초로 세계 최대 IT 가전 전시회(CES)에 참가하고 인공지능(AI) 기반 무인점포와 AI뱅커 등 디지털 금융 서비스를 선보였다. 2024년에는 코리아 핀테크 위크 2024행사에서 그룹이 지원하는 핀테크 스타트업들의 서비스를 체험했다. 스타트업들이 전시한 간편결제, 인증 보안, 금융서비스 앱 등 다양한 핀테크 솔루션을 둘러보고 체험하면서, 단순히 경영진의 자격으로가 아니라 사용자로서 실제 서비스를 경험했다. 올해 말에는 신한DS가 주최한 테크 데이 행사에서 그룹 임직원들과 함께 스테이블 코인 발행 배포 실습에 나섰다. 단순 설명이 아니라, 메타마스크 등 지갑 프로그램과 스마트컨트랙트 개발툴을 이용해 코인 생성 과정을 직접 체험했다. 신한금융은 2023년부터 신입직원 연수에 AI및 디지털 기술 체험과 학습을 포함한 프로그램이 도입했다. 진 회장은 이 연수프로그램에 참여해 "끊임없는 학습과 디지털 이해"를 강조했다. ◆ 지속가능 경영…글로벌 경영 현재 진 회장은 회장후보추천위원회를 통해 차기 회장 후보로 선출된 상태다. 진 회장의 연임에는 실무와 이론을 통해 금융시장에 대응하는 습관과 과거 일본 근무 경험과 일본계 주주들과의 친분이 중요한 자산으로 작용했다는 평이다. 곽수근 회추위원장은 "진 회장은 변화하는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장기적 관점에서 지속가능한 경영을 해왔다"며 "재임한 3년간 뚜렷하게 흠잡을 사항 없이 이끌어준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말했다. 곽 위원장은 또 진 회장이 프리젠테이션(PT)을 통해 발표한 '신한이 50년, 100년을 이어가기 위한 저의 역할'에서 "진 회장이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디지털 등 금융의 미래 경쟁력을 강화하고 밸류업 프로젝트를 통해 글로벌 경영 역량을 키우겠다고 한 점이 돋보였다"며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경영을 하겠다고 한 점이 많은 지지를 얻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종 후보로 추천된 진 회장은 이날 개최되는 이사회에서 후보 추천에 대한 적정성 심의, 의결을 거쳐 대표이사 회장 후보로 확정될 예정이다. 최종 확정된 회장후보는 오는 3월 신한금융지주 정기 주주총회의 승인을 거쳐 회장으로 취임, 3년의 임기를 수행한다.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 약력 △출생 1961년 2월 △학력 1981년 2월 덕수상업고등학교 1993년 2월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경영학과 1996년 2월 중앙대학교 경영학 석사 △경력 1980년 11월 기업은행 입행 1986년 11월 신한은행 입행 1992년 7월 신한은행 인력개발실 대리 2002년 9월 신한은행 여신심사부 부부장 겸 심사역 2004년 7월 신한은행 자금부 팀장 2008년 3월 신한은행 오사카지점장 2009년 12월 SBJ은행 오사카지점장 2011년 12월 일본 SH캐피탈 사장 2014년 1월 SBJ은행 부사장 2015년 6월 SBJ은행 법인장 2017년 1월 신한은행 부행장 (경영지원그룹) 2017년 3월 신한금융지주회사 부사장 (운영부문) 2019년 3월 신한은행장 2023년 3월 신한금융그룹 회장 2025년 12월 신한금융그룹 회장 최종 후보 내정자